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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메이트 Oct 16. 2023

우리 딸 잘 챙겨라

주말에는 한번씩 모로코의 움미(모로코 말로 '엄마')와 통화를 한다. 남편의 어머니, 그러니까 나에겐 시어머니 되시는 분이지만 이상하게 시어머니라는 호칭이 입에 잘 붙지 않는다. 마도 그건,

"우리 딸 잘 있지? 붑커가 잘 챙겨줘라."

움미의 단골 멘트 때문이 아닐까.


움미는 매일 새벽 4시에 기도를 하러 일어나시는데 그 때마다 우리를 위한 기도도 언제나 빠트리지 않으신다. 매주 금요일에는 남편에게 안부 인사와 함께 장문의 기도를 메시지로 보내주는데 그 마무리는 항상 '우리 딸 잘 돌봐줘야 한다'로 끝난다. 렇다보니 며느리 보다는 막내딸이 된 느낌이다.


하루는 남편에게 물어봤다.

"움미는 내가 밉진 않으실까. 예쁜 아들을 바다 건너로 훔쳐왔잖아."

남편은 말했다.

"움미는 그 반대야. 여보는 외동딸이잖아. 우리 결혼하기 전부터 그걸 가장 신경쓰셨어. 미는 자식이 일곱이나 있는데도 나를 보낼 때 허전한 마음이 드는데, 하나 뿐인 외동딸을 시집 보내는 부모님 마음은 감히 상상이 안된다고. 그래서 더 잘 돌봐주라고 신신당부 하시는 거야."




나>> 움미는 천사가 아닐까? 어떻게 날 친딸처럼 챙겨주시지.

붑커>> 하하, 근데 그건 엄마아빠도 똑같잖아.

듣고보니 그렇다. 우리 엄마아빠도 남편을 끔찍이 생각하신다. 전화를 해도 남편 안부부터 물어보시고, 나랑 만날때는 '어, 우리딸.'인데 남편이랑 만날때는 '하유~ 우리 뿝커! 보고싶었어~~ 잘 지냈어?!' 아주 하트 뿅뿅에 목소리 톤이 한 옥타브는 높아진다.


부모님 사랑을 한껏 독차지하는 무남독녀 외동딸로 삼십년을 살았건만. 요즘은 엄마아빠랑 남편이랑 넷이서 외식을 할 때면, 남편이 생긴건지 아니면 재롱둥이 막내동생이 생긴건지 끔은 알쏭달쏭지는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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