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별 Oct 02. 2023

두 달만의 외출

이제는 가벼운 외출이 가능하다


남편의 지극한 보살핌 덕분이라고 해야 하나?... 암튼 자상한 데다 정확한 남편의 성격과 실행력으로 섭생을 잘 한 덕분인지 몸이 많이 좋아졌다. 이제부터는 요요로 돌아가지 않고 늘 건강한 생활습관 패턴을 유지해 가는 게 대장암 수술 환자로서의 첫 번째 책임일 거 같다.


일단 아침에 일어나면 화장실 가서 소금물로 양치하고  물 한 컵 마시는 것을 일 번으로 하고 있다. 소금양치도 가끔 귀찮아 입만 헹구고 싶어도 그래도 입 안의 수억 마리 세균생각하며 되도록이면 안 거르려 한다.

양치 후  전 날  몸속 노폐물을 씻어준다 생각하고 차지않은 물 한 컵을 반드시 마신다.


그리고 좀 있다 사과등 과일부터 먼저 먹고 30분 후 간단한 아침을 먹는다. 아침 먹기 전 중간에 스트레칭도 해 줘야 하는 데 그것은 그냥 스킵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해 줘야 할 건강습관으로 다.


당뇨환자이기도 한 나는 십 년째 매일 8 천보는 하는 걸로 정하고 그런대로 꾸준히 해 오고 있었다.

그러다 대장수술 후 걷기조차 힘들었지만 그래도 변비예방과 장운동을 위해서 일주일 최소 5일은 8천보 이상 걷기를 한다.


올 추석 긴 연휴에는 대장암 발병 두 달 만에 화장도 좀 하고 걸어러  나서니 오랜만에 외출기분이 난다.





추석제례를 그만 둔 지 몇 해째 홀가분한 마음으로 창원에서 함양 시골집으로 와서 연휴를 보내기로 했다. 아이들도 오지말라 하고 남편이랑 단 둘이 있으니 이렇게 몸,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개평한옥 고택마을은 함양시골집에서 가까운 곳이라 이전에 학교 근무시절에는 퇴근길에도 자주 들리던 곳이다.

 내가 좋아했던 드라마 최서희가 나오는 '토지'와 고애신 주인공 '미스터 선샤인' 촬영지이면서 가을이면 특히 정취가 있는 곳이다. 더러 담 위에 덩굴째 호박도 보이고.

 마침 풍천 노 씨 종갓집에서 전시회가 있어 바깥 황금들판의 수확뿐 아니라 사람들의 노고의 작품을 함께 볼 수 있어 더 좋았다.


한두 시간 머무는 동안 화장실 서 너번이상, 아직도 변실금이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다. 그래도 이렇게 마음의 여유를 누리는 건 다른 컨디션은 거의 정상회복으로 다 돌아온 것이니 가능하다.


이제  하늘이 높고 맑은 거 마냥 내 마음도 따라 가볍다. 들판의 바람도 다 나를 위해 불어오는 거 마냥 상쾌하고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그저 집 가까이 운동으로 잠시 걸으러 나가고  안에만 칩거하다시피 했는데 이렇게 외출 기분으로 나오니 마치 감옥생활하고 나온 사람 심정이 이럴까 싶게 시원하다.


두 달 동안 건강백세~! 말로만 듣던 그 말을 뒤집어도 보며 이제 겨우 환갑을 맞이한 내가 혹여나 앞으로 영영 여행은 커녕 긴 외출도 못하고 나다닐 수 없게 되면 어쩌나? 이런 의심도 순간순간 들 때가 있었는데 그  갑갑했던 마음을 이제는 훌훌 털어버린다.


누렇게 익어가는 벼들을 바라보며, 몇 백 년 고송이 묵묵히 허리가 구부러져서도 견디는 걸 보며, 여전히 따뜻한 남편의 손을 잡고 걸으며 모든 게 다 하나님, 부처님, 예수님 덕분이라며 마음의 감사의 향연을 올린다.


아프기 전에는 내가 건강했기에 아픈 자들에게 무심했던 내 마음이 이제는 보다 말랑말랑해졌다. 이 마음 늘 한결같기 바라고 내가 건강해서 주위사람들의 건강도 지켜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이런 내 마음을 적어 가을 하늘 높이 연처럼 띄워 보내 놓고 볼을 스치는 가을바람에 미소로 화답한다. 


나 정녕 그리 살다가겟노라고!


개평 한옥마을 황금들판
풍천노씨 종가 전시회
정여창 고택마당의 나이많은 소나무와 키 큰 전나무
이전 11화 대장암 수술 후 한 달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