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무에게서 인생을 배웠다', 우종영
나만의 치유방법, 자연에게서 들리는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
산책을 하다보면, '숨어 있는 작은 것들'을 마주칠 때가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조심스레 만지다보면, 말을 걸어온다.
이렇게 말을 걸어오는 존재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다보면, 내 몸 속 어딘가에 있는 아가미가 느껴진다.
아, 나는 지금 숨을 쉬고 있구나
인간은 생각보다 강하다. 숨통이 트이지 않은 채로도 꽤 오랜 시간을 버티고, 잘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가미가 느껴지는 순간을 만나면 깨닫는다. 그동안 제대로 숨 쉬지 못하고 살아왔다는 걸. 나만의 숨을 쉬고 나면, 새로운 삶이 열린다.
오래 전부터 자신만의 호흡법을 찾은 이를 만났다.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이 책의 저자, '우종영'은 나무의사다. 말 그대로 나무의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나무의사다. 그는 나무의사가 공식적인 국가 자격증으로 채택되기 전부터 나무의사를 해왔다. 고등학교를 제대로 졸업하지 못한 그가 우연히 원예농원에서 배우게 되면서 나무의사의 길을 걷게 된다.
30년을 나무의사로 살면서, 그는 수많은 나무를 치료해줬지만 나무는 그에게 더 많은 것을 주었다. 그는 나무를 통해 삶을 배웠다.
늘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지만, 나무는 실은 누구보다 주변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다. 실은 주변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늘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응했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일지도 모른다.
막 싹을 틔운 어린 나무는 성장하지 않는 '유형기'를 거친다. 자기 안의 영양분을 자라는데 쓰지 않고 오직 뿌리를 키우는 데 쓴다. 눈에 보이는 생장보단, 자기 안의 힘을 다지는 것이다. 오래 비축하고 다질수록 어떤 세월에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나무가 된다. 내 안에는 얼마만큼의 뿌리가 단단히 내리고 있을까. 성장보단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나무를 통해 하게 된다.
나무는 수명을 다하거나 재해로 쓰러지면, 그 자리에 빈공간이 생긴다. 거기에 볕이 들고, 낙엽이 뒤섞이며 새로운 땅이 된다. 생명이 자라는. 나무는 죽는 순간에도 내어주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곤충들이 나무를 해부하고, 곰팡이균들은 해부된 목질을 잠식해 간다. 나무는 미련 없이 받아들이고, 자신의 몸을 내주는 데 한치의 미련이 없다. 기꺼이 수많은 생명의 먹잇감이 된다. 죽음으로, 삶의 정점을 이룬다.
30년 평생 나무와 대화하며 산 사람. 나무에게서 배운 사람. 그에게서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속 뱃사공 바주데바를 목격한다. 평생 강물에게서 배운 사람. 그는 제대로 된 학문을 배운 적도 없지만, 주인공 '싯다르타'는 그에게서 고타마, 부처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 역시 고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했지만, 우연한 기회로 나무를 만났고,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평생 나무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된다.
자연에게서 배운 사람들은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오히려 듣는다. 강물에게서, 나무에게서. 나는 그것이 치유라고 생각한다. 치유는, 말을 줄였을 때 일어난다. 침묵할 때, 내 안의 깊숙한 뿌리에서부터 이야기가 들려온다. 그래서 나에게 산책은, '숨어 있는 작은 것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일종의 치유다.
자연은 우리의 가장 좋은 친구다. 서두르지 않고 인내하며 다정하게 말을 걸어오는 친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말을 멈추니, 고통도 멈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