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에서 피라미드 순례를 하고 택시가이드 예세르가 태워주는 데로 시타델과 이집트 박물관, 이슬람 문화박물관, 그리고 묘지마을, 콥트교회등을 다녔다. 나일강 투어는 앞으로 배 탈일도 많아서 사양하고 그냥 지나다니며 눈으로만 보았다.
런던의 대영박물관이나 뉴욕의 메트로폴리탄에서도 이집트 유물들을 보았지만 정작 카이로 박물관에서 보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되었다. 유물들이 넘쳐나서 다 전시되지 못하고 바닥에 그냥 놓여있는 것들이 많아서 가이드 말이 지금 사막에 또 다른 박물관을 짓고 있다고 했다. 역시 고대 문명 발상지라 여겨졌고 이 박물관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단연코 이집트 신화도 알아야 하는데... 그리스 로마신화 까지는 어느 정도 아는데 이집트 신화까지 생각하려니 머리에 쥐가 나려 했다.
그래서 대충 그때 그때 내 눈앞에 있는 걸 안내글에서 읽거나 검색도 하며 감상을 했다. 이집트란 나라는 인류 문명 최초의 발상지라 불리는 나일강지류를 따라 농업이 발달하였다. 그래서 이집트 신화의 오시리스는 농경과 식물 즉 생명의 신이다. 우리나라는 온 천지가 녹색이라 별 느낌이 없지만 여기 사람이 그린이라 할 때는 우리완 다르게 바로 사막의 오아시스를 떠올리며 하는 그린이다. 그러니 태양, 대지의 신 아들인 오시리스는 이집트인들에게 풍요, 농업, 초목의 신으로서 저승 세계를 믿는 고대 이집트의 종교에서 죽은 사람을 다시 깨운다고 믿었다.
그러나 이집트 신에서 내가 오시리스보다 더 흥미를 느낀 신은 그와 결혼한 이시스다. 남신개념 대비 여신인 어머니 이시스는 마치 우리의 마고할미 같다. 그녀는 주로 왕관이나 가끔 소뿔 안의 태양원반을 인 모습이다. 이시스는 마치 기독교의 동정녀 마리아처럼 처녀인 채 호루스를 낳았고 호루스는 삼촌 세트에게 한 눈이 뽑혀서 호루스의 눈으로도 유명한데 보통 매의 머리를 한 남성으로 표현된다. 지금도 이집트 항공기의 수직꼬리에는, 비행의 안전을 바라는 의미로 호루스의 심벌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콥트지역 방문이 인상 깊었다. 이 지역은 기독교와 유대 시나고그, 모스크가 공존하는 평화지역이다. 고요한 거리, 경찰조차 순하디 순한 모습이다. 잠시 머물다 가는 이 지구상에서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은 평화와 공존이 아닌가 싶다. 그러니 종교, 민족이나 정치, 경제적 이념으로 분열을 조장하는 것은 신이 아니라 우리 인간일 것이다. 그날따라 관광객도 많지 않아서 그곳의 호젓하고 평화로운 공기를 제대로 느끼고 누릴 수 있었다.
나는 대도시형 사람이 아니라 인구 2천만의 번잡한 카이로를 피하려고 했다. 그러나 여기까지 와서 피라미드는 보고 가야지하면서 왔는데 카이로의 묘지마을에서 도시의 소음을 떠난 죽음 같은 그 고요를 느낄 수 있었다. 정말 피라미드를 쌓을 정도로 죽음, 사후세계에 관심과 비중이 높았던 이집트인들의 정서와 사고를 새삼 확인하는 곳이 된 거 같았다.
카이로 묘지마을 석관, 정말 한 동네가 온통 묘지인데 사람이 사는 집처럼 대문도 있고 마당도 있다. 단지 수도 상하수도 시설만 없다.
묘지마을에 있는 왕들의 묘지가 있는 사원
묘지마을 왕들의 무덤사원 안에 있던 성경의 생명나무를 연상하는 선인장 나무그림
무하마드 알리 모스크 사원 위에서 보는 카이로~ 도시 오염? 인지 모래바람인 지 뿌옇게 공기가 탁하다. 그래서 어떤 외국인 관광객들은 카이로를 Dirty city라고 했다. 공기만 그런 게 아니라 쓰레기 처리를 제대로 안 하기 때문이다.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