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별 Sep 22. 2023

대장암 수술 후 한 달째

잘 회복 중입니다

지난 8월 대장암 발견과 22일 빠른 수술 그리고 퇴원하여 이제 수술한 지 오늘이 9월 22일 한 달이 지나간다. 집에 와서도 섭생과 적당한 운동을 하며 내 생전 처음으로 온전히  '몸'에만 집중하며 몸 돌보기 일 번 생활을 잘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화장실 가서 양치하고 물 한 컵 마시고 바로 공복혈당지수를 체크한다. 이전 같으면 폰 잡고 창 확인하고 sns 글 읽기 등부터 할 것인데 이제 이렇게 틀을 잡아가고 있다.

병원생활 열흘의 루틴이 집에 와서도 그대로 허물어지지 않고 지켜질 수 있음은 이제 직장이란 거대한 산봉우리는 넘어왔기에 가능하다. 남편과 나 우리 둘다는 부부교사 명퇴자들이다.


 그러니 남편도 나도 이전에 비하면 시간부자들이니 웬만큼 깨어서 자기 관리 모드로 하면 건강습관을 세워갈 수 있다 본다. 다행히 남편은 자상하고 세밀한 편이라 몸에 좋은 것은 유튜브에서 다 찾아보고 바로 쿠팡에 주문해서 실행하는 편이다. 아침에 마와 미역등을 갈아먹고 시작하거나 아니면 공복 과일부터 먹고(내가 혈당을 체크하는 이유) 집에서 만든 요거트를 먹고 과일이 소화된 30분 후에 찐 감자등 가벼운 자연식 아침을 먹는다.


그렇게 하루 일과를 시작해서 세끼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인 식사를 해 준다. 장 수술 환자로서 변비를 예방하기 위해서도 규칙적인 식사는 일 번이다. 게다가 나는 최근 몇 년 동안 심한 변비환자였다. 그게 인 줄도 모르고 그냥 지나치며 살았으니 너무나 몸에 무심했던 지난 시간의 결과가 어쩌면 암으로도 오지 않았을까! 

나는 성격상 뭐든 집중하면 그것에 과몰입하는 편이다. 그런 성향으로 이전에는 생리대 갈 시간을 놓쳐 흥건히 젖은 적도 있었다 ㅠㅜ 그러니 밥도 화장실 볼일도 정말 놓치며 살았었다. 직장, 가족일에다가 하고 싶은 일까지 하려니 시간핑계 같기도 하지만 이것은 다 본인의 성격, 성향의 문제였을 것이다.


암튼 이런 나 자신을 뜯어고치는 계기가 이번 대장암 발병과 치료라 보고 이제는 과감히 혁신해가려 한다. 항암치료까지 안 가서 다행이라 보고  일상생활가운데 굳건하게 좋은 건강 생활습관 장착하기 가장 큰 과제라 본다. 

식단과 운동을 두 기둥으로 해서 꼭 해야 하는 혈당, 체중체크등, 마음 이완, 몸 스트레칭등 몇 가지를 첨가해서 잃어버린 근력도 되찾고 몸 마음 리셋을 확실하게 해가려 한다.


그러나 몸 건강에만 24시간을 다 쓸 수는 없고  그래도 생산적인 일의 즐거움을 가져야만 나도 행복하니 브런치에 글도 간간이 올리고 있다. 다만 글쓰기를 위해 책상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오버가 되어 무리가 될라치면 남편이 정색을 하기에 남편 눈치를 많이 보며 하고 있다 ㅎㅎ


그런 내게 지금 실제로 가장 큰 어려움은 여전히 변실금 현상이다. 이삼일에 한 번은 변실금이 아니라 급변(급똥)으로 황당함을 겪어야 하니 그것이 가장 큰 난관이요 고초다. 

항암치료받는 환우들에 비하면 이쯤의 어려움이야 하고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막상 그를 겪을 때는 이 상황이 언제까지 갈지 암담해져 서글퍼기도 하다. 사람에 따라서는 몇 년도 간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러면 나는 좋아하는 여행도 못 다니고 오랫동안을 그냥 칩거생활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어제도 저녁 식사 후 수변공원에 걸어러 나가면서 단단히 무장을 했다. 지금 외출은 잠시 걸으러 나가는 게 다인데 팬티에 화장지를 두툼히 깔고 그 위에 다시 기저귀를 하고 속 바지를 입고 겉옷을 입고 나간다. 걷다 보면 변이 갑자기 밀려 나오는 일이 있기에 화장실이 얼마나 남았는 지를 항상 거리를 재며 걷는다. 그러나 평균 1시간 좀 넘게 걷는 동안 두세 번 가는 화장실이 거리가 떨어졌을 경우 급변을 막을 수 없다. 두 손을 꽉 쥐고 손가락 끝에까지 힘을 주고 입을 앙 다물고 걸어도 밀려 나올 때는 도리가 없다. 다행히 기저귀가 있어서 겉옷은 괜찮으나 화장실에서 팬티는 버리고 물휴지로 수습하고 나온 적도 많다. 


처음 암 선고를 받았을 때 가장 힘들었던 게 가족, 형제에게 암잉아웃 알리는 일이었다. 그리고 사촌들과 알게 된 몇몇 지인들에게 수술 잘 받고 잘 회복하라는 응원의 말들이 있었다. 그리고 물질적 지원까지 받으니 정말 내가 주는 입장이 아니라 받는 입장이 되어보면서 많은 생각들이 있었다. 나도 앞으로 더욱 그리  베풀고 나누며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좋은 일보다는 상대가 어려운 일을 겪을 때는 세심히 더 돌아봐야 한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그렇게 물심양면으로 고맙고 감사한 일들이 많은 반면에 나랑 함께 보름을 동숙하며 여행했던 한 분은 정작 그분의 지인이 내게 문자로 전화로 몇 번 안부를 묻는 사이에 아무런 연락도 없어서 문득문득 내가 서운했던 게 있나? 하며 의아했다. 사람마다 상황이 다를 수 있으니 지금 내가 모르는 사정으로 그분이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 하면서도 여행 후 우리 집에 다녀갈 정도로 서로 가깝다 여겼는데 간단한 문자안부조차 없다는 게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러면서 내 자신을 뒤돌아봤다. 서로 함께 여행할 때는 잘 통하고 예의 바르고 서로 신뢰가 가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는데 그분을 매일 보다시피 하는 지인들은 아는 내 소식에 냉담무심한 것이 마음에 걸렸으니 앞으로 나는 그런 일이 없어야겠다며 그렇게 역지사지하면서 다짐을 했다.


나는 mbti 유형으로 보면 엔티제 ENTJ 형이다. 해서 감성보다는 주로 논리나 합리성, 과정보다는 결과나 목적 지향성이 강한 성격이다. 그러다 보니 때론 소소한 섬세한 부분을 놓치고 나무 보다 숲을 보며 앞만 보고 달리는 성향이 있다. 그래서 직장, 가족, 친구 사이에서도 먼저 베풀기 잘하고 통 큰 리더성향이 있긴 하나 주위상황에 무관심해서 일일이 개인의 감정을 헤아리는 은 부족할 수도 있었다 본다.


해서 이번참에 이런 내 성향도 되돌아보게 되었다. 수많은 응원과 격려 속에서 배제된 한 분은 어쩌면 나의 이런 면을 되돌아보게 한 반면교사로서 필요했는 지도 모른다.


암튼 나의 대장암 수술과 그 과정의 일들로 이렇게 나의 몸과 마음을 리셋하는 계기가 되었으니 나에게 지금 이 시간대가 더없이 소중하다.


인생은 타이밍이라 보고 믿는 내게
"일어날 일이 필요에 의해서 일어났고
그리고 잘 진행되어가고 있는 시간"이다.


지금 이 시간대에서 나는 진정 인생 2막, 제2의 봄을 위해 필요했던 일을 겪으면서 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이 모든 게 감사로 수용되고 '아멘 할렐루야 인샬라 아미타불' 하며 하루하루 더 건강하고 균형 잡혀 가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어쩌면 나에게 '대장암' 발병과 수술조차도 변장하고 온 축복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말이 있지 않던가?
불행은 가끔 가장하고 오는 축복이라고!
이전 10화 변실금을 들어보셨는지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