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이쯤에서 모디와의 이야기를 마무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모디는 이제껏 썼던 글들에 나온 것 이상으로 다양한 면모들을 가지고 있답니다. 하지만 다른 고양이들도 이미 잘 보여주었던 부분들은 쓰지 않았지요. 너무 개인적인 깨달음들 또한 썼다가 지워 버리기도 했고요. 더 쓰면 이전에 한 말들만 지루하게 반복될 것 같기도 했더랍니다.
모디와 함께하는 삶을 통해 저는 인생 처음으로 감사함이 무엇인지를 깨달았습니다. 모디 덕분에 매일 제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을 해 나갈 수 있음에 감사하고, 하나의 순수한 생명과 보내는 유한한 시간의 무한한 가치를 배워서 감사합니다.
모디는 앞으로도 단순하게, 유연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냥생을 잘 살아갈 예정입니다. 집사들이 옆에서 최선을 다해 모실 것이니까요. 그 대신 모디는 매일 어김없이 집사들에게 찰싹 달라붙어 고롱고롱 사랑한다는 소리를 내줄 것이랍니다. 어제도 오늘도 그랬으니 내일도 그렇게 해주겠지요. 쿠리쿠리 털냄새로, 투실투실 뱃살로, 말랑말랑 젤리로, 꿈벅꿈벅 눈으로도 사랑을 줄 테고요.
모디와의 마지막 날이 오면 그때가 언제이든 지나간 시간들에 대한 후회가 아주 많이 남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후회하는 일 하나 없이 사는 삶이 어찌 사람다운 삶이라고 하겠습니까. 지나간 일에 미련이 남는다고 해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를 마음에 담아둘 줄 알아야 진정한 집사로, 한 명의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주에는 스스로 빛을 내는 별들이 있는 반면, 그 빛을 반사해야만 보이는 별들도 있지요. 하지만 지상의 우리에게는 모두 다 빛나는 별이랍니다. 별빛은 매일 거의 변화가 없고, 머나먼 과거의 것이지만 지금 이 순간 우리의 가슴을 새로운 설렘으로 가득 채웁니다. 이 조그만 땅을 밟은 채 광대한 하늘을 올려다보는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게 하고요. 모디와 함께한 어제는 오늘의 빛이요, 내일의 희망입니다.
가끔 뒤를 돌아보세요. 고양이 한 마리가 제 인생을 바꾸어 놓았듯 여러분의 과거에도 분명 현재와 미래를 아름답게 만들어 줄 무언가가 있을 것입니다. 이미 지나온 평범하고 별 일 없는 시간들이 소중한 이유는 오히려 그 잔잔함 덕분에 안에 있었던 수많은 특별함을 더 잘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인생을 더 나은 방향으로 가도록 해줄 표지는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어딘가에는 반드시 있답니다. 비슷하지만 행복했던 하루의 어느 곳에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