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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전히 Apr 04. 2024

마음을 아끼며 살았다

 많은 마음들을 감추며 살아왔다. 같이 일하는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었지만 끝내 말 한번 제대로 붙여보지 못하고 그만둔다거나, 반대로 누군가 나와 친해지고 싶어 한다는 사인을 보내오지만 애써 모른 채 한다거나, 호의를 유연하게 넘길 수 있었지만 굳이 되갚아 줌으로써 타인과 나 사이의 여지를 없애왔다. 지나가다 말 한마디 붙여봐도 됐었을 텐데. 친하게까지는 아니어도 안부정도는 물을 수 있는 사이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왜 이렇게 선을 그으며 살아왔을까? 생각해 보니 나는 시작과 동시에 끝을 생각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친해지고 그 관계가 깊어지면 다시 멀어질 때가 두려웠던 것이다. 그래서 애초에 마음을 아껴 쓰며 나만의 벽을 세워두고 끊임없이 혼자만의 테스트를 하며 통과한 어떤 이에게만 마음을 쓰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한마디로 겁쟁이라는 거지. 

 내가 좀 덜 아꼈더라면 지금의 관계망보다 넓었을까를 생각해 본다면 음, 글쎄. 솔직히 비슷할 것 같다. 덜 아꼈더라도 귀찮은 것을 싫어하기에 나랑 맞는 소수의 몇 명만 만났을 것이다. 다만 세상을 보는 시선이 조금 더 여유로워지지 않았을까. 한 공간에 있는 타인뿐만 아니라 지나가는 순간순간의 인연들에게도 다정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세상은 부메랑이라 믿고 산다. 내가 보낸 다정한 시선이 모여 나에게 다시 따뜻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오늘부터라도 마음을 덜 아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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