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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Mar 26. 2024

모로코로 가다(4)

쉐프샤우엔 파란마을

쉐프샤우엔


테투안에서 냉방이 잘 되는 버스를 타고 1시간 10분 정도 가면 쉐프샤우엔이다.


모로코의 산토리니라 하지만 이미 산토리니와 그리스 미코노스를 갔다 온 나는 크게 호기심은 없었다. 단지 여기도 '한 번은' 하는 마음으로 가 본다. 산토리니와 미코노스가 관광지로 가게들이 다소 동화 속 같았다면 여긴 보다 일상의 삶터 같이 느껴지는 것이 달랐다.


이 도시가 생성된 이유도 역사적 배경으로 인한 것이다. 내가 포르투갈과 스페인 세비야를 여행하면서 들었던 레콩키스타, 기독교 국토회복운동이 바로 이 도시가 생성된 배경이다. 이슬람이 무어제국 알함브라 궁전을 짓고 통치했던 스페인 그라나다가 함락되자 15세기말, 그라나다에서 대규모의 무슬림과 유대인들이 기독교의 박해를 피해 이곳으로 이주해 왔다.


베르베르어로 쉐프샤우엔은 ‘뿔들을 보라’는 뜻으로 해발고도 660m에 자리 잡은 탓에 일찍이 이곳은 외적에 대항하는 기지였다.


그래서 이곳 건축물은 스페인 안달라루시아 양식과 이슬람 양식이 골고루 섞여있다.


작은 발코니, 주홍색 기와를 얹은 지붕, 오렌지 나무가 자라는 파티오등이 스페인 영향이라면 초록색의 창문과 문은 이슬람 전통이기도 하다.

그러다 블루로 바뀐 것은 1930년대에 나치의 박해를 피해 건너온 유대인들 때문이었다 한다. 그러니 이곳은 이슬람과 유대인들의 피난처가 되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산비탈의 소도시를 이루게 된 것이다.


알록달록한 베르베르 장식이 달린 밀짚모자를 쓴 할머니들이 느릿느릿 걸어 다니고 관광지라 보기엔 그냥 조용하고 한적하다. 셀카봉을 들고 갔지만 배터리가 없어서 골목에 혼자 노는 소년에게 부탁해서 인증샷도 찍고 동전팁을 주니 아이의 눈이 동그래진다 ㅎㅎ


그렇게 그냥 이 골목 저 골목을 다녀도 인구 삼사만 명의 작은 도시는 금방 한 바퀴다.


이리저리 걷다 어느 곳은 고등학교인데 방학이라 기숙사도 텅 비어있다. 들어가 보니 경비 보시는 분이 심심한 지 교무실까지 보여주신다. 전직 교사였던  내가 관심을 가지니 사진은 찍지말라이거 저거 교재들도 꺼내서 보여주신다 ㅎㅎ


발길 가는 데로 걷다가 어느 가게 안에 까만 기름때가 묻은 아저씨랑 눈이 마주쳤다. 내가 씨익 웃으니 작업하시다 같이 씨익 웃는다. 정말 쿨한 미소다. 일하면서도 짓는 큰 눈망울의 미소가 더운 날씨 땀 삐질 거리며 혼자 걷던 나의 마음을 순간 밝게 한다.


여행을 하며 바뀌는 건 풍경이지만 사람은 그대로다.


어디나 좋은 사람, 덜 좋은 사람이 있기 마련이고 어디나 삶은 녹록지 않은 면도 있다. 그래도 마음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여유를 가진다면 낯선 이방에서도 미소를 주고받을 수 있으리라~!


세상을 지도를 통해 보기 원치 않는다며 떠나 온 길, 와서 보니 정말 모로코는 지중해와 대서양에 걸쳐 있다. 그리고 유럽과 아프리카 사이에 위치하며 아프리카에서 가장 축복받은 땅이라고 불릴 만큼 매력적이다. 모로코는 설산과 사막과 바다를 다 품고 있는 다채로운 나라다.


모로코 버스 시스템~ 쉐프샤우엔을 가기 위해 테투안에서 버스를 탔다.


버스 터미널에서 차를 타려고 기다리는 승객

쉐프샤우엔에 도착하여 맨 먼저 만난 파란색이다 ㅎㅎ


여기도 연하늘빛이 조화롭다~~

쉐프샤우엔 안내 사무소 같은 곳

주황색 지붕은 스페인 안달루시아지방 영향인 듯~



어디서든 건물 어느 한 곳은 파랑이 차지하고 있다.


이곳은 감옥이다. 모르고 찍었다가 나중에 손사래를 치며 외쳐서 알았다. 알록달록 파란색으로 밝은 데다 바로 길가에 있어서 감옥인 줄 잘 몰랐다 ㅎㅎ. 입구 간판에 영어로 지역감옥이라 적혀있다.



누구나 알아볼 치과간판도 파랑 ㅎㅎ



길 가다가 찍는 현관문, 붉은 벽돌색에 색깔매치하나 가 이렇게 분위기를 밝게 하니 정말 색의 중요성을 새삼 느낀다.


산 위쪽에서 내려다본 골목 풍경


아래층이 가게, 상가인 건물이다.


현관출입문 둘레의 짙은 파랑과 하얀 방울이 시원해 보인다


이 골목에서 놀고 있던 소년이 찍어준 인증샷 하나

나를 찍어준 소년을 나도 하나 허락받고 남겼다 ㅎㅎ


나는 혼자 여행하니 패키지로 가서 왁자지껄 서로 사진 찍어주고 포토존에서 찍는 사진이 없다. 정말 이 골목에 이 아이 혼자 놀고 있었기에 그나마 사진 두 장을 남겼다. 지금도 이곳을 떠올리면 가게에서 일하시다 싱긋 웃어주신 젊은 아저씨와 이 아이가 떠오른다. 여행에서 남는 건 내가 직접 순간으로나마 조우한 사람에 관한 거다.



환전, 송금을 하는 은행 같은 곳


기도시간이 되었는지 모스크로 향하는 할아버지


빨강에 초록별 모로코 국기모양이 걸린 주택가 건물 같은 곳




온종일 걷는 뚜벅이 여정을 마치고 차를 기다리며 뜨끈한 박하차와 뜨끈한 수프를 먹었다. 이열치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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