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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메이트 May 27. 2022

아티카 아티카와 - 마라케시의 응원가

모로코 여행기 #4

모로코는 축구에 진심인 나라이다.

우리나라도 한일전이 열리는 날에는 온 국민이 진심이 되는 것 같지만,

유달리 모로코 국민들은 축구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국가대표팀의 경기 뿐 아니라 국내의 여러 프로축구팀들끼리 겨루는 경기에도 열띤 응원을 보낸다.  


붑커, 하미드와 함께 탄지아를 먹으면서 월드컵 이야기가 나왔다.  

내일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예선전 중 모로코와 알제리의 경기가 진행되는 날이었다.  


하미드>>마라케시에서는 이렇게 응원해. 따라해봐! '아티카~'

나>>아티카~?

하미드>>응! 그 다음, '아티카와~'

나>>아티카와~?

하미드>>그렇지! 이제 그걸 노래로 부르면 돼. 아티카~ 아티카와~ 아티카~ 아티카와~

나>>아티카~ 아티카와~ 아티카~ 아티카와~


시키면 다 따라하는 내가 웃겼는지 붑커와 하미드가 잘한다며 깔깔 웃는다.


나>>근데 이게 무슨 뜻인데?

붑커>>그냥 응원가야. 아티카 아티카와~ 이렇게 노래하면서 응원하는거지.

하미드>>다른 것도 있어! 이거도 따라해봐. '디마 코캅'!

나>>디마 쿠카?!

하미드>>코~캅. 디마 코캅!

나>>디마 코캅!

하미드>>그렇지! 내가 '디마디마?' 하고 물어보면, 네가 '디마 코캅!' 하고 대답하면 돼.

            디마디마?!

나>>디마 코캅!!

하미드>>Yeeeeeeeeees!! Hahahahahaha


붑커와 하미드가 또 껄껄껄 웃는다. 이건 또 무슨 뜻인거야?!


붑커>>마라케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코캅'이라는 지역 축구팀을 응원해. '디마'는 'Cheer for (응원하다)' 라는 뜻이야. 그러니까 '디마 코캅' 이라고 하면 코캅을 응원한다는 뜻이지.


그렇다. 마라케시를 관광할 때 음식점이나 시장에서 '디마 코캅!'을 외치면 사장님이 곱빼기로 밥을 주시거나 덤을 얹어 주실지도 모른다. 그러나 혹여 사장님이 'No! 디마 라쟈 (카사블랑카 지역 축구팀)!!!'를 외치며 눈을 부릅뜨실 수도 있으니 섣불리 시도하지는 말자. (어디까지나 저의 상상입니다.)


가족들 사이에서도 열띤 축구 응원은 계속된다.

붑커와 붑커의 누나, 그리고 조카들과 함께 엘 자디다의 한 커피숍에 간 날. 마침 라쟈와 위닷의 경기가 TV에서 중계되고 있었다. '라쟈'와 '위닷'은 둘 다 카사블랑카의 지역 축구팀이다. 카사블랑카 사람들은 라쟈 편, 위닷 편으로 나뉘어 종종 기싸움을 한다. 붑커는 위닷 편이고, 붑커의 셋째 누나인 '일함'은 라쟈 편이다. 붑커의 두 조카이자 일함의 두 아들인 '알리'와 '야히야'는 각각 위닷 편, 라쟈 편이다. 다들 열심히 경기를 관람하며 디마 라쟈! 디마 위닷!을 외친다.

나는? 이기는 팀 편이다.  

가끔 붑커, 알리, 야히야와 함께 산책을 나가거나 카드게임을 했는데, 알리와 야히야는 심심하다 싶으면 한 번씩 나에게 물었다.

알리>>위닷 응원할거지?

야히야>>아니지? 라쟈 편이지?

나>>음... 나는... 라쟈!!!

야히야>>예쓰!!

붑커가 위닷 편이니, 내가 위닷 편을 들면 혼자 라쟈를 응원하는 야히야가 외로울까 싶어 나는 항상 라쟈 편을 든다. 그럼 알리는 나를 귀엽게 째려보며 "No! 디마 위닷!! 디마 위닷!!"을 외친다.


여기서 잠깐.
라쟈의 상징은 초록색, 위닷의 상징은 붉은색이다.
데리자로 초록색은 '하다르', 붉은색은 '함마르'라고 한다.
그래서 라쟈를 응원할 땐 디마 하다르,
위닷을 응원할 땐 디마 함마르라고 외치기도 한다.



어쨌든, 지금은 마라케시니까 나는 디마 코캅!



배부르게 탄지아를 먹은 다음 날.

우리 세 명은 또 다시 저녁을 먹으러 모였다.

오늘은 케프쟈를 먹으러 간다. '케프쟈'. 잘게 간 소고기 또는 닭고기에 양파와 각종 향신료를 넣어 경단만한 크기로 동글동글 빚어 요리한 음식이다. 우리나라의 떡갈비와 비슷한 맛과 식감을 느낄 수 있다.  

케프쟈를 먹으러 차를 타고 가는데, 도로가 심상치 않았다.

나>>차가 엄청 막히는데?

붑커>>오늘 알제리랑 축구경기 한 거 알지? 거기서 모로코가 이겨서 지금 사람들 다 도로로 나왔어.

와우. 차, 오토바이, 사람들로 가득찬 도로 한복판에서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수 많은 차들이 경적을 울리고, 차 위로 올라가서 모로코 국기를 흔드는 사람들, 춤추며 응원가를 부르는 사람들의 열기로 선선한 밤공기마저 달아오르고 있었다. 우리도 덩달아 차 안에서 같이 응원가를 불렀다.


아티카~ 아티카와~



인파는 점점 더 많아져 차 안에만 있기에는 아까운 광경을 이루고 있었다.  

그냥 지나가기엔 아깝지. 결국 우리도 밖에 나가 같이 춤을 추고 놀았다.


모로코 축하해!

 

이 날 사람들이 유독 기뻐했던 이유는 모로코가 축구를 사랑하는 나라여서이기도 하지만,

평소 영토 문제로 알제리와 갈등이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우리가 한일전은 이겨야 직성이 풀리는 것과 비슷한가보다.

모두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신나서 엉덩이가 들썩인다.

그 때, 낯선 사람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 저기, 제 딸이 같이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데, 찍어줄 수 있나요?

어린 딸아이의 손을 잡고 축제를 즐기러 나오신 한 아버지셨다.

나>> 물론이죠!

나와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니. 신기하기도 하면서 괜히 우쭐하다.

그 때 붑커가 내 앞을 가로막더니 아이의 아버지와 데리자로 몇 마디를 나눈다.
그러다 갑자기 두 사람과 옆에 있던 하미드까지 빵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나>> 하하, 뭐야 왜 웃어? 너 뭐라고 한거야?

붑커>> 내가 너랑 사진 찍으시려면 1유로 내셔야 한다고 했더니 저 분이 '내 딸이랑 사진 찍는 건 훨씬 비싸서 안되겠다.'고 하셨어. 하하하하하

나>> 뭐?! 하하하하하하하

모로코에서는 처음 보는 사람과 농담을 주고 받는 것이 예사로운 일이다. 이런 점이 모로코를 좀더 사랑스럽게 만드는 것 같다. 유쾌한 기분으로 아이와 기념 사진을 찍었다.  


  

양 볼에 모로코 국기를 그린 사랑스러운 소녀에게 엉거주춤 안긴 나.



귀여웠던 부녀와의 만남을 뒤로 하고 이제 케프쟈를 먹으러 간다.

케프쟈를 파는 식당은 정육점이 내부에 있다. 정육점에서 고기의 종류와 양을 먼저 고르고 계산을 마치면 그 고기를 요리해서 테이블로 가져다 주는 방식이었다. 우리는 소고기 케프쟈를 골랐다.

   

모로코의 빵 홉스에 케프쟈와 야채를 곁들여 먹으면 꿀맛이 따로 없다. 구운 토마토, 양파, 호박, 가지는 케프쟈의 풍미를 극대화 시킨다.  


어제 먹은 탄지아에 이어 오늘의 케프쟈까지.

모로코의 음식은 왜 죄다 맛있는 걸까.

오늘도 뱃살이 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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