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고양이는
이름난 화가의 이름을 갖고 있지만
예술적 소양은 하나도 없어서
뚱뚱이로 더 많이 불리고
세상에 나온 지 칠 년이 되었으니
사람 나이로는 마흔 살 정도란다
중년에 접어드는 만큼
철이 좀 들었으면 좋겠고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되도록
나가서 일자리를 알아보거나
장을 보고 저녁 준비를 하거나
하다못해 자기 밥그릇 설거지라도
스스로 했으면 좋겠는데
앞발로 안경을 밀어 올리면서
책을 읽고 시국을 논하고
야옹거리면서 사장 욕을 하거나
발톱으로 세심하게 채소를 썰거나
물을 싫어하니 투덜거리면서
그릇에 묻은 사료를 씻어낸다면
얼마나 우습고도 대견할까
그런 생각에 혼자 쿡쿡 웃는 나를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고 있는 요것이
평생 살림만 축내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으니
오래오래 건강했으면
게으르고 행복했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