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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약가 Feb 23. 2023

EP9. 빈자리의 무게

회피형의 연애

첫 화 




그렇게 이제는 그녀를 알기 이전의 나의 삶으로 다시 돌아왔다.

적어도 눈을 보고 손을 잡으며 마음속으로 안녕, 이라고 말할 수 있었음에 감사했다.

지난 반년 동안, 나는 충분한 시간과 마음을 들였다고 생각했다. 아쉬움은 남아도 후회는 없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곧장 방으로 가서 문을 닫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왔었다. 저녁은 밖에서 먹고 들어와 한번 방에 들어가면 나갈 일이 없었다.


거실에서 저녁을 먹는 부모님을 지나쳐 조용히 방으로 들어왔다. 불을 끈 채로 책상 위 캔들워머만 켠 뒤, 옅은 노란색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조명을 바라보며 피로한 눈에 휴식을 주었다.


부모님이 안방으로 들어간 뒤, 조용해진 거실을 다시 지나 동생이 있었던 방으로 들어가 봤다. 불과 2달 전까지만 해도 동생이 있었던 곳이다. 나는 부모님과 거리를 둔다는 이유로 가족 전부에게 소홀해지고 있었다. 일부러 늦게 집에 들어온 탓에 집에서 누군가 2달 동안이나 사라져 있었다는 것조차 몰랐었다. 그런데 누군가 있던 자리가 비워졌고, 이곳은 내일도 또 그다음 날이 되어도 계속 비어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이 방의 크기만큼 내 안에도 커다란 구멍이 생겨버린 것만 같았다. 그 구멍 사이로 사방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듯 했고, 큰 허전함이 밀려들어왔다. 누군가 있던 곳이 비워졌을 때, 비로소 그 사람의 무게를 체감하게 된다.


이 마음의 허전함은 단순히 동생이 떠나감으로 찾아온 마음만은 아니었다.

나는 방금, 지난 6개월 동안 분명히 존재했고, 그 마음을 이해해 보기 위해 무단히 애써왔던 누군가를 잃어버리고 왔다. 애써 덤덤한 척, 퇴근 후 매일 반복하는 루틴을 묵묵히 수행했다. 홈트레이닝을 하고 샤워를 하고 방에 누워 핸드폰으로 멍하니 축구를 봤다. 한동안 아쉬움이 크게 들었다. 이뤄지지 않은 관계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다.


우리 둘 다 참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열심히 마음을 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을 만큼 서로가 느끼는 각자의 두려움은 컸던 것이다. 어떤 무언가가 우리 마음을 조금 안심시켜 주었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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