여행이란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을 얼마 동안이라도 실현할 수 있고 생활의 자양분으로 색다른 환경을 체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여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비행기 안에서 설레는 기대감과 도착한 후 처음 밟는 타국의 공기가 흥분처럼 다가오는 야릇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장시간 오랜 비행의 피로도 사라지고 시선은 바쁘게 모든 걸 캡처하는 실황은 처음 가는 여행지에서 누구나 겪는 동일한 모습이다.
진정한 여행의 묘미는 혼자 떠나는 것이다.
누구의 간섭도 없이 처음 접하는 새로운 환경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고 모든 근심에서 벗어나 여행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자신만의 해방감을 만끽하게 된다.
숙소로 가는 길의 차창 밖 풍경은 모든 게 새롭고 흥미롭기만 하다.
공항이 도심에서 떨어져 있다면 그 지역의 자연을 예고편으로 보게 되고 시내로 들어가면 다른 도시, 다른 사람들의 움직임은 별다를 것이 없어도 그냥 신기하기만 하다.
호텔에 도착하면 단정한 도어맨이 환한 미소로 가방을 들어준다.
프런트에서 전망이 좋은 방을 선택하고 객실에 들어서면 깔끔한 호텔 방 인테리어를 잠시 스캔한 후 테라스로 나가 전망을 본다.
고층 객실에서 바라보는 전경은 차에서 보는 풍경과는 무척이나 다르다.
한동안 시선이 가는 대로 그림을 음미하는 게 모든 여행의 애피타이저라 할 수 있다.
객실 냉장고에 준비된 음료는 몇 가지 있지만 그 나라의 생수 맛을 보는 것이 여행지의 첫 과정이 아닐까 싶다.
따뜻한 욕조에 누워 장시간 비행으로 굳은 근육을 풀어 준다.
혼자 하는 여행은 계획이 필요 없다.
우선 몸이 가는 대로 마음이 향하는 대로 움직이는 게 좋다.기분 좋게 목욕을 마치고 피곤하다면 잠시 눈을 붙이는 것도 좋고 배가 고프면 밖으로 나선다.
룸서비스로 음식을 주문해도 되고 호텔 레스토랑도 있지만 여행이라면 당연히 현지 음식부터 경험해야 한다.
처음 가는 곳이라면 누구나 여행 가기 전 인터넷과 지인을 통해 사전 답사를 하지만 모르는 것은 호텔 프런트 직원에게 먼저 물어보는 게 최선이다.
일반적으로 호텔은 번화가에 위치하기 때문에 호텔 주변의 거리를 걸어보고 추천받은 카페에서 허기진 배를 채운다.
혼자 먹는 여행지에서의 식사는 당연히 노천카페가 제격이고 현지의 유명한 맥주로 목을 축이거나 웨이터가 추천하는 와인과 함께 느긋한 식사를 즐겨본다. 거리에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즐기는 식사는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함께 훌륭한 앙상블을 연출한다.
혼자라도 외로울 새가 없는 식사가 끝나면 디저트를 주문하지만 즐겨 마시던 커피는 잠시 미루고 그 지역 사람들이 좋아하는 커피를 마셔본다.
다음 날 아침, 여독 때문에 실컷 자고 싶지만 현지의 일출을 감상하고 사진에 담는 과정이 빠질 수 없다. 일출을 감상한 후 타국의 아침 공기를 맞으며 거리를 걷다 보면 아침 식사에 적당한 허기가 찾아온다.
아침 식사는 대부분 숙박비에 포함되기 때문에 호텔에서 편하게 먹는 게 좋고 느긋하게 조반을 즐기며 그날 스케줄을 체크한다.
인터넷 지도를 통해 동선을 확인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현지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볼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해서 좋다. 행선지가 멀거나 대중교통이 없는 지역이라면 렌터카를 이용하는 게 좋지만 내비게이션이 있어도 초행길 운전은 위험할 수 있고 낯선 곳에서 주차공간을 찾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게 되므로 웬만하면 대중교통이 편하고 안전하다.
주의해야 할 것은 인터넷 정보는 현지 상황과 다를 수 있고 선진국이라 해도 지역마다 치안문제는 있기 마련이므로 출발하기 전 호텔 직원에게 행선지에 관한 정보를 얻는 것이 최선이고 대부분 유용한 정보는 현지인에게 물어보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
색다른 이국의 자연은 무척이나 아름답다.
장엄한 조물주의 작품도 있고 자연이 만들어 놓은 천연 그대로의 경이로움과 함께 말로만 듣던 세계의 비경을 직접 감상할 수 있는 것이 여행의 매력이다.
인간이 대자연과 마주할 때는 숙연해질 수밖에 없고 일상에서의 모든 상념은 자취를 감춘다.
자연 앞에서 한없이 초라해진 자신을 발견하고 그 순간을 통해 영혼이 정화되는 느낌을 체험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치유이자 삶의 양분이며 작고 미약한 자신을 새롭게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보고 듣고 느끼며 자신을 반추할 수 있는 시간이 다름 아닌 여행이다.
여행하면 필연적인 코스는 역사의 흔적과 문화의 변천을 직접 확인하는 탐방이다.
세기를 지나며 마모된 인간사의 유적과 백성과 노예의 땀과 피가 구석구석 새겨진 수많은 건축물, 영혼으로 빚어낸 예술작품들을 직접 육안으로 감상한다는 것은 여행이 아니라면 불가능하다.
‘멀리 여행하는 사람은 아는 것이 많다.(He that travels far know much.)’는 말은 사진으로 남긴 기념을 결코 여행이라 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여행의 생생한 맛은 당연히 음식기행이다.
다른 나라의 음식을 맛보고 즐기는 시간은 여행의 백미 중의 백미이고 가장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TV와 유튜브로만 보던 유명한 음식을 직접 음미하고 나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
원래 음식의 진미는 한 번 먹어보고 그 깊이를 알 수 없지만 현지에서 먹는 그 나라의 대표적인 음식의 맛은 유명세만큼이나 훌륭한 맛을 자랑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처음 먹는 사람도 감탄을 금치 못하는 요리가 대부분이다.
호텔 레스토랑에서의 정찬도 좋은 추억이 되지만 셰프의 특선요리나 투데이 스페셜을 제외하면 호텔 음식은 다양한 고객들의 취향을 고려해 메뉴와 맛은 세계가 공통적이므로 여행지에서는 현지의 유명한 음식을 즐기는 게 좋다.
여행지에서 하루 일과가 끝나면 피로가 엄습한다.
풀리지 않는 여독과 시차 적응이 힘들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든 간접과 직접의 차이는 대단한 것이고 이론과 체험의 차이 또한 실로 엄청나기 때문에 여행에서 얻는 새로운 경험은 짧아서 아쉽지만 아쉬운 운치가 매력이므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것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살고 싶은 지역이 있기 마련이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며칠 더 지내고 싶은 곳도 있다.
그러나 막상 짐 싸들고 가서 그곳에서 생활하다 보면 여행과는 많은 차이를 느끼게 된다. 그것은 바로 여행과 일상에서의 감성이 구별되기 때문인데 여행은 단지 보고 즐기는 차원을 넘어 시공간을 초월한 예사롭지 않은 특별한 여행만의 의미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혼자 하는 여행은 일행과의 마찰이 없는 게 장점이다.
일행이 많은 경우에는 스케줄 때문에 서로 의견 조율도 해야 하고 비용 부담에 대한 문제도 있기 마련이며 여행을 하다 보면 쉽게 피곤할 수 있기 때문에 즐거워야 할 여행이 일행들과의 불협화음 때문에 기분을 상하는 경우는 흔히 발생한다.
특히 현지 상황이 계획과 차질이 있는 경우에는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것을 체험하게 된다. 그러므로 여행 전 완벽한 준비와 세심한 계획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해외의 유명한 관광지나 유적지에서는 주의해야 할 사항이 많다.
종교와 문화가 다른 곳은 지켜야 하는 예절이 있고 현지 법률로 지정된 금지사항도 많기 때문에 사전에 확실한 정보 숙지는 여행지에서는 필수이다.
기념으로 돌멩이 하나 주워오거나 꽃 한 송이 몰래 꺾었다가 범칙금 처벌받는 낭패를 겪을 수 있고 종교상의 관습 차이로 사소한 행동에도 오해가 생길 수 있다.
1990년대에 우리나라는 여행 자유화의 물결로 단체관광이 붐이었던 때가 있었다. 해외여행이 낯선 시기였고 인터넷이 요즘처럼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외 여행지에 대한 정보도 많지 않았다.
기업체와 관공서에서 해외연수, 산업시찰이라는 명목으로 직원들 해외여행 보내주는 게 유행처럼 번지던 시절에는 대부분 전문 가이드가 인솔하는 패키지(package) 여행상품이 많았다. 여럿이 가면 박리다매 형식처럼 가격도 저렴했고 여행사는 달라도 여행 코스와 스케줄은 꼭 같았다.
해외 관광지마다 등산복을 완벽하게 갖춰 입은 한국인 단체는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었지만 문화의 차이로 인한 행동이 현지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빈번했고 유럽에서는 한국인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고급식당도 있었다. 낮술 드시고 기분 좋아진 어르신들이 문화유적지에서 노래 부르고 춤추다 경찰에게 제지당하고 현지 뉴스에 보도되는 국제적 망신도 있었고 심지어 동남아에서 술에 취한 관광객이 난동을 부려 현지 경찰에 체포되는 경우나 한국 고위공무원이 자기 말 안 듣는다고 현지 가이드를 밀어 물에 빠트린 사건은 태국 언론에서 대서특필로 집중 보도된 적이 있었다.
여행 패키지 상품은 여행이라기보다는 단체관광으로 일률적인 스케줄, 꼭 같은 식사, 정해진 곳에서 쇼핑에 여러 인원이 맞춰야 하기 때문에 불편도 감수해야 하므로 진정한 여행의 의미는 찾을 수 없다.
무엇보다 여행은 놀러 간다는 개념으로 생각해서는 여행의 묘미를 즐길 수 없고 유익한 충전의 효과를 얻을 수 없다. 일상에서의 탈출이 일탈과 방종으로 변질되고 몰지각한 쾌락과 사치의 현장으로 둔갑되는 사례는 시대가 바뀌어도 종종 뉴스로 보도되지만 선진 국민의 성숙한 여행문화는 반드시 갖춰야 하며 여행객의 모습은 한국인의 이미지를 외국에 각인시키는 민간외교의 기회가 된다는 것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
여행은 먹고 놀기 위한 시간이 아니며 일탈도 아니다.
열심히 일한 뒤의 여행은 자신의 안목과 삶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훌륭한 충전이며 여행은 소중한 창조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