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의 기둥도 서로 떨어져 있으니 받칠 수 있고 숲 속의 나무도 적당한 거리 유지로 바람도 통하고
햇볕도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대장암 수술 후 나는 남편이 간병인 겸 요리사 겸 파출부처럼 집안일 다 맡아 하고 있으니 전적으로 남편의 손길에 의해 도움을 받고 있다. 그러나 평소 우리 부부는 늘 50대 50, 적어도 49대 51로 너무 기울지 않게 협업을 하되 독립된 공간과 정신세계를 존중하며 살아왔다 본다.
각자 개성과 자아가 강한 우리 부부가 그리 서로 존중하고 살아왔기에 별 탈 없이 지금껏 30년 이상 지내온 듯하다. 아니 그런 존중과 배려가 자녀양육과 양가 가족 돌보기를 위해 사원의 두 기둥처럼 가정을 튼튼히 떠 받치고 친지나 지인들과의 만남에서도 서로 다른 현악기의 두 줄이 아름답게 같은 멜로디를 연주할 수 있었다 본다.
도시 생활과 다르게 귀촌해서 열 서너 가구 작은 시골마을 생활을 해 본 나의 지난 7년의 경험도 마찬가지다. 이웃사촌으로 정말 아침저녁으로 보고 열린 공간인 마당이나 골목에서 매일 인사하고 만나는 사이다 보니 자칫 월권이 되는 말이 오고 갈 수도 있다. 특히 시골의 연세 드신 분들은 오지랖과 정의 경계가 모호한 가운데 나이 어린 이주민 입장에서 보면 간섭의 말로 들릴 수 도 있다. 눈이 오면 우리는 좋아서 눈을 치우지 않고 사진 찍기 바쁜데 지나가시는 할머니들은 눈 안 치운다고 야단하신다 ㅎㅎ 사람도 안 사는 집 맹코로 왜 눈을 안 치우냐며 ㅋㅋ
이웃 간의 정이 돈독한 만큼 그래서 더 적당한 거리 유지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을 때는 서로 눈치를 보거나 하는 불필요한 감정소모로 피로감을 가져올 수 도 있으니 그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적당한 거리, 국이 식을 거리가 필요하다.
내가 병원에서 퇴원하고 오니 이웃들이 방문을 오고 맛있는 거랑 음식을 해다 준다. 정말 너무도 따뜻한 정에 감동이 되지만 한편 부담스럽기도 했다. 해서 나도 수박이라도 가져가서 나눠먹고 음식을 사다 나누기도 했다.
주고받는 마음, 오고 가는 정 가운데 사람 사는 맛이 나고 서로 기분 좋은 건 정말 훈훈하고 좋은 일이다. 그러나 과유불급, 항상 한쪽이 지나치면 받는 상대도 불편하고 부족하면 서운함이 생기니 서로 잘 조율해서 하는 것이 좋을 거 같다.
부부든 연인이든 이웃이든 직장동료든 친구사이든 하다못해 이제는 다 큰 자식과 부모사이도 마찬가지다. 옆집에서 맛난 거 해서 먹으러 오라 해서 급히 달려가도 국이 식을 거리정도는 두는 게 지혜로울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