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모당에서 팥죽 먹어러 오라해서
그런데 겨울에 시골집은 좀 불편하다.
아파트는 문만 열고 들어가서 금새 데워지지만
비워둔 시골집은 이층 생활공간에 보일러를 하루 정도 돌려야 되니
해서 이번엔 하룻밤만 지내다 갈 거니
아래층 거실을 온풍기로 데우고
작은 찻방에 자고 가자며 그렇게 머물다 왔다.
밭에 딴 대봉감이 홍시가 되어갈려해서 어차피 홍시는 되는 순서대로
먹어줘야 하는데 두 식구 먹기는 많기도 해서 앞 뒷집 나눠주고
이미 홍시가 된 걸 들고 노모당에 갔다.
부녀회장님이랑 네 분이 계시는데
갖다 드리니
올해 감농사도 안 되어 귀한데 하시며 좋아하신다.
사실 감이 귀한 해이기도 하다.
따다가 떨어지고 해서 상한 것은 잘 도려내고 드시라 했더만
그런 건 알아서 할 터이니 아무 걱정말고 커피 한 잔하고 가라하신다.
집에서 이미 내린 커피 마시고 와서 안 하겠다 하니
옥수수 보리차라도 마시고 가라며
삶은 고구마를 내 놓으신다.
요즘 젊은이들도 그렇고 다들
give and take
주고 받는 것이 상식처럼 되어있지만
시골의 주고받는 일은 더하다.
아니 예전부터 늘 그래왔던 것이라
오래된 전통 국룰이다.
앉아서 이런 저런 얘기하고 오면서 이번엔 춥기도 해서 빨리 떠나지만
동지 때 팥죽먹어러는 꼭 와야한다고 남편에게 말했다.
작년 팥죽 생각이 나서 써 둔 글을 찾아 올려본다.
나이 들어감인가?
얼마전 갑자기 팥죽이 먹고싶어 인터넷에 주문했다.
지리산자락에 집 짓고 살다보니
이 곳은 갑자기 뭐가 먹고싶다고
먹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오일장 외엔 젤 가까운 마트가 6킬로 거리다.
워낙에 배달음식 자체를 싫어하지만 아예 안 되는 곳이다.
새알포함하지 않은 가격 팥죽 1인분에 7000원 에 사서 맛있게 먹었다.
냉동,냉장고를 뒤지니 팥빙수 아이스크림 하나 있다.
그렇게 동지를 보내고
오늘 아침 나절 드뎌 노모당에서
연락이 왔다.
팥죽 먹어러 오라고~~~
아이고오 새벽부터 할머니들
눈 치우는 소리 들으면서도
꿈떡도 안 하다 먹으러 오란 소리에
냉큼 달려가기가 민망타 ㅠㅜ
그래도 눈발을 맞으며
빙판길을 조심 조심 가니
팥죽 두 솥을 끓여드시면서 방이 후끈하다.
남편이랑 가서 동치미랑 팥죽을 실컷 먹고
두 그릇 더 담아주시는 거 까지 얻어왔다.
할머니들도 눈이 와서 어제는 못 하시다
오늘 직접 쌀 불여 갈아서 새알만드시고
미리 준비해둔 팥을 아침부터 삶아
으깨고 걸러서
팥물내려 만드신 진짜 팥죽을 얻어먹었다.
덕분에 이 맘때면 생각나는 소울푸드인
동지팥죽을 먹었고
이제 내 영혼까지 배 부른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