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헤르에서의 수난
탕헤르는 지브롤터 해협에 있는 아프리카와 유럽을 잇는 모로코 항구다. 인구는 이백만명 가량이고 가장 좁은 곳은 스페인과 14킬로밖에 안 된다. 대륙으로는 아프리카와 유럽을 잇고 바다로는 지중해와 대서양인 만나 이어지는 곳이다.
5세기까지 로마 제국의 영토였으며, 지역의 중심지로 번영을 누리다가 반달족, 비잔틴, 아랍제국등의 지배도 받았다. 대륙과 바다를 사방으로 잇는 지리적 위치로 15세기 이후 유럽 각국들이 서로 차지하려 했던 국제 무역항이다.
모로코가 스페인과 프랑스에 분할 통치 되었을 때도 이 곳만은 두 나라가 아닌 이태리·영국·포르투갈·벨기에등 여러 나라가 공동관리 하는 별도의 지역이었다. 그 후 많은 유럽인들이 들어와 살았고, 유럽·아랍·유대인이 어울려 사는 국제 도시였다가 1956년 모로코 독립과 함께 모로코에 반환되었다.
중세의 미로가 있는 복잡했던 마라케시와 조용했던 테투안, 블루 쉐프샤우엔을 거쳐 탕헤르에 오니 모로코가 또 다른 모습으로 더 집약적으로 잘 보이는 듯 하다. 유럽에 가장 근접한 아랍문화권인 모로코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국제도시라서 그럴 수도 있다.
숙소를 예약하고 보통 하루 이틀 전 확정 메시지가 오는 데 탕헤르 숙소에서는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문자를 보내도 묵묵부답이었다.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다 싶어 테투안에서 숙소 주인 무드 아저씨에게 부탁해 대신 전화를 걸어도 받질 않았다. 점점 불안해졌지만 주소대로 찾아가면 되겠지 싶어 무작정 길을 나섰다.
무드 아저씨는 탕헤르에 도착하면 문자 보내고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연락하라며 거듭 당부했다.
작은 밴을 타고 테투안을 떠났다. 그런데 탕헤르 시내까지 안가고 변두리 외곽에서 다들 내렸다. 왜 여기서 내리냐니까 일행 중 한 명이 원래 탕헤르 시내까지 가는 건 아니었다고 한다.
어딘지도 모르는 길가에 내리니 황당했다. 택시를 잡고 주소를 보여주니 열이면 열, 고개를 가로젓고 가버린다. 영어가 통하는 사람에게 물어봐도 여기선 택시 잡기 힘들겠다는 말밖에 안 한다. 그러면 우짜라고!
그렇게 망연자실 서 있는데 드디어 내 메모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는 기사를 만났다. 그런데 그도 아는 게 아니라 같이 찾아보자는 거 였다. 호텔에 몇 번이나 전화해도 안 받아, 일단 그 주소로 가자 하니 자기 폰이 내비게이션이 안 된다며 가다가 유심 같은 걸 사서 꽃고 찾아갔다. 목적지 근처에 갔는데도 도무지 찾을 수가 없어 가다가 차를 세워 열 번도 더 물었다. 그러다가 다시 전화를 걸었는데 드디어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말한다. 여긴 그런 숙소가 아니라고, 오 마이 갓!
사기를 당한 걸 그제야 알았다. 유령 숙소였던 것이다. 이 모든 상황을 영어가 전혀 안 되는 모로코 기사랑 손짓 발짓 해가며 소통해야 했다. 언어의 장벽이 이런 거구나 하는 걸 여행 와서 처음으로 통절히 느끼며 택시기사에게 왜 영어를 못하냐니 기사는 되려 내게 왜 아랍어를 안 배웠느냐는 식으로 응수했다. 그것도 나를 찔끔하게 하는 아랍인 특유의 다혈질 톤으로.
그 와중에 무드 아저씨는 숙소 사기를 당했다는 내 문자를 보곤, 내 신변이 걱정되어 계속 전화를 하고 채팅으로 물어왔다. 길 찾는 것도 급한데 일일이 답변하기도 힘들었다. 그러자 무드 아저씨는 택시기사를 바꾸게 해서 나를 다른 숙소에라도 안전하게 데려다주라고 거듭 부탁했다.
당시는 아저씨의 그런 고마운 마음을 받아들일 여유조차 없었다. 그저 내게 사기 친 놈을 찾아 벌금이라도 물리고 숙소 어플에도 신고 해 혼을 내줘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지금까지 모로코에 대해 좋았던 인상이 갑자기 먹구름으로 덮이고 분노 게이지가 올라가 폭발 직전이라 천둥 번개라도 쳐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
여자 혼자 5개월 여행하면서 이런 식의 숙소사기는 처음이었고 늘 사용하던 B.com에 대한 신뢰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암튼 그렇게 숙소를 찾아간다는 내 플랜 A는 무산되었고, 기사에게 무조건 다른 호텔만 연발했다. 아무 호텔이든 가는 게 플랜 B였다. 기사는 외국인이 많이 붐비는 해변 근처 호텔 앞에 세워주었다. 그런데 너무 비싼 곳이어서 다른 곳으로 가자 했더니 이번엔 구시가지 메디나 입구에 있는 호텔로 데려다주었다.
그런데 그곳도 하루 방값이 100유로였다. 모로코 기준으로 결코 싸지 않은 곳이었고 내 예산으로도 과한 금액이어서 망설여졌다. 그런데 그게 남은 유일한 방이란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어 무조건 오케이했다.
그곳은 여행 기간 중 유일하게 방 안에 화장실이 없는 방이었다. 샤워실도 공용으로 꼭대기 층에 있었다. 숙소 사기를 당해 당장 갈 곳이 없는 마당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래, 이런 일도 있는 게 여행이지 싶었다. 그렇게 들어가서 짐을 두고 뭐라도 먹으려 나오는데, 호텔 프론트에서 한 여자 여행객이 방 없냐고 물어보는데 '없다'라고 말하는 소릴 들었다. 정말 불행 중 다행이었다. 간발의 차이로 탕헤르 첫날부터 방 찾느라 무거운 캐리어 끌고 헤맬 뻔했다.
일단 짐 내려놓고 목 마르고 배 고파서 프론트에 물어서 나갔다. 길 이름이 보기에도 후덕한 현 국왕 모하메드 6세 대로인데 이름처럼 해안가를 따라 널찍하게 뻗어있고 주변에 음식점이 있다. 모듬 생선요리와 쥬스를 두 잔 시켜 먹고나니 그제사 황망했던 정신이 돌아오고 마음에 안정이 온다.
배 부르니 느긋해져 디저트로 아이스크림도 먹고 일단 바다 물에 발이라도 담궈보려 해안쪽으로 걸어본다.
도시를 감싸듯 초승달처럼 휜 비치에도 사람들이 가득하다. 물은 테투안 마르틸 비치보다 깨끗하진 않으나 파도도 없고 우리나라 서해안처럼 얕아서 히잡 쓴 여인네들이랑 아이들이 즐겁게 첨벙거리며 노는 모습이 보기 좋다.
여긴 지중해쪽인 지 대서양쪽인 지 모르지만 바다만 바라봐도 좋고 사람들 표정이 밝아서 좋고 크게 틀어놓은 해변가 음악소리도 거슬리지 않는다.
숙소로 돌아오니 여기서도 같은 건물 모퉁이 레스토랑에 악사들이 연주하고 붐비는데 사람들은 외국인 보다는 대부분 모로코인들로 이 곳 현지인이 아니라 휴가차 이 곳에 와서 묶는 사람들인 거 같다.
오늘 밤 조용히 자긴 글렀다 싶어도 원래 긍정 마인드인데 여행하면서 더 초긍정 마인드가 된 나는 생각을 급 전환한다.
어차피 사막에 텐트치고 잔다 생각하면 사방에 울리는 북소리 노래소리가 자장가가 되리니~~한다.
이전엔 요새였을 메디나성 위쪽으로 올라가 바다와 항구의 야경을 보고 음악소리에 이끌려 컨티넨탈 호텔 아래 광장으로 내려가본다.
그러니 탕헤르는 마라케시와 테투안을 섞어 놓은 듯 적당히 볼 거리가 있으면서도 절제, 세련된 도시다. 메디나안 미로같은 수크시장의 가게나 상품도 훨 세련된 국제도시적 면모를 보여준다. 여러도시를 못 가고 한 도시에서 모로코를 느끼고 싶다면 이 곳을 추천할 수도 있겠다 싶다.
배가 고파 허겁지겁 먹었던 해물모듬요리 ~여행중 처음으로 언어의 절벽에 부딪히며 유령숙소 찾느라 힘이 소진된 상태라 이걸 먹고 나니 비로서 눈이 뜨졌다 ㅎㅎ
생땀나던 숙소찾기 난리 부르스 후 고요히 해변에서 나 혼자 그림자놀이를 하며 다시 여유를 찾는다~ㅋㅎ
초승달처럼 굽은 해변에서 아이들 어른들 사람들로 바글거린다
저기 건물이 높은 곳이 비싼 호텔이 있는 곳이다.
배도 부르고 디저트 아이스크림 먹으며 유난했던 이동 첫 날의 노고와 긴장을 풀었다
메디나 입구 건물
숙소 맞은 편 건물 이층은 레스토랑이다
내가 묶었던 숙소호텔 이층방 덧문이 열려있다. 5개월 여행 중 내가 묶었던 유일한 실내에 화장실이 없는 방이다. 혼자내긴 비싼 하루 방값이 백 유로에 ㅠㅜ 오른쪽이 식당이라 저녁마다 연주소리가 장난이 아니었다 ㅎㅎ
메디나 아래 광장, 저녁엔 공연과 행사로 음악소리가 항상 있는 곳이다.
둥글게 모인 사람들 가운데서 아이들이 체조같은 공연을 했다~가족문화인 이 곳 사람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같이 춤도 추고 즐기는 모습은 보기에 좋았다
첫날 밤 야경~멀리 지브롤타 해협 항구 불빛도 보인다
항구의 불빛 건너편은 스페인 유럽이고 탕헤르는 북아프리카니 대륙과 대륙을 잇는 곳이다
이 곳도 마라케시처럼 가죽공예가 유명하다. 수공예품 가방들
시내 길거리 버스킹
뭔지 몰라도 사 먹으보니 맛있다. 우리의 풀빵이나 붕어빵 개념 간식 ㅎㅎ
빨강에 초록별 모로코국기앞에서 쉐우프샤우엔에서 산 모로코옷을 입고서 ㅎㅎ 면이 얇아 엄청 가볍고 통짜라서 시원한데~~~한국에선 외출복이 아닌 잠옷으로 입어야할 듯
지브롤타 해협 바다바람이 엄청 시원하게 불어오던 옥상 데크
구 메디나 성벽 포루투칼인이 와서 튼튼하게 지었다~탕헤르 국제도시로서 대륙과 대륙을 잇는 항구도시였으니 이런 두껍고 튼튼한 성벽으로 요새처럼 보호했을 것이다.
성벽은 길도 널찍하고 정말 튼튼하게도 지었다~조지아에서부터 프랑스나 어딜 가나 나는 이런 포석 돌로 된 길을 걷길 좋아하는데...일종의 향수를 느끼면서...아마도 전생에 대리석 건물과 이런 보도엔 꽤 익숙해있는 느낌이다. 걸을 때 마다 아련한 기억같은 것이....^~^!
메디나 구 시가지안에 이런 성문이 여러개 있다
#해외혼여5개월
#나홀로세계여행
#일단떠나라
#탕헤르 #모로코
Ps~먼저 라이크잇 해 주신 12분들께 죄송합니다 ㅎㅎ
매거진으로 잘못 발행해서 앞글을 삭제하고
브런치북으로 다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