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거리에서 골든으로 이동
떠나는 날의 캘거리 시내의 아침은 한겨울 크리스마스 직전의 계절처럼 여기저기 녹지 않은 눈들이 있다. 자, 이제 다시 도시 생활을 접고 시골 생활로 잠시 이틀 돌아간다. 록키를 떠나는 아쉬운 우리에게 그나마 위안이 되는 팩트는 아직 ‘캐나다’에서 머물 기간이 5박 6일이나 있다는 점이다.
록키 밴프 인근에 들어서니, 미국 영화 속 특히 나 홀로 집에 2편의 케빈이 뉴욕에 머물며 나온 장면 중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세모 세모한 커다란 나무들 속 사이에 캐나다 무스 가족들이 나왔었다. 대학생 시절 캠프 카운슬러 아르바이트를 할 때, 캐나디안 파트너 선생님께 받은 아직도 나의 보물 상자 칸에 고이 모셔 있는 단풍잎이 그려진 빨간 터틀넥 스웨터를 입고 있는 그 캐나다 무스가 이 녀석들이구나. 이렇게 멀리서 보면 예쁘고, 이 록키의 설산 풍경과 정말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쟤네들도 나처럼 엄마, 아빠와 여행 나온 걸까?
그들에겐 록키 산맥 정도야 '이까짓 거‘겠지?
부러운 것들, 다음 생애엔 나도 앨버타주 캐나디안으로 태어날 것이다. 그것도 덩치가 가장 큰 캐나다 무스로.
분명 아직 여행일이 넉넉히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캘거리에서 밴쿠버로 돌아가는 여정 중 점심식사와 막간의 휴게를 즐기기 위해 들리는 곳들은 이젠 추억이 되어 다시 돌아가고 싶은 몇 군데를 찍고 가기로 했다. 우리 모두 일상의 별 반 다를 것 없는 담소를 나누며 이동했지만, 대화 중 한 번씩 조용해지는 성인 네 명이 탄 우리의 차 속의 분위기는 벌써 앨버타 주의 캘거리 그리고 밴프 타운의 소작함이 익숙해져 버린 떠나는 자의 아쉬움 마음을 창 밖의 거대한 설산과 자연 풍경을 바라보며 다들 마지막까지 머리와 가슴속에 담고 있었다.
캘거리를 출발 후 약 114km 지점 정도에 있는 캔모아. 점심 식사를 위해 잠시 캔모아에 들러 식사를 하고, 또다시 타운 한 바퀴를 돌았다. 이 도시는 왜 때문에 같은 곳을 구경하고 또 해도 이렇게 머무르고 싶은 걸까? 웅장한 록키 배경 앞의 캔모아 도시가 알게 모르게 주는 따뜻함이 정말 좋다.
우리의 돌아가는 여정 중 첫 번째 기착지는 ‘골든’이다. 캔모아에서 약 160km 지점, 즉 캘거리에서 약 270km 떨어져 있는, 콜롬비아 강이 아름다운 곳의 로지에서 1박 하기로 했다.
밴쿠버에서 출발하는 록키여행에서는 중간 기착지로 머무르는 소도시의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호텔 예약 어플에서 도시를 ‘무료 취소’ 옵션으로 선택해 둔 터라, 기분에 따라 (?) 그리고 기상에 따라 이동이 어렵거나 더 머무르고 싶을 때는 과감하게 변경되었던 게 정말 신의 한 수였다.
돌아가는 여정은 원래 레벨스톡과 켈로나라는 와이너리가 유명한 곳을 예약했지만, 기상 상황과 한 번에 레벨스톡까지 가기에 조금 무리가 있어 레벨스톡 대신 골든에서 우선 1박을 하고, 한겨울에 덴 우리들은 켈로나의 와이너리를 미리 짐작하고, 흔하게 가는 록키 투어의 기착지 중 하나인 캡룹스에서 머무르기로 했다.
골든에 도착할 무렵부터 열 마디 중 일곱 마디가 엄마 놀리기 그리고 농담인 아빠가 ‘고리땡’이란 단어를 수십 번을 말씀하셨다.
“우리 때는 금을 고리땡이라고 불렀어.” 라시며, 아빠의 유년 시절 5060년대와 전혀 관련 없는 이 캐나다의 골든 지역에서의 고리땡 음률은 아직도 귀에 맴돈다.
이 고리땡 아니 골든에 대해 할 말이 많다.
간단히 정의하자면, 아빠는 아직도 ‘더럽게 할 거 없는 곳’.이라고 자동으로 말씀하신다.
골든 타운에 딱 들어가니, 정말 많은 트럭들이 보인다. 탱크로리를 기본이고, 컨테이너가 주렁주렁 달린 트럭들 그리고 트랜스 포머 옵티머스 프라임 같은 트럭들이 가변에 정말 많이 정차되어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이곳은 정말 말 그래도 캐나다 트랜스 고속도로의 달리는 트럭커들에게 하룻밤 지내며 쉬어가는 곳 정도의 도시인 것 같고, 플러스 스키어들이 겨울에 주로 찾는 스키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지난 화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가 여행 갔던 시즌은, 모든 수상 액티비티, 골프 필드 운영이 중단되고 (신기했다, 겨울엔 운영 안 함) , 막 스키장 오픈을 준비하던 시즌이었다.
우리는 레벨스톡의 ‘base camp’ 브랜드의 숙소에 좋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골든의 base camp에 머물렀다. 두 번째 이름이 있는데 Kicking horse lodge이다. 키킹홀스 로지라니 뭔가 폴로 로고가 떠오른다. 이곳은 사진처럼 정말 깔끔한 통나무 숙소이다. 안타까운 건 2층에 위치한 복층 우리 숙소에 모든 캐리어를 다시 전부 오르 내려가했다.
오늘도 영화 한 장면 같은 눈이 내리고 얼음이 언 컬럼비아 강변의 로지에서 하룻밤을 보낸다는 생각에 재미없는 골든을 위로하기로 했다.
그래도 골든 타운에서 먹은 이탈리안 요릿집은 정말 우수했다. 브라보 정도.
사진처럼 파스타도 직접 생면을 뽑아 만들어 주었고, 진짜 찐 토마토와 페이스트를 사용한 파스타를 이곳에서 먹게 되었다. 게다가 피자도 직 접 돌려 핀 것 같은 쫄깃한 식감과 역시나 수제 토마토 피자 소스가 엄청 훌륭했다.
운전으로 피곤한 동생을 숙소에 내려다 주고, 엄마, 아빠와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이 황량한 도시의 그나마 재미랄까. 역시나 캐나다 대형 마트 체인 IGA 마트도 구경하고, 캐나다의 다이소 ‘달라라마’의 사촌 격인 1달러 샵도 있어 나름 즐거웠다.
아, 어제까지 분명 나는 캘거리의 마천루 사이의 호텔에 있었는데, 여기선 메이드인차이나 물건들로 채워진 1달러 샵에서 행복을 느끼고 있다니. 나뿐만이 아니고 부모님 두 분 모두 얼마나 웃으셨는지 모른다. 그깟 1달러 샵이더라도 남은 여행기간 동안 필요한 물품들을 저렴한 가격에 이것저것 샀다. 내 기억에 나는 갑작스러운 폭설에 대한 경험으로 3불 주고 털모자와 3불짜리 털장갑 하나를 골랐다.
여행이 이런 묘미가 아닐까? 출발 전 나름 폭풍 검색을 하며 최대의 행복을 누리고 온다 생각했는데, 갑자기 골든에서 머무르고, 부모님과 1달러 샵에서 뭐가 웃기는지 서로 더 이상한 아이템 들고 와 써보고 웃고, 또 아빠가 조금이라도 크게 웃으면, 엄마한테 혼나고, 총체적 난국인 고리땡에서의 기억은 결국 지금 글을 쓰며 생각하니, 이것도 즐거운 순간이었다.
아, 또 재미있는 건, 이 척박한 골든의 1달러 샵에서 삼성페이가 가능했다. 세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