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즈음, 무슨 마음을 먹었는지는 모르겠으나, 400불가량을 주고 실내에서 운동할 수 있는 자전거를 샀었다. 그 이후로는 그 물건이 있는지 없는지 신경조차 쓰지 않고, 그러다 생각이 나면 종종 타기도 했었다. 지난 6월부터는 괜스레 체력을 키우고 다이어트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별일이 없는 한 한 주에 2-3번씩 싸이클링을 하고 있다.
내가 테니스와 더불어, 무념무상으로 임하는 루틴이다. 어릴 때는 운동을 곧잘 하곤 했었는데, 일을 하기 시작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바빠지자 운동을 하는 것에 아주 큰 공백이 생겼다. 다시 시작하려니 운동은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존재인지, 꽤 낯설다. 운동을 하는 내가 낯설었지만, 일상으로 끼어들길 바라며 무작정 시작해봤다.
이 인도어 사이클이라는 것은, 무한반복으로 바퀴를 돌려야 하는 것을 인정하면 된다. 대반전이라고 한다면, 내가 4달 이상을 꾸준히 해본 결과 이 인도어 사이클은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는 것이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1시간 이상 타고, 그 안에 600칼로리 이상을 태워야 한다고 하는데, 내가 그만큼은 안 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제까지 꾸준하게 행해 온 행위들에, 장기간이 걸리더라도 결과가 보이거나 아니면 결과의 냄새라도 났기 마련인데, 이 일은 아직까지도, 내 몸이 건강해지고 있다든지, 날씬해진다든지, 지방(fat)들이 떠나가고 있다든지, 하는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다.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자, 동기화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좋아하는 일들과 하나씩 매치를 시켜봤다.
자전거를 타면서 책을 읽는다- 시야가 너무 흔들려서 실패.
자전거를 타면서 노래를 듣는다- 이건 좀 괜찮은 방법이지만, 다시 금세 심심해진다.
자전거를 타면서 티비를 본다- 티비에 집중하게 되어서 자전거 바퀴 돌리는 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결국은 동기 부여를 위한 것들을 찾아내는 것을 포기하고, 무념무상의 자세로 임했다.
자전거에 앉아서 무한히 다리를 움직인다. ‘나는 30분 동안 자전거와 한 몸인가 보다’라는 좀 멍청한 생각을 하고 앉아있어 봤다. 그러다 보니 이 격하게 움직여야 하는 유산소 운동이 눈을 쉬고 머리를 좀 비우는 명상의 시간으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