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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과 모델

9일 / 40일의 성찰

by 하이브라운

희생

'다른 사람이나 어떤 목적을 위하여 자신의 목숨, 재산, 명예, 이익 따위를 바치거나 버림'

희생의 사전적 의미이다.

난 기독교인이지만 모태신앙은 아닌지라 부모를 통해 희생을 먼저 배웠다.

특별히 어머니의 희생이 우리 가족의 지금을 있게 했다.

어린 시절부터 풍족하지 않은, 아니 늘 부족했던 우리 가족의 생활에는 어머니의 희생이 있었다.

아버지는 결혼 후부터 계속 사업을 하셨고, 잘 되었던 때보다 잘 못되었던 때가 훨씬 많았다.

아버지가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이 그렇게 부러웠다.

늘 삶에 굴곡이 없어 보여서다.

그에 반해 우리 가족은 좋을 때도 가끔 있었지만 힘들 때, 더 힘들 때, 늘 상황에 맞춰 살아왔다.

그래서 지금 내가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직업 결정에 큰 역할을 했을 듯하다.)

어머니는 여러 상황마다 자신을 희생하여 가족들을 챙기셨다. 자신을 위한 어떠한 것도 주장하지 않으셨고, 묵묵히 가족들을 챙기셨다.

우리 어머니뿐만 아니었을 것이다.

그 시절의 부모들 대부분이 그러셨던 것 같다.


어머니의 희생을 어린 나이에 알고 빨리 철이 들었다.

중학교 시절부터 공부를 잘해서(절대 자랑이 아니다. 어머니 희생을 설명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사실이다.)

담임선생님으로부터 학급 반장을 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그 당시에는 학급 회장 선거가 없었고, 반 배치 고사의 성적에 따라 담임이 반장과 부반장을 지정했다.

반장이 되면 반장의 학부모는 이것저것 학교 일을 챙기고, 학교에서 자주 오는 모습을 봤었다.

그 자리에서 선생님께 하고 싶지 않다고 말씀을 드렸다. 전혀 마음에 어려움이 없었다.


그렇게 성장을 해서 알게 된 하나는,

자녀에게 부모의 희생과 사랑이 진심으로 전달된다면

"우리 집은 이게 뭐야?"

"다른 집은 이렇게 해주는데~"

"엄마 아빠가 내게 해준 게 뭐가 있는데?"

이런 X 같은 소리를 하지 않는다는 확신이다.


희생을 보며 나 또한 자연스레 희생이 몸에 배었다. 참 감사한 일이다. 가족에게는 당연하겠지만 직장에서 이 점은 빛을 발하는 것 같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는 요즘, 특별히 그러한 점들이 더욱 두드러지는 공직에서 나에게 큰 무기가 되었다. 비록 무기가 되지 않을지언정 이러한 희생을 보고 배워 왔기에 얼마나 아름다운 가치인지 안다. 더욱 실천하며 살아갈 것이다. 이익이 없더라도. 그것이 희생이니까.


모델

롤 모델이 있다는 것은 많은 유익이 있다.

가까운 곳에 있다면 더욱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지금 직장 나의 롤 모델은 2명이다.

한 분은 우리 학교의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이시다.

대부분 정년을 퇴직하고 봉사의 개념으로 일하시는 분들이 많다. 급여는 봉사료 개념으로 매우 적지만

하루 4시간 정도의 근무는 삶의 활력을 준다고 당사자들이 말씀하신다.

우리 학교 지킴이 선생님께서는 학교에서 최연장자이심에도 불구하고 가장 인사를 잘하신다.

언제나 미소를 띤 표정으로 학교를 방문하시는 많은 분들께 좋은 기분을 전하신다.

자신의 고유 업무뿐만 아니라 학교의 돌발적인 상황이 생겼을 때 항상 기쁜 마음으로 도움을 주신다.

가끔 아들이 30이 넘었는데 장발 스타일로 기타를 들고 다니는 모습이 철없다 웃으시며 말씀하실 때는

솔직함까지 추가되어 더욱 존경스럽다.

어른이 되면 꼭 우리 지킴이 선생님처럼 넉넉하고 긍정적이며 인품으로 존경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머지 한 분은 같은 교사이고 원로 교사인 분이다.

이 분 또한 지킴이 선생님처럼 권위적이지 않고,

자신의 위치에서 주어진 질서에 따르며 어린 교사들과 소통하시려 노력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웃음소리가 엄청 커서 그분을 생각하면 호탕한 웃음소리만 생각난다. 나도 나이가 들어 언젠가는 원로 교사가 될 것이다. 젊은 교사들이 소통하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 먼저 와서 인생의 여러 일까지 상담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면 더욱 좋겠다.

그리고 좋은 기억으로 남는 사람 또한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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