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울메이트 Sep 09. 2023

오늘이 우리의 마지막이라면

# 모로코 지진

오늘 아침 근무 중이라 정신없던 참이었다. 잠시 짬이 나 핸드폰을 보는데 친구로부터 문자가 와 있었다.

'모로코에서 지진 났다는데 괜찮아?'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설마 제발 아무 일도 없기를 바라며 인터넷 뉴스를 바로 확인했다.

규모 6.8의 강진으로 사망자만 백여 명이라는 기사를 보고(지금도 사망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한번 더 가슴이 내려앉았다. 제발 제발을 되뇌면서 남편에게 문자를 보냈다.

'여보, 가족들한테 연락해봤어?'

1분도 안되어 답장이 왔다.

'응.. 마라케시, 카사블랑카, 엘자디다까지 그 주변 전부 지진 영향권이었나 봐. 알 함도릴라 다행히 가족들은 괜찮대.'

'아 정말 다행이다..!!'

눈물이 핑 돌았다. 시시때때로 일어나는 것이 천재지변이지만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곳에 이런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평소에 자각하면서 살지는 않았던 것이다.


뉴스에 마라케시의 부서져내리는 담벼락과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사람들의 영상, 아수라장이 돼버린 도시의 사진이 보도되고 있었다. 보도된 사망자는 금세 200명을 넘어섰다. 마라케시의 병원은 이미 부상당한 환자들로 가득 차 길거리에 침대를 두고 진료를 보는 의료진들의 사진도 있었다. 하루아침에 이런 비극이 닥칠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모로코를 여행할 때 만났던 현지 사람들의 따뜻한 미소가 떠오르며 눈물이 고였다. 선량한 사람들에게도 불행은 여지없이 찾아온다는 사실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남편은 지진이 발생했던 그 시각 누나들로부터 메시지가 와 있었다고 말해주었다. 막내 누나인 나오엘과 둘째 누나인 아이샤는 '너를 정말 사랑하고,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흔들리는 땅에서 두려움에 떨며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을 것이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인생은 짧고 우리는 당장 5분 뒤에 일어날 일도 내다볼 수 없다. 오늘이, 지금 이 순간이 내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마지막이, 내가 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앞으로는 인생을 마치 영원할 것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루하루를 소중히 살겠다고. 아끼는 사람들과 가능한 많은 시간을 보내겠다고. 사랑한다는 말을 미루지 않다고.


부디 모로코 지진으로 인한 더 이상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를, 그리고 이 재난으로 인한 상처가 빨리 아물 수 있기를 기도한다.


작가의 이전글 두 번의 결혼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