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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머니 Apr 30. 2021

기관투자자와 외국인의 주식 주문에 대해...


거래소에서 주식을 살 때 일반적으로 개인들은 현재 시장에서 형성되는 시장가주문이나 지정가 주문을 사용한다.


지정가주문(limit order)는 말 그대로 가격을 지정해서 매매하는 방식이고,  시장가주문(market oder)는 시장에서 형성된 호가를 감안하여 바로 체결시키는 방식이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주문이 있지만, 이건 나중에 한 번 자세하게 안내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관투자자나 외국인은 대량의 물량을 거래한다. 그래서 기본적으로는 분할매매를 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물량이 아주 많으면 며칠씩 나누어서 매매를 한다. 보통 대형펀드의 경우 한 종목을 팔기 시작하면 몇일씩 아니 심지어는 몇달씩 꾸준히 판다. 한 번에 팔아버리면 가격이 갑자기 밀리기 때문에 당연히 싸게 팔 수밖에 없다. 이를 시장충격비용(market impact cost)라고 부른다. 대형펀드가 되면 이러한 불리한 점이 작용하게 된다. 살 때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장 중 주문으로 보통 시분할 매매를 사용한다. 유식한 말로 TWAP(Time Weighted Average Price) 주문이라고 한다. 그냥 시간별로 쭉 동일 물량을 나누어서 매매해 달라는 말이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이걸 CD(Careful Discretion) 주문이라고 한다.  




CD주문이라고???   



사실 처음 선배들한테 이걸 듣고 굉장히 당황했다. 보통 펀드매니저가 주문을 내면 최종적으로는 증권사 브로커가 이 주문을 체결시켜주는데, 브로커한테 "알아서 조심해서 잘" 체결시켜달라는 거다. 외국에도 실제 재량주문(Discretionary Order)이라는 게 있긴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그냥 TWAP매매(시분할 매매)였다. 그냥 어쩌다보니 CD주문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왜인지는 나도 모른다. 외국애들한테 이야기 해 줬더니, 특이하다고 하더라. 그냥 글자수가 더 적어서 그런 거 아닌가도 싶다.



암튼 아침에 운용회의를 마치고, 주문을 내면 CD로 내기 때문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장 끝날때까지 줄기차게 계속 한 방향 매매다. 가끔 중간에 특별한 뉴스가 나오던지, 가격이 급변해서 주문을 중단시키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한 뱡향 쭉이다. 그래서, 종목별 투자자별 거래동향 보면 보통 파는 놈은 계속 하루 종일 팔기만 하고, 사는 놈은 하루종일 계속 사는 것이다. 가끔은 CD주문(외국애들은 TWAP )에 조건이 달리기도 한다. 얼마 이상에서 계속 팔아주라거나, 얼마 이하에서 계속 사 달라던가. 최근에는 국내에도 VWAP(Volume Weighted Average Price)주문도 하긴 하는데, 이건 거래량이 많으면 좀 많이 거래하고, 거래량이 적으면 좀 적게 거래하고, 암튼 시장충격을 최소화하는 발달된 매매방식이다. 당연히 연기금이 좋아한다. 그 쪽은 진짜 큰 손이니까. 




뭐 그렇다고 시장가주문이나 지정가주문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종목에 아주 큰 일이 생겼거나 하면 시장가를 사용하기는 한다. 그치만 이 경우에도 물량이 너무 큰 경우에는 10분 CD매도(10분동안 나누어서 팔아주세요) 등으로 한 방에 하한가 가는 일은 안 되게 조심하긴 한다(하한가 가면 못 팔잖아!!!) .




과거에는 대형 펀드들이 이 주문 가지고 장난치는 경우가 많았다. 당연히 장 막판에 물량 집중시켜서 의도적으로 가격 변동시키는 경우는 시세조작 확실하고 감방까지 갈 수 있는 있다. 본래 의도적으로 가격 움직이면 시세조작 맞다. 근데 이게 좀 애매하다. 한참 펀드 열풍 불때 자금 들어올 때마다 자기 보유 종목들을 티나게 신나게 사면서 가격을 올려가면서 사는 경우가 많았다. 싸게 사는 게 당연히 투자의 기본인데, 좀 심하게 표시를 내는 경우가 좀 있었다!!!! 유치한 성과 경쟁이었는데.. 결국 나중에 성과 꼭지 찍고 자금 나갈 때 그 대가를 고스란히 치렀다. 특히 중소형 펀드에서 이런 경향이 심했다. 자업자득이다.



아, 가끔 종가에 미친 척하고, 대량 물량이 들어오긴 한다. 바로 지수 변경 전날 또는 선물옵션만기일이다. 


지수 변경 전날은 다음날 지수에 들어가는 종목을 사고, 빠지는 종목을 파는데 인덱스 매니저는 지수 따라가려면 기계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통 종가에 한 방에 체결시킨다. 진짜 큰 대형 인덱스펀드는 일부 나누기도 한다. 그래서, 지수 편입 예정 종목들을 미리 샀다가 이날 종가에 파는 전략도 있다.


선물옵션 만기일은 미쳐 날뛴다. 그래서, 세 마녀의 날이니 네 마녀의 날이라고도 한다. 이건 나중에 아주 자세히 설명하겠다. 만기일 날 거래 잘못했다가 회사가 날아간 케이스도 있다. 외국 이야기가 아니고 국내 이야기다. 당연히 필자는 그 광경을 생생하게 목격했다...



이런 시장충격효과 때문에 대형펀드는 매매하는 게 힘들다. 초초초대형펀드라고 할 수 있는 국민연금도 좀 올랐다고 쬐끔 팔았는데, 시장에서는 난리다. 사실은 사도 난리다. 국민의 돈으로 어쩌고 저쩌고~~~ 오히려 매매에서는 개인들이 훨씬 더 유리하다. 손발이 묶인 대형펀드들의 매매패턴을 역이용해서 수익을 내는 경우도 많다. 당연히 대형펀드들 입장에서 개인들이 뜯어가는 돈은 얼마 되지도 않기 때문에 계속 이용해 먹을 수 있다.




결론은 주식시장은 내가 돈이 적다고 결코 불리한 시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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