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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ofessor Sunny Sep 13. 2021

나의 일, 상호작용 배우기

행동치료사로 살기

우선 나의 직업에 대해 단편적인 설명을 해보면, 나는 특수교육과의 교수로서 특수교사가 되고자 하는 대학원생들을 가르친다. 혹은 가까운 미래에 특수교육과의 대학교수가 되고 싶은 박사 학생들을 지도한다. 국제 행동치료사로서는 연구 현장에서 자폐 아동과 부모를 만나 아이의 문제 행동을 줄이는 동시에 사회성 발달을 돕는 방법을 적용해보고, 또 대학에서는 나처럼 국제 행동치료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을 가르친다. 


그런데, 이 일들을 감당할 때,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예를 들면, 연구를 하기 전에 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거나, 장애 진단을 받은 가진 부모님과 치료 전 사전 이야기를 통해 아이와 가정에 더 잘 맞는 행동치료법을 찾아본다거나 하는 일이다. 대학에서도 각각 목적으로 다른 전공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주어야 한다. 이런 일들에 사람과의 관계가 얽혀 있을 때, 나는 주의력과 집중력을 최대로 발휘하여 효과적인 ‘상호작용’을 하고자 노력한다.


한 사람이 자폐로 진단받는 가장 주된 요인은 사회성 발달의 지연 혹은 결여, 반복적 행동의 발현, 의사소통 능력의 지연 등으로 볼 수 있겠다. 그중 사회성과 의사소통 능력의 지연은 꼭 자폐로 진단받지 않더라도, 정상적 발달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고, 또 개개인 스스로 고민하는 부분이 될 수도 있겠다. 실제로 비장애인인 많은 아이들이 사회성을 자연스레 습득하지 못하고,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학습하게 된다.


자폐 아동은 자폐적 (idiosyncratic)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고유 형태의 사회성과 의사소통 능력을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이 스펙트럼 안에서 생각보다 ‘중증 자폐” 판정을 받는 경우가 많다. 많은 자폐 아동의 부모님들과 가깝게 일하면서, 그들로부터  “반응”이 없는 자녀와 사는 것이 얼마나 지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다. 자극과 반응 관계에서, 자극이 주어졌을 때 (예를 들면 부모의 질문), 돌아오는 자녀의 반응이 없는 것은 부모에게도 정서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일찍이부터 심리학자들은 자폐아동의 반응성을 끌어내고자 하는 행동 훈련법/치료법을 개발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우리가 아마도 너무 당연해서 쉽게 간과할 수 도 있는 사실은, 인간 간의 상호작용이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기본적인 삶에 대한 만족을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부모와 자녀 간에 질 좋은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한다는 것은 그 관계를 너무도 쉽게 풍요롭게 할 수 있다. 그것이 굉장히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안다. 나는 처음 박사과정에 들어간 날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치료사 ( interventionist)가 되자”라고.. 좀 유치하지만, 열정 넘치는 다짐의 일기를 적었었다. 나는 행동치료사로 일 하면서 이 다짐이 비단 아이의 행동 치료에서 멈출 수 없고, 그 부모님과 양질의 상호작용을 하며 튼튼한 상호관계를 형성해야 하는 것을 배웠다. 


어찌 됐든, 이 일의 초기에는 부모님과의 관계 형성이 난제였다. 나는 본디 누구와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데 큰 거리낌이 없는 인간상이라 생각했다. 특유의 ‘한국 아줌마’ 근성이 있다고 할까. 그런데, 이 부모님과의 관계는 (행동치료사- 부모), 내가 이전에 어디에서도 연습해보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관계였고, 훈련이나 공부 없이 뛰어들었던 나에게 인간관계의 서투름이 얼마나 견디기 민망한 일인지 알게 해 줬다.


뭐 결론은 나의 초기의 접근법이 편향적일 수 있었다는 거였지만… 예를 들어, 주고받고의 관계가 아닌, 내가 정보나 지식의 전달을 어떻게든 해줘야 한다는 관계로 생각했던 것 같다. 아니면 내가 새로 맺어질 이러한 형태의 인간관계에 대해 미리 대비를 못했거나. 


행동치료사가 되고, 전문지식보다 먼저 깨우친 사실은 이런 ‘인간관계’에 대한 것이다. 아이들의 상호작용을 발전하게 해 주려고 뛰어들었던 직업에, 내가 균형이 맞지 않는 관계는 어디서도 건강할 수 없다는 것을 배운 기회였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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