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과 기대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어

by 탄고

주방에서 유리잔 하나를 가져와 내 앞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이브가 말했다. 이 유리잔에 대한 이야기만 잘 마음에 담아두어도 최소한 불행한 마음을 갖는 일은 피할 수 있다,라고 말이다. 그리고 유리잔에 물을 따라주며 말을 이어갔다.


이 유리잔으로 얘기할 수 있는 건 딱 두 가지란다. 여기에 무엇을 따르냐 와 얼마만큼 따르냐이다. 내가 정말 목마르고 시원한 냉수 한 잔 마시고 싶을 땐 이 유리잔에 시원한 물로 가득 차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거다. 그러나 중요한건 꼭 유리잔에 시원한 물이 아니어도, 가득 차 있지 않아도 된다는 거지.


우리가 이 컵을 물컵으로 사용한다고해서 꼭 물이어야 할 이유도, 컵의 높이가 이만큼 된다고 해서 꼭 내용물도 이만큼 따라져야 하는 것은 아닌 거지. 무엇을 따르든 얼마만큼 차있든 그냥 담긴 것에 따라 마시지 뭐, 라는 태도가 필요하단다. 평소 무언가에 큰 기대나 집착이 가있다면 이 물 잔을 떠올리며 조금이나마 그 마음이 내려놓을 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네게 마법의 주문 하나를 방금 알려준거란다. 꼭 물이 아니여도 돼. 꼭 가득차있지 않아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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