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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집은?

10일 / 40일 삶의 성찰

by 하이브라운


'사람이나 동물이 추위, 더위, 비바람 따위를 막고 그 속에 들어 살기 위하여 지은 건물'

집의 사전적 의미이다.

집이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내게는 더욱 특별하다.

집을 통해서 나의 삶을 성찰하고자 한다.


고향이 부산이다. 고1 때까지 부산에서 자랐다.

부산에서도 외지, 주택이 빼곡하게 들어선 동네에 오래 살았다.

100m 정도 블록으로 묶어진 동네는 이웃끼리 매우 친하게 지냈다.

지금 생각하면 가족이라 불러도 될 정도로 더불어 살았다.

물론 모두가 경제적으로 풍요하지는 않았지만 나눔과 베풂이 항상 이뤄졌고,

당시의 그 아름다운 모습들이 지금 내가 추구하고 있는 가치를 알게 했다..


우리 가족은 새로운 꿈을 찾아 서울로 이사를 왔다.

서울 생활의 첫 시작이라 반지하의 작은 주택에서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가끔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 집에 놀러 갔을 때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

"이런 곳도 있구나." 마치 천국을 보는 것 같았다.

감사했던 것은 크게 부럽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단지 이런 곳에서도 생활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뿐.


부모님께서는 열심히 일하셔서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 지역에 빌라를 구매했다.

우리 가족의 첫 자가이다. 작지만 방이 3개. 내 방이 처음 생겼다.

너무 기쁘고 좋았다.

밤새 눈치 보지 않고 컴퓨터를 할 수 있다니.

화장실로 옷을 들고 가지 않고 갈아입을 수 있다니.

자고 싶을 때 잠을 잘 수 있다니.

모든 게 좋았던 기억이다. 그것이 대학교 2학년 때였다.


결혼을 서둘렀다. 대학 졸업 후 바로 결혼.

아내가 연상이었고, 처가의 사정이 있어서였다.

나는 대학 졸업 후 임용 준비를 해야 했고, 부모님께서는 도움을 주실 상황이 아니었다.

처가 근처인 서울의 한가운데 중구에 신혼집을 구했다.

작은 주택의 1층 원룸. 현관문을 열면 바깥과 바로 연결되는 집.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부모님께서 신혼집을 보시고 돌아가시는 길에

눈물을 흘리셨다고 한다. 아들 부부가 처음부터 너무 고생을 한다고 생각하셨을 것이다.

자녀 결혼에 도움을 주지 미안함 또한 있으셨을 것이다.

(결혼 전에도 생각했지만, 지금도 학자금 대출없이 대학을 졸업했다는 것만으로도 난 더이상 경제적으로

부모님께 바랄 것이 없다. 너무나 감사를 드린다.)

난 첫 신혼집인 원룸에서 이상하게 불편함을 많이 못 느꼈다.

지금이라면 상상할 수 없겠지만 그 당시에는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지낼 수 있는 그 공간이 소중했다.

하지만 여러 현실의 문제로 한 달 만에 거주지를 옮기게 되었다.

세상에나 '전세자금대출'을 처음 알게 된 것이다. 정말 초보 사회인이었다.

그때까지 난 돈을 모으고 모은 만큼의 집을 구해서 살아가는 줄 알았다. 모든 사람들이.


30년이 넘은 주공아파트 15평으로 이사했는데, 처음으로 아파트 생활을 했다.

모든 게 편리했다. 주차, 쓰레기 처리, 방범, 마트 이용 등 평수가 좁고 넓음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후 같은 아파트 25평 -> 같은 아파트 19평(가정의 경제적 위기 후 이사) ->

같은 아파트 25평 (경제적 문제 조금씩 회복) 순서로 이사를 다녔다.


2021년 한창 코로나 때였다.

검색사이트를 보는데 인기 검색어(그 당시에는 실시간으로 검색어 순위가 첫 화면에 표시되었다.)에

"로또 분양"이 1위에 올라 있었다. 분양은 먼 나라 이야기라 생각했고, 청약 저축의 목적도 연말정산에

조금이라도 혜택을 받기 위함이었다.

호기심에 해당 청약을 알아보니 내가 지원할 수 있는 청약이 있었다.

7가지 이상의 조건이 모두 충족되었다.

청약 점수는 턱없이 부족하여 추첨으로 당첨될 수 있는 항목에 지원하였다.

이게 웬일. 당첨이 되었다. 그리고 2년 후인 2023년에 입주했고, 지금 살고 있다.


나에게 신축, 브랜드, 신도시, 30평대, 자가.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가끔은 여기가 내 집인가? 생각이 든다.


많은 이사를 통해 다양한 종류의 집에서 거주했다. 내가 거쳐간 집들 중에서 하나라도 소중하지 않았던 집은

없다. 가족이 함께했던 곳이라 행복했고, 살다 보니 정도 많이 들었다.

지금도 생각한다. 가족이 살아가는 데 집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요즘 주변에서 결혼하는 부부를 보면 집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집을 결정하고, 집을 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처럼 보인다.

물론 집은 중요하다. 하지만 가장 우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가정에는 사랑이 먼저였으면 한다.

집을 포함한 생활의 환경은 언제든 변할 것이고 그때마다 감사하며 행복하게 지낼 수 있게 하는

그 힘의 근원은 사랑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 중요한 가치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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