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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메이트 Sep 05. 2024

프라하에서 첫 카우치서핑을 하다

체코- 프라하

유럽에서 카우치서핑 호스트를 찾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휴가철이라 대부분의 호스트들 역시 집에 머무르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가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여 카우치서핑은 못하고 있다가 드디어 프라하에서 한 호스트를 찾았다!


호스트 '보우타'는 마르고 큰 키에 선한 눈매를 가진, 우리 나이 또래의 젊은 청년이었다. 그는 이미 수많은 국적의 여행자들을 호스팅하여 200개가 넘는 리뷰를 보유한 카우치서핑 전문가였다. 그중에 나쁜 리뷰는 단 한개도 없었다.


2박 3일을 보우타의 집에서 지내는 동안 아쉽게도 긴 시간을 함께하지는 못했다. 평일이라 그는 거의 하루 종일 근무가 있어서였다. 그래도 일몰 후부터 잠들기 전까지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그사이 여러 대화를 나눴다.

"집 근처 펍에 가서 얘기할까?"

"좋지!"

보우타의 집 옆에 있는 작은 펍에서 만남을 기념하기로 했다. 늦은 밤, 여름임에도 선선한 프라하 외곽의 거리는 지나는 사람 없이 고요하고 가로등 불빛만 은은했다. 우리는 바깥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밤공기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서히 어색함을 풀어갔다.


알고보니 보우타는 우리와 접점이 많았다.

"난 한국을 정말 좋아해. 몇년 전에 여행도 갔었어!"

"오 정말?!"

보우타는 볼거리, 먹거리가 가득한 우리나라에서 특별한 추억을 쌓았다고 한다. 체코에 돌아와서도 한국음식을 해먹을 정도로 우리나라에 큰 호감을 갖고 있었다. 보우타의 집에 가면 부엌에 김, 초고추장, 참기름, 라면 등이 있어 우리나라 사람이 살고 있나 착각이 들 정도였다.


또 한가지 접점 있었다.

"여자친구와 같이 살 준비를 하고 있는데 조언해줄 수 있을까?"

사실 그는 모로코 여자친구와 결혼하여 체코에서 거주할 계획을 하고 있었다. 우리와 같은 국제커플이었던 것이다!

"비자 준비하기 진짜 힘들겠다. 그마음 우리도 알지.."

결혼비자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며 보우타와 우리 사이 마음의 거리는 빠르게 좁혀졌다.

보우타는 이미 여자친구와 류상 혼인신고는 마친상태였고 여자친구의 혼인비자 발급을 위해 주모로코 체코 대사관에 연락을 취하는 중이었다.

"최대한 빨리 여자친구를 데려오고 싶은데 쉽지가 않네. 대사관에 문의해도 그냥 기다리라는 말 뿐이야.."

보우타는 조금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2년 여 전 우리가 밟았던 그 절차가 고스란히 떠오르면서, 이 커플의 재회를 온힘 다해 도와주고 싶은 오지랖이 샘솟았다.

유대감더욱 커진 건 보우타 커플이 만나게 된 정이 우리와 비슷해서이기도 했다. 이 두사람도 여행 중에 처음 만났고, 카우치서핑을 통해 서로를 호스팅한 경험이 있었다. 이런 과정에서 사랑이 싹트고 여자친구 부모님댁에 찾아가 정식으로 인사를 드리면서 결혼이 성사된 것이었다.

"꼭! 빠른 시일 내에 함께할 수 있을거야."

우린 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보우타에게 알려주면서 힘주어 격려의 말을 전했다.


낮은 구름이 깔린 프라하


성 비투스 대성당


프라하의 풍경을 더욱 달콤하게 만들어주는 아이스크림


고전적 스타일의 차가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도시 프라하와 잘 어울린다. 이와 비교하면 현대의 차량은 좀 심심하게 느껴진다.


노을 지는 카를교


또다른 고전적 디자인의 차


하벨 시장


중세의 자취를 품은 비셰흐라드


천문시계


어느 벽면에 걸린 니콜라 테슬라의 초상화. 각종 전자제품의 사진을 콜라주하여 만든 것이 인상적이었다.



비셰흐라드의 묘지에는 각 분야의 유명인들이 잠들어 있다. 위 사진 속의 사람들은 묘지에서 중세의 복장을 하고 무언가를 촬영중이었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프라하


카를교에서 바라보는 프라하성의 야경

남편은 프라하가 오기 전에 상상했던 모습 그대로라고 했다. 건물의 벽돌 하나, 다리의 이음새 하나, 동상의 주름 하나에도 지나온 역사의 길이 담겨 있다. 세월이 겹겹이 쌓여 거뭇하게 변한 외벽을 가진 성당의 종탑에서는 수백년 전부터 타종되었을 쇠종소리가 려나온다. 를교를 지나는 사람들은 다리 위 예술가들의 선율에 매료되어 발걸음을 멈추고 가족 또는 연인의 어깨에 기대어 연주를 감상한다. 러다 밤이 되따뜻한 빛깔의 조명이 강물에 일렁이면 우리 마음도 왠지 따라 일렁다.


옆에 있는 사람나지막히 얘기하며 걷 싶어지는 곳.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데려오고 싶은 곳이 바로 프라하였다.

우리 친구 보우타도 지 않아 이 아름다운 밤거리를 여자친구, 아니 이제는 아내라는 이름의 동반자와 함께 걸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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