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이야기
대학을 졸업하고 10년 만에 대학원에서 생활하려니 설레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매장을 운영하면서 학교에 다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하루하루 즐겁고 새로운 지식이 쌓이는 것은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바로 마케팅의 기본이다. 소비자가 진실로 원하는 상품을 만들어서 제안하고,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서비스하는 것이 생존의 비결인 것이다. 논문을 준비하면서 동대문 시장이 가진 잠재력을 다시 확인했고 이를 증명하고 싶었다. 지도교수님의 제안으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을 겪은 해외 도시를 분석해서 동대문 패션산업의 활성화를 연구하기로 했다. 가까운 도시 도쿄로 결정했고 6개월 간 교환학생을 신청했다.
도쿄의 대학, 기업, 기관의 도움과 지원을 통해 연구를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다. 상학연구과의 지도 교수님의 제안으로 방문한 미야기현의 케센누마니팅이라는 니트 브랜드와의 만남을 통해 많은 영감을 얻게 되었다. 니트는 직물과는 다른 조직 구조를 가진다. 원단을 만드는 원리는 실을 가지고 조직을 구성하는 것인데 직물과 편몰로 나뉜다. 직물은 씨실(가로)과 날실(세로)을 반복하며 원단을 구성하는데 이와는 달리, 편물은 고리로 실을 엮어 원단을 만든다. 니트의 조직 특성상, 신축성과 보온성이 뛰어나며 위생적으로도 효과가 좋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고리, 니트'라는 콘셉트가 케센누마니팅의 모토이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후쿠시마 발전소 사고로 재해가 일어났다. 미야기현도 피해지역 중 하나인데, 이 지역 북동쪽 끝에 위치한 케센누마라는 항구도시가 있다. 대지진이라는 재난을 통해 한 순간에 폐허가 되고 많은 사람들을 잃게 되었다. 남겨진 사람들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와 극복으로 엮어서 희망의 메시지를 니트에 담은 회사가 바로 케센누마 니팅이다. 가업인 니트라는 제품과 같아서 쉽게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고, 지역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모델이라는 점에 끌렸다. 브랜드는 이야기가 있어야 성공한다. 케센누마니팅은 이러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브랜딩과 마케팅을 동시에 성공시킨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한 벌에 백만 원을 넘는 손뜨개질로 만든 니트를 사려고 방문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케센누마니팅의 주력 상품은 아란니트인데, 아일랜드 서해안의 아란제도에서 유래된 아란니트는 신비로운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바다에서 사고가 작은 것을 염려한 어부의 아내들이 무사고를 바라는 마음으로 손뜨개를 통해 만든 니트가 바로 아란니트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자 부적 같은 고유한 무늬를 장식했고, 이 독특한 무늬를 통해 사고 이후 해안가로 밀려온 어부의 신원을 도움을 주었다는 꾸며낸 이야기다. 이러한 아란니트를 주요 상품 전략으로 한 케센누마니팅은 그 자체가 갖는 차별적인 브랜딩 요소를 가지고 고객에게 다가간다. 이처럼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기업 모델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돈을 좇기보다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세상을 이롭게 하는 선한 영향력을 기반으로 사업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