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랑 사랑을 나누던 방
네가 내 머리칼을 꾸준하게 뒤로 쓰다듬어주면서 말했던 라벤더 향
네가 보고싶어 울 던 밤
다음날 네가 올까 기다리던 밤
나랑 사귀자고 말하던 밤
우리는 만나고 항상 다음을 약속했다. 마치 우리가 약속을 한 것 같지만 사실 네가 약속을 하자고 말한 것뿐이다. 만나자는 의문형도 아니고 그때 만나자고 나는 언제나 좋다. 이 한마디뿐이었다. 우리의 사이는 알 수 없는 계급이 있는 것 만같았다.
"나 3주 뒤에 군대 가"
"아 벌써 시간이 그렇게 지났구나 군대 갔다가 다시 일본에 가는 거지?"
너는 그렇다는 얼굴을 하며 밥을 먹었다. 우리가 처음 만난 날 양식집에서 음식을 각자의 그릇에 덜어먹곤 했는데 지금은 같은 국그릇에 수저를 푹푹 찍어 밥을 먹었다.
우리에게는 많은 일이 있었다. 항상 만날 때마다 우리의 사이는 가까워졌고 서로의 심장소리가 크게 들렸다. 우리가 말하는 속도가 마치 심장박동에 맞춰서 말을 하게 되는 것 만같았다.
너는 나의 집에 자주 왔었다. 낮에 와서 점심을 같이 먹곤 했는데 오전에 와서 같이 차를 마시고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우리는 밤을 함께 보냈다.
영화를 같이 보고 너의 팔베개를 내가 베면서 베개 없이 처음으로 자보았다. 그리 밤 아니 나의 방
너랑 사랑을 나누던 방
네가 내 머리칼을 꾸준하게 뒤로 쓰다듬어주면서 말했던 라벤더 향
네가 보고 싶어 울던 밤
다음날 네가 올까 기다리던 밤
나랑 사귀자고 말하던 밤
달콤하고 무언가를 향해 가는 우리 사이가 나날이 쌓이다 보니 무더운 여름이 되어 너는 군대로 간다고 한다.
날이 이렇게 푹푹 찌는데 너는 발걸음을 가볍게 옮기며 군대로 갈려나 날 얼마나 보고 싶어 하려나
나를 너무 보고 싶어 해서 네가 아파버렸으면 좋겠다. 열병을 심하게 앓아서 그냥 군대에 안 가버렸으면 좋겠다. 네가 나 없으면 살지 못했으면 좋겠다.
밤이라고 하면 별과 달을 생각하는 것이 아닌 나의 얼굴을 생각해 내며 날 사랑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