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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 양귀자

삶-살아가다5

by 하이브라운

"2030 여자들이 공감할만한 포인트들과 명문장이 많아요!"

책을 추천해 주신 선생님의 추천 이유였다. 교직에는 어딜 가나 여성의 성비가 월등히 높다. 친구 한 명이 초등학교에서 혼자 남교사로 근무하고 있었던 모습도 본 적이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여교사들과 원활히 소통하고 마음을 읽고자 한다면 그 포인트들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그런데... 책이 무척 재밌다.

여자들에 대한 이해라는 목적은 저 멀리 가버리고 삶과 거기서 나오는 모순들에 놀라고 공감하고 안타까워하면서 끝났다.


어떤 장르가 될지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글을 쓰면서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소망이 있다.

오래전부터 가진 마음이었지만 최근에서야 그 계획이 구체화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탁월한 능력에 감탄했다. 마치 야구배트를 거꾸로 잡아도 3할을 친다는 타자처럼, 빠르지도 정교하지도 않지만 물 흐르듯 상대를 제압하는 태극권의 고수처럼 군더더기 없고 절제된 표현에도 모든 메시지를 전달하며 한 줄 한 줄에 철학을 담아내는 것 같았다.

타고나지 않는다면 이런 작가는 되지 못하겠지만 독자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들려줘야 하는지 교과서를 받고 공부를 시작하는 느낌이다.


안진진. 그녀로 2030 여자들을 일반화시킬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 옆에 계신 2030 동료에게 물어봤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다수가 그런지. 당연히 아니라고 한다. 아닐것 같았다.

환경을 통해서 그녀가 성장하고 만들어진 것이다. 나만의 모습이 있듯이 그녀만의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그녀 삶의 모순이 내 삶의 모순은 될 수 없지만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가족에 대한 생각과 태도, 사회생활, 사랑의 과정을 보면서 비바람맞아가며 우직하게 성장하는 나무 같았다.


나와 우리 모두는 다양한 모습으로 삶을 살아간다. 느긋해 보이는 인생도 치열하게 사는 인생도 그 안에서 행복과 고민을 가진다. 이 책을 읽고 다시 한번 명확하게 깨닫는다. 인생에서 "비교"만큼 불필요한 게 없을 거라는. 그것이 삶이라면 더더욱. 나의 인생은 철저히 나만이 평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도 인생에서의 선택을 대신해 줄 수 없다는 것을. 책임져 줄 수 없다는 것을. 나뿐 아니라 너의 삶도 너무 소중하다는 것을.


아직 안진진의 결혼 상대가 김장우가 아닌 나영규라는 사실이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것 또한 그녀의 선택이고 삶이니 존중한다. 삶은 모순의 연속이고 우리는 가끔 지그시 눈을 감고 살아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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