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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Sep 11. 2023

글로벌 노마드의 쉼터 치앙마이

1일 1사원 1면요리 1마사지

일요 야시장


이곳 일요 야시장(선데이 나이트 마켓)이 유명해서 저녁에  가 보았다. 올드타운 타패 게이트에서 왓 프라싱 사원까지 거의 1킬 로미터에 걸쳐 있는, 치앙마이에서 제일 유명한 야시장이다.

여행자 와 현지인이 다 몰려온 듯 수많은 인파에 시끌벅적했다.  


고산족이 수작업으로 정교하게 만든 각종 의류, 목각품, 생활물품 들도 있었다. 면 소재 옷이 가볍고 좋아 바지 두 개와 윗도리 한 개를  샀다. 음식 먹는 널찍한 곳엔 음악 소리와 사람들로 꽉 찼다. 위장의  한계가 없다면 먹을 수 있는 양의 너덧 배는 먹고 싶은 곳이다. 파파 야 샐러드, 비빔국수를 맛나게 먹고 바나나 로띠도 먹고, 코코넛 음 료까지 한 잔 마시고 나니 더 이상 들어갈 곳이 없었다.

코코넛 밀크와 속에 약간 씹히는 옥수수가 들어간 부드러운 풀빵
다양한 종류 면요리와 똠양국에 쌀국수
썽태우 빨간차 5~6인이 타면 출발한다 / 마사지 후에 주는 달달한 간식과 차
치앙마아 철수 아저씨 / 고산족들이 만든 수공예품

 이럴 줄 알고 먹기 전에 마사지를 받았다. 시장 한쪽에 매트를 깔아놓고 하는데 전신 마사지 한 시간에 180바트(우리 돈으로 6,300원) 다. 정말 싸다. 마사지를 받으며 살포시 잠이 들었는데, 갑자기 우레가 치는 듯한 소리에 놀라 번쩍 눈을 뜨니 빗방울이 양철지붕을 뚫을  기세로 세차게 때리는 소리였다. 시장에 나온 수많은 사람들이랑 장 꾼들, 거리에 널린 물건들은 어쩌나 싶었다. 마사지를 마치고 나왔는데 밖은 예상 외로 멀쩡했다. 이곳에선 자주 일어나는 일이니 다들  대처를 잘하는 것 같았다.


토요 야시장에서 만난 철수 아저씨 


오늘도 뚜벅이로 만오천 보를 걸어 몇 개의 사원을 둘러보았다.  땀 흘리고 걷다 피곤해서 마사지를 받았다. 마사지를 받으며 깜빡 졸고 나면 그리 시원할 수가 없다. 치앙마이에서는 ‘1일 1사원 1면 1마 사지’의 룰을 지키고 있다. 하루에 사원 한 군데 이상 가고, 면 요리  한 번 이상 먹고, 마사지 한 번 받기.


 토요 야시장은 지난번에 가본 일요 야시장이랑 비슷한데, 먹거리가 좀 더 다양하고 오밀조밀 볼거리도 더 많았다.

 이리저리 구경하고  다니다 기타 소리에 끌려 먹거리 장터 쪽으로 들어갔다. 오징어 꼬치  하나 먹고 똠얌 국수를 먹는데, 배철수를 닮은 아저씨가 내가 좋아하 는 ‘Wonderful Tonight’을 불렀다.

와아~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서  먹는 2,000원짜리 똠얌 국수가 그 어떤 고급 레스토랑의 비싼 음식  못지않았다.  


간이로 펼쳐놓은 플라스틱 탁자에서 먹어도 이리 행복할 수가! 국수 먹다 황홀해졌다. 얼른 먹고 아저씨 사진 찍어야지 하는데, 다음  곡 역시 내가 좋아하는 곡이다. 아까 기부함에 동전을 넣었는데, 이 번엔 지폐를 넣고 동영상을 찍으니 ‘컵쿤캅~ 땡큐’ 하며 웃었다.  그런데 다들 먹고 떠드느라 노래 듣고 박수도 안 친다. 외국인 관 광객이 많았던 일요 야시장에선 노래가 끝나면 먹다가도 박수를 치 던데, 여기 사람들은 노래에 별 관심이 없었다.  시장에서 발 마사지 한 시간 더 받고 돌아오려다 아쉬움에 다시  가서 몇 곡 더 듣고 왔다. 토요 야시장에서의 소중한 공연이었다.



소로 돌아오는데 저녁 시간에도 동네 절에서 스님 법문하는 소리가  낭랑하고, 신도들은 사원 안팎에 앉아서 듣고 있으니 여기가 태국이  맞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와로롯 시장


와로롯 시장은 100년 전통을 가지고 있는 치앙마이 최대 시장으 로 우리나라로 치면 동대문, 남대문 같은 곳이다. 세계 어디나 시장 은 활기와 텐션이 느껴진다. 팔려는 상인들과 구경하거나 사려는 사 람들이 다 무심하지 않다. 그래서 그 에너지가 좋다.  


이곳은 현지인들의 시장이라서 더 흥미롭다. 모자, 신발 같은 것도 도매점처럼 수북이 쌓인 채 진열되어 있고 원단 파는 가게도 많 다. 그리고 무엇보다 로컬 푸드가 많은데 일요 야시장이나 토요 야시 장에서 보지 못한 현지 음식들이 많았다. 역시 관광지를 벗어나 현지 를 보는 것이 여행의 진미인 듯하다.


 나는 토속 기념품이나 장신구, 커피잔, 쿠션 커버 이런 것을 좋아 하지만 장기 여행자에겐 짐이 되기에 저절로 마음을 비우게 된다. 그 러니 여행은 내게 계속 비움과 절제, 그리고 내 남은 시간들을 더 지 혜롭게 살기 위한 미니멀리즘까지도 배우게 한다.

달달한 후식 푸딩같은 것 / 발효시켜 진짜 김치 맛이 나는 타이식 김치/ 태국 전통악기
꽃가게 / 각종 맛을 내는 싱싱한 야채 재료들
치앙마이 운하 / 발 마사지

▶ 와로롯 시장 옷가게  ▶ 그린카레처럼 생긴 음식에 국수랑 숙주나물을 넣고 비벼 먹는데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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