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과연 단칼에 끊을 수 있을까?
그렇게 커피가 좋을 수 없다. 다행히도 커피는 흔히 ‘끊어야 한다’고 말하는 3대장 안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솔직히 생각해보면 꼭 마셔야만 하는 필수품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는 내게 있어 단순한 기호식품을 넘어선 지 오래다.
나는 매일 아침과 저녁, 두 번씩 약을 먹는다. 이런 생활이 오래되다 보니 커피를 마시는 시간도 자연스럽게 조절해야 했다. 약물의 흡수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공복 커피를 피하고, 하루의 첫 커피를 점심 이후로 미루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내 몸은 이미 오전의 커피를 원하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차선책을 찾았다. 약을 먹는 시간을 새벽으로 당기고, 알람을 맞춰 약을 먹고 다시 잠드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노력을 두고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해?"라고 묻지만, 나에게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다.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이자, 하루의 흐름을 조절하는 중요한 요소다. 약을 먹고 나서 시간이 지나면 몸이 에너지를 필요로 하듯, 내 정신도 커피 한 잔을 필요로 한다. 결국 나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하루의 리듬을 조정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커피를 배우다, 커피에 빠지다
처음에는 그저 향이 좋아 마셨다. 하지만 점점 더 커피에 관심이 생기고, 공부하고, 깊이 빠져들게 되었다. 커피의 종류와 원두에 대해 알아가면서, 커피 한 잔에도 무수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단순한 ‘쓴맛’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산미와 바디감, 로스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풍미를 경험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렇게 나는 커피를 ‘배우는’ 사람이 되었다. 커피 클래스를 찾아 듣고, 다양한 원두를 비교하며, 커피에 대한 책을 읽었다. 인도네시아 링통 만델링,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수마트라 원두 등 여러 가지 해박해 보이는 단어들을 익히고, 직접 마시며 차이를 느꼈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은, 결국 커피의 맛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최고로 평가받는 원두도 내 입맛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고, 반대로 흔한 블렌드 커피가 나에게는 가장 익숙하고 편안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를 배우고 이해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다. 커피를 공부하면 할수록 더 좋은 원두를 찾고, 더 맛있는 커피를 내리고 싶어졌다. 그렇게 커피는 단순한 기호식품에서 취미가 되었고, 어느새 내 삶의 중요한 일부가 되어 있었다.
처음 마셨던 그 커피 한 잔
내가 처음으로 ‘진짜 커피’를 경험했던 순간을 떠올려보자.
2002년, 뉴질랜드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이었다. 학교 주변에는 수많은 카페가 있었고, 그중에서도 스타벅스는 유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이었다. 그 당시 환율로 계산하면 아메리카노 한 잔이 약 1800원 정도, 프라푸치노는 2700원 정도였다. 그 돈을 주고 커피를 사 마시는 것은 그 자체로 일종의 ‘유학생 라이프스타일’처럼 느껴졌다.
빅토리아 스트리트 사거리에 위치한 스타벅스는 항상 사람들로 붐볐다. 마치 도쿄 신주쿠의 바쁜 거리처럼, 이곳에는 출퇴근하는 직장인들과 학생들이 뒤섞여 있었다. 그곳에서 커피를 주문하는 것은 단순한 소비 행위가 아니라, 마치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주문을 하면 바리스타가 내 이름을 컵에 적고, 잠시 후 크게 불러준다. “One Americano for Kristy!”
그때마다 나는 마치 무대 위로 상을 받으러 가는 것처럼, 괜히 쑥스러우면서도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컵을 받아 들고 나면, 자연스럽게 어깨가 올라가고, 스타벅스 로고가 박힌 컵을 손에 든 채 오클랜드 시내를 거닐었다. 누군가는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쳤겠지만, 그때의 나는 ‘이게 바로 진짜 유학생이지’라며 스스로에게 만족했던 것 같다.
그 순간의 감각이 내게 커피를 특별한 것으로 만들었다. 단순히 카페인이 필요해서 마시는 것이 아니라, 그 분위기와 감성을 함께 소비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감각은 지금까지도 내 안에 남아 있다.
커피와 함께한 순간들
그 후로도 커피는 내 삶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함께했다.
기분이 울적할 때면 따뜻한 라떼 한 잔을 마시며 위로를 받았고, 바쁜 업무 중에는 에스프레소 한 잔으로 집중력을 되찾았다. 친구들과의 만남에서도, 혼자만의 사색을 즐길 때도, 여행을 하면서 낯선 도시의 카페에 들를 때도, 항상 커피가 있었다.
특히 해외여행을 갈 때마다 그 나라의 카페 문화를 경험하는 것이 작은 즐거움이었다. 일본의 조용한 커피 전문점에서 마신 핸드드립 커피, 파리의 노천카페에서 마신 에스프레소, 뉴욕의 작은 로컬 카페에서 맛본 콜드브루까지. 커피 한 잔에 담긴 분위기와 감성이 그 순간의 기억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과연 커피를 끊을 수 있을까?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커피를 단칼에 끊을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해,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커피는 단순한 기호식품이 아니라 내 일상의 일부이고, 삶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하루를 시작하는 모닝커피, 점심 이후의 여유를 주는 커피, 그리고 밤 늦게까지 무언가를 하며 마시는 마지막 한 잔까지. 커피 없는 하루는 상상하기 힘들다.
어쩌면 나는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커피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이면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