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 톡 잘하는 법
할 말이 없다면?
넷플릭스에 새로운 연애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바로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라는 프로그램이다. 첫 만남에서 뚝딱거리며 그 아무도 정적을 깨지 못하는 모습이 순수해 보이면서도, 보는 내내 '제발 말 좀 하지...'싶어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모태솔로가 아니라도, 다들 한 번쯤은 어색한 침묵을 어쩌지 못한 채, 말 한마디 없이 지나간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순간이, 바로 스몰 톡이 필요한 순간이다. 말문을 트고 싶지만, 도무지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막막한 시간. 말이 없어도 예의는 차려야 하고, 너무 무거워도 가볍게 보여도 안 될 것 같은 애매한 분위기.
스몰톡은 그 애매함을 지나가기 위한 작은 다리다. 가볍게 건넌 말 한마디가 상대에게 ‘이 사람, 말 통하겠네’라는 인상을 남긴다. 하지만 말보다 낯이 익숙해져야 마음이 풀리는 사람에게는 그 첫마디가 참 어렵다.
스몰톡은 정보를 주고받기 위한 말이 아니다. 질문을 던지고 답을 기다리는 구조가 아니라, ‘이 사람과는 말이 통할 것 같다’는 인상을 주는 감각적 언어다. 상대가 나를 잘 몰라도, 나와 말이 섞인다는 기분을 줄 수 있는 말이 중요하다.
그래서 스몰톡에는 완성된 문장도, 논리도 필요 없다. 불쑥 건넨 한마디, 짧은 리액션, 눈길과 함께한 말투. 그 모든 요소가 하나의 ‘느낌’으로 전달된다.
낯가림이 심한 사람은 말을 잘 못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먼저 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먼저 다가가지 않지만, 말을 걸어오면 반응은 괜찮다. 그래서 관찰이 중요하다. 말보다 시선이 먼저 가는 상대의 성향을 활용해, 상대방과 나에게 함께 보이는 것부터 말로 옮기는 연습이 필요하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장소·날씨·공기·분위기를 말로 옮기면, 낯선 사람도 자연스럽게 반응하게 된다. 이건 ‘질문’이 아니라 ‘말 걸기’이기 때문에 부담도 줄어든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말부터 시작해 보자. 카페나 음식점처럼 일상적인 공간에서 누구나 편하게 꺼낼 수 있는 한마디다.
- “여기 자리 진짜 찾기 힘들었어요. 은근 인기 많네요.”
- “혹시 이 메뉴 드셔보셨어요? 처음 와봐서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네요.”
- “주문 줄이 생각보다 길죠. 점심시간 조금 지나도 이렇네요.”
- “이 집 냄새부터 맛집 느낌 나지 않아요?”
- “테이블 간격 넓어서 조용하게 얘기하기 좋네요.”
- “에어컨 세게 나오는 거 정말 좋은데요. 밖이 너무 더워서요.”
- “지금 딱 배고픈 시간인데, 음식 나오면 바로 흡입각이에요.”
이런 표현들은 공간에 대한 관찰이나 순간적인 느낌을 말로 옮긴 것으로, 상대가 대답하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고, 가볍게 웃으며 받아치기 좋은 말이다. 또한 대부분은 공통된 경험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반응을 유도하기에도 좋다.
이런 말들은 ‘나만의 감상’이 아니라,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눈치챌 수 있는 관찰 기반 이야기다. 질문보다 진입 장벽이 낮고, 대답이 없어도 어색하지 않다.
스몰톡은 상대의 개인정보를 얻기 위한 대화가 아니다. 처음 만난 사이일수록 “어디 사세요?”, “무슨 일 하세요?”보다는 감상 중심의 진술이 편안하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말들은 자연스럽게 나를 열고, 대화를 유도하는 진술형 스몰톡이다.
- “저는 메뉴 고를 때 제일 오래 걸리는 편이에요. 늘 후회하거든요.”
- “이런 데 오면 조용한 자리가 무조건 좋은 것 같아요.”
- “저는 커피보다 디저트 메뉴부터 봐요. 이상하게 그게 더 중요하더라고요.”
- “처음 보는 데는 늘 기본 메뉴부터 먹는 게 제 스타일이에요.”
- “낯선 데 와도 음악이 익숙하면 괜히 안심되더라고요.”
- “사람 많은 데는 잘 못 가는데, 여긴 딱 적당해서 좋네요.”
- “에어컨 바람맞는 자리에 앉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이런 말들은 내가 느낀 점을 먼저 풀어놓는 방식이기 때문에, 상대가 리액션하거나 비슷한 경험을 나누기 좋다. 질문 대신 진술로 시작하면 ‘상대가 답하게 하기보다, 말을 함께 섞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진술형 문장을 먼저 꺼내면, 상대가 반응하기 쉽다. ‘나를 여는 말’이 먼저, 그다음에 상대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를 한다.
→ 내가 뭘 고르거나 결정한 이유를 말로 풀면 대화가 시작된다.
- “저는 늘 첫 방문 땐 시그니처부터 시켜보거든요."
- “너무 배고파서 일단 제일 빨리 나올 것 같은 걸 골랐어요.”
- “디저트 메뉴 이름이 너무 특이해서 그걸로 시켰어요.”
- 상대도 ‘왜 그걸 골랐는지’ 말하게 되며, 취향 대화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 상대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겪었던 비슷한 일 하나만 짧게 얹는다.
상대: “이 집 커피 생각보다 진하네요.”
나: “맞아요. 저도 처음에 한 모금 마시고 깜짝 놀랐어요.”
상대: “요즘은 날씨가 들쭉날쭉해서 뭐 입을지 모르겠어요.”
나: “저도 아침에 반팔 입었다가 후회했어요. 바람이 너무 세더라고요.”
- 완전히 똑같은 경험이 아니어도 괜찮다. “저도 비슷했어요”라는 느낌만 전달하면 된다.
→ 닫힌 질문 대신, 상대의 생각이나 경험을 묻는 질문으로 말문을 열어보기
스몰톡이 어색해지는 가장 흔한 이유 중 하나는, “○○하세요?”, “○○ 드셨어요?” 같은 예·아니오로 끝나는 질문만 던지는 것 때문이다. 이런 닫힌 질문은 대화를 이어가기 어렵고, 마치 ‘조사’하는 듯한 느낌을 줄 수도 있다. 이럴 땐, 상대가 자신의 생각이나 경험을 자유롭게 풀어낼 수 있도록 돕는 ‘열린 질문’ 방식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여기 자주 오세요?” 대신 → “여기 처음 오셨을 땐 어땠어요?”처럼 질문을 바꾸면, 상대는 단순히 ‘네/아니요’로 대답하는 대신 자신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게 된다.
또는 “이 메뉴 좋아하세요?” 대신 → “이 집 메뉴 중에 뭐가 제일 괜찮았어요?”처럼 묻는 것도 좋은 예다.
질문 속에 답을 정해놓지 않고, 상대의 말이 길어질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게 핵심이다.
열린 질문은 단순한 정보 수집이 아니라, 상대의 말에 공간을 열어주는 말하기다. 어색한 대화의 문을 여는 가장 부드러운 손잡이이기도 하다.
→ 너무 크지 않은 불편함은 오히려 말문을 여는 데 좋다.
예: “의자 조금 낮죠? 앉자마자 느꼈어요.”
예: “에어컨 바람이 이쪽은 좀 세네요.”
큰 불평이 아니라 ‘공감 가능한 불편’은 대화의 틈을 만든다.
“맞아요, 저도 느꼈어요”라는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
→ 시간대에 따라 달라지는 분위기나 상황을 말로 포착하면 스몰톡 소재가 생긴다.
- “이 시간대에 오면 조용해서 좋아요. 오전엔 시끄럽더라고요.”
- “지금쯤이면 브런치 손님 빠지고, 딱 커피 타임 느낌이에요.”
- “이 시간엔 해가 여기까지 들어오네요. 아까는 그림자였는데.”
시간의 흐름을 말로 포착하면, 자연스럽게 공간·사람·기분 이야기로 연결된다.
- “여기 커피 진하죠? 이 맛이 중독돼요.”
- “생각보다 붐비네요. 평일인데도 말이죠.”
- “이 골목 처음 와봤는데 분위기 괜찮은데요?”
▶ 공간 기반 스몰톡은 누구나 자연스럽게 반응할 수 있다.
- “저는 이런 자리 나오면 긴장돼서 말이 느려지거든요.”
- “이런 데 자주 오세요? 저는 모임 자체가 오랜만이에요.”
▶ 자기 개방형 말하기는 낯가림을 드러내면서도 대화의 문을 연다.
- “강아지 되게 얌전하네요. 저희 애는 아직 훈련 중이에요.”
- “햇볕 좋을 땐 무조건 이쪽 길로 오게 돼요.”
- “이 코스 걷기 참 좋아요. 조용하고 바람도 좋고요.”
▶ 함께 걷는다는 공통 맥락을 활용하면 거리감이 확 줄어든다.
- 오늘 느낀 날씨
- 가게 안 분위기
- 지나가다 들은 말 한마디
- 카페에 앉아 바라본 풍경
▶ 생각을 말로 옮기는 습관을 들이는 게 1단계다. 말을 안 해도 머릿속으로 훈련이 가능하다.
- “저는 이런 데 오면 메뉴 고르기가 제일 어려워요.”
- “이 동네 조용하죠? 걷기 좋아요.”
▶ 내가 자주 쓰는 첫 문장 5개를 정해두고, 상황에 따라 꺼내보는 연습을 한다.
마무리하며
낯가림은 단점이 아니라 특성이다. 느리게 사람을 받아들이고, 말보다는 공기를 먼저 느끼는 사람일 뿐이다. 다만 그 특성이 대화를 피하게 만드는 방패로 변하지 않도록, ‘먼저 말하는 나’를 만드는 훈련이 필요하다.
스몰톡은 작은 용기에서 시작된다. 완벽한 말보다 가벼운 말, 예쁜 표현보다 느린 감상. 그 한마디가 낯선 사이를 조금 더 편안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