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사람이 되고자 했더니, 나만 혼자 있었다. 2/4
절망편 Chapter 3. 괜찮은 사람이 되고자 했더니, 나만 혼자 있었다. 2/4
다음 날 아침, 문을 열고,
커피를 바치고, 청소와 설거지를 열심히 한 후에, 화분에 물도 주고, 복합기에 종이를 채워 넣었다.
그리고 또 다른 토너들은 얼마나 남았는지 용량도 체크하고, 남아있는 새 토너도 확인했다.
내 일을 깔끔하게 시작하는 것 같아 기분이 상쾌하고 좋아서 컴퓨터를 켜고 혼자 뿌듯함에 씨익 웃고 있는데, 처음 문을 열었던 선배가 조용히 다가왔다.
“이거 영수증 좀 정리해서 붙여 줄래요?”
고무줄로 묶인 영수증 더미였다.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자, 업체별로, 날짜별로 구분한 후에 갱지로 된 노트에 붙여야 한다고 설명해 줬다.
"네!! 알겠습니다!!!" 하고 웃으며 붙일 노트를 미리 내 자리에 잔뜩 쌓아놓고 영수증 분리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되게 많다...' 라고 혼잣말을 하자,
일 맡긴 선배가 말을 꺼냈다.
"우리 업체들이 쓴 영수증인데, 지들 바쁘다고 붙여서 안 보내주고 우리 보고 하라는 거야.
이런 업체 꽤 많으니까, 알고 있고, 영수증이 증빙이니까 꼼꼼히 해야 해.
그리고 딱풀은 안돼. 시간 지나면 떨어지니까.
불편하더라도 물풀로 써"
설명을 들으니 왜 영수증이 많은지도, 왜 물풀을 쓰는지도 이해가 가서 선배 얼굴을 보고 고개를 여러 번 끄덕이며 씨익 웃었다.
그러자 선배도 피식 웃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점심을 먹고,
사무실 돌아오면 실장님께도 선배들에게도 커피는 못 사드리지만, 내가 직접 각자의 취향에 맞춰서 타 드렸다.
처음에는 다들 부담스러워하시다가, 점차 익숙해하시고 결국 고마워하셔서, 나 자신이 너무 뿌듯했다.
이런 뿌듯함은 정말... 오랜만이었고,
더 나를 노력하게 만들었다.
회사를 다니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첫 월급을 받았다.
엄마는 좋아하며 절반을 달라고 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드렸고
그 뒤로도 수시로 돈을 요구하셨지만, 드릴 수 없었다.
내 나름의 저축도 있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취업에 힘낼 수 있게 이것저것 뒷바라지를 하느라
여윳돈이 없었다.
그날도 오후에 오후도, 평소처럼 라디오를 들으면서 풀칠을 하고 있었다. 사연을 보내면 상품을 준다는 멘트가 흘러나왔다.
그동안은 사연에만 집중하느라 상품까지는 신경 못 썼는데, 오늘에서야 제대로 들렸다.
무려, 에.스.프.레.소. 머신.
갑자기 번개 같은 생각이 내 머릿속을 스쳤다.
풀칠을 하다 말고 이면지에 연필로 머리에 생각나는 것들을 적었다.
집에서보다 오히려 회사에서 챙김을 받고 있다고,
너무 따뜻하고 좋은 회사 들어와서 내가 운이 너무 좋다고.
실장님, 선배님1, 선배님2, 세무사님 모두 아무것도 모르는 절 챙겨줘서 감사하다고 적은 후에 글을 다듬었다.
그 뒤로 매일 라디오를 들으며, 받는 사연의 주제가 매일 다르기에, 집중해서 들었다.
한편으론, 다른 사람들이 머신 다 가져가버리면 어떡하지?라는 초조함도 생겼다.
그날은 우체국을 두 번 다녀온 날이었다.
무척 습한 날이라서 시원한 물 한 컵을 마시고 자리에 앉았는데,
"오늘은 신입사원! 병아리 사원들의 희로애락을 알아볼까요? 사연 ㅇㅇㅇㅇㅇ 으로 문자 보내주세요.
짧은 문자 50원, 긴 문자 150원 유료입니다!
광고 듣고 올게요!!"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예전에 써놓은 글을 수십 번 다시 읽어봤다.
읽을수록 별로였지만,
광고는 다 끝나가고 있었고-
그래, 그냥 시도라도 해보자!
눈 감고 문자를 보내버렸다.
그러고 시간이 약간 흘러...
"역시 신입사원 분들, 처음 나온 사회가 너무 어려운가 보네요.
다들 힘들다는 사연이 많은데, 힘 꼭 내시고요!
특이하게 좋은 사연도 하나 왔네요!!
5580님!!!"
순간 악!!!!!! 소리가 나올 뻔했다!!!.
문자를 보낸 내 전화번호 뒷자리!!!!!!!!!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라디오 소리만 집중했다.
다른 분들은 조용히 일하는 거보니
모르시는 모양이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제 갓 고등학교 졸업하고
사회로 나온 신입입니다.
저는 우리 회사 면접 볼 때부터 너무 좋아서
꼭 여기 다니고 싶었는데,
운이 좋게도 붙었습니다!!!
집에서보다 오히려 회사에서 챙김을 받고 있어요!
너무 따뜻하고 좋은 회사 들어와서 내가 운이 너무 좋다고 느끼고 있는 중입니다!!
ㅇㅇㅇ 실장님, ㅇㅇㅇ 선배님, ㅇㅇㅇ 선배님 그리고 우리 회사의 대표이신 ㅇㅇㅇ 세무사님 모두 아무것도 모르는 절 챙겨줘서 감사합니다!!
그래요. 이렇게 따뜻한 회사들도 있고,
이 따뜻함을 고마움으로 표현한
신입사원도 예쁘네요.
이분, 상품 드려야겠어요!
에스프레소 머신 보내드릴 테니,
5580님!
사무실 분들이랑 티타임 자주 가지세요!!"
순간, 놀란 눈 여섯 개는 나를 일제히 쳐다보고 있었고 모두 놀랐는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었다.
쑥스러워서 난 그냥 씨익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