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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메이트 Jun 29. 2022

결혼비자 받는 게 이렇게 어려워?

삼십 평생 비자 발급이라는 걸 해 본 일이 없다.

우리나라의 여권으로는 여행 비자 없이도 거의 모든 국가를 여행할 수 있고, 해외에 장기 거주를 할 일은 없었기 때문에 특별히 다른 종류의 비자가 필요했던 적도 없으니까.


그랬던 내게 생애 처음으로 비자를 신청할 일이 생겼다. 이름하여 '남편 데려오기 프로젝트'.

모로코 사람인 남편이 한국에 이주를 목적으로 입국하기 위해서는 결혼비자를 받아야만 한다.    

결혼비자를 받으려면 먼저 모로코 또는 한국에서 혼인신고가 이루어져야 하기에 우리는 서둘러 한국에 혼인신고를 했고, 신고가 수리되자마자 비자 신청 준비에 착수했다!   

그러나 말이 쉽지. 챙겨야 할 것이 뭐 이리 많은지.. 머리 나쁘면 비자 신청도 못하겠다.

언제 서로를 처음 만났는지, 서로의 국가를 방문한 적이 있는지, 과거에 혼인을 한 적이 있는지, 직장은 어디인지, 소득은 얼마인지, 주거지는 어디인지 등등 나의 인적사항을 상세히 기록한 초청장. 초청장의 내용을 증명할 수 있는 각종 서류들. 교제의 진위 여부를 알 수 있는 사진과 의사소통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대화내용. 첫 만남부터 결혼을 결심하기까지의 스토리가 전부 담긴 교제경위서 등등.. 여기에 남편이 모로코에서 준비해야 할 서류들까지 더하여 주모로코 대한민국 대사관에 제출해야 한다.  

모든 서류를 준비하고 보니 거짓말 좀 보태 책 한권은 만들겠더라. 이 중에 하나라도 잘못 준비하면 까딱하다가 몇 개월을 생으로 기다려야 하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서류를 검토하여 비자 수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내용이 있을 경우 비자가 불허되고, 6개월 후에나 재신청이 가능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골치가 아플만도 하지만, 우리는 비자를 준비하는 내내 힘든 줄을 몰랐다. 무엇보다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기에 각자 퇴근 후에 또는 일하는 중간중간에도 부지런히 서류를 준비했고, 그러면서도 피곤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는 사실 필요한 서류의 대부분을 인터넷으로 발급할 수 있었기에 준비가 한결 수월했다. 하지만 모로코는 서류 하나 만들려면 신청하는데만 몇시간을 줄 서서 기다려야 하고, 발급되기까지도 며칠을 더 기다려야 해서 남편이 고생을 많이 했다. 런데도 짜증 한번을 안 낸 남편. 회사 일에 집안 일에 신경쓸 일도 많을텐데 항상 웃으며 "얼른 만나고 싶어서 서류 하나하나 갖춰갈 때마다 설렌다."고 말해주는 남편이 너무도 고맙다.


이제 곧 남편이 비자를 신청하러 대사관에 가는 날이다. 비자가 수리되기까지는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한달까지 걸린다고 한다. 분 일초라도 빨리 비자를 받기 위해 일사천리로 직인 우리 두 사람에게 부디 행운이 따르기를 빌어본다.




남편은 하루의 무리를, 나는 하루의 첫걸음을 영상통화로 시작한다. 모로코와 대한민국의 시차가 8시간이라서 남편이 자려고 침대에 누울 때 쯤 나는 일어나서 곱을 뗀다. 남편은 잠들기 전, 나는 출근 전, 각자의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면서 이야기 꽃을 피우는 이 시간이 하루 중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어떤 때는 빨리 통화하고 싶어서 이른 아침 6시부터 눈이 저절로 떠지기도 한다. 남편도 마찬가지로 더 오래 통화하고 싶어서 새벽 2시가 넘어가도 무거운 눈꺼풀을 벅끔벅 들어올리며 애쓰곤 한다. 그렇게 핸드폰이 뜨겁게 달궈질 때까지 대화를 하고나면 마무리는 언제나 "꿈에서 만나자" 이다.


좀 이따 꿈에서 봐.


남편이 그림을 보고 웃음을 터뜨린다. 그림 속 너무나 맛있게 자고 있는 내 모습이 재미있었나보다.

붑커>> 하하하 너 침흘리면서 자고 있네.

나>> 하하 실제로 저러진 않아. (거짓말..)


머지 않아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함께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우리는 오늘도 서로의 꿈에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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