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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매력적인 사람의 말투

애프터를 부르는 말투

by 유창한 언변
또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

 어떤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나면, 이상하게도 여운이 남는다. 특별히 유머를 던진 것도 아니고, 말을 많이 한 것도 아닌데, 자꾸 다시 떠오른다. 그 사람의 말이 오래 남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답은 간단하다. 말투 속에 편안함과 호감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말투는 그 사람의 태도와 감정을 조용히 압축해서 보여준다. 대화 속에서 편안함과 공감이 묻어나는 사람. 그리고 그런 사람의 말투에는 몇 가지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1. 말투에 미소가 묻어 있다


 좋은 말투는 무조건 유창하거나 정확한 게 아니다. 서툴더라도 따뜻한 말이 더욱 마음에 와닿는다. 말을 시작할 때 살짝 미소 짓는 사람. 말끝에 부드러운 여운이 남는 사람. 그런 사람과의 대화는 경계를 무장해제시킨다. 말을 예쁘게 하려 애쓰기보다, 미소와 함께 말하는 것이 훨씬 강한 인상을 남긴다. 표정은 말의 분위기를 결정하고, 그 미소는 결국 ‘다시 보고 싶은 사람’으로 기억되게 한다.


2. 말을 자르지 않는다


 매력적인 사람은 대화를 끊지 않는다.


 “그건 아닌데요”, “아니요, 제 생각은요” 같은 식으로 상대의 말을 덮지 않는다. 대신 끝까지 들어주고, 듣고 있다는 신호를 보낸다. 대화는 먼저 말해야 이기는 싸움이 아니다. 내 말이 중간에 끊기지 않는다는 경험은, 곧 이 사람이 나를 존중한다는 메시지가 된다. 말의 내용보다 듣는 태도가 더 강하게 인식되는 순간이다.


3. 빠르게 쏟아내지 않는다.


 또 만나고 싶은 사람은 말의 속도가 조급하지 않다. 생각을 정리한 뒤 말하고, 말 사이사이에 여백을 남긴다. 빠르게 말을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사람은, 대체로 자신의 생각, 경험 등을 빨리 전달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은 상호 간의 의사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느끼기보다는, 일방적으로 들어준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하지만, 매력적인 사람들은 빠르게 설명하려 하기보다, 상대가 따라올 수 있는 리듬을 만든다. 서로 경청하고, 이해할 여지를 만들어둔다. 이런 말투는 듣는 사람의 긴장을 풀고, 안정감을 준다. 그리고 안정감이란,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을 만드는 기본값이다.


4. 공통 관심사를 발견해 낸다


 매력적인 말투는 ‘나도 그래요’라는 다리를 자주 놓는다. 취미든, 음식 취향이든, 일상의 작은 경험이든 대화 중 공통점을 발견해 반응할 줄 아는 사람은 빠르게 마음의 거리를 좁힌다.


 “저도 그 영화 진짜 좋았어요.”
 “그 동네, 예전에 살았었어요!”


 이런 말들은 ‘우연히 겹친 경험’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상대를 중심에 놓는 말버릇이다. 예를 들어, "새로운 곳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게 너무 즐겁고 재미있어."라고 했을 때, 상대가 "그게 재미있어?"라고 물어본다면, 그런 상황을 좋아하는 나는 이상한 사람이 되어 버린다. 상대에게 이상하고 별난 사람으로 취급받고 싶은 사람은 없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과 감정이 담긴 대화를 하며 서로를 향한 수용과 공감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우리는 상대방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게 된다. 공통 관심사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 상대방의 취향과 감정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5. 상대의 필요를 감지하고 채운다 (Needs & Wants)


  사람은 ‘말을 잘하는 사람’보다, 내가 필요한 걸 건드려주는 사람에게 끌린다. 예를 들어, 내가 지쳐 보일 때 “오늘 하루 좀 힘들었죠?”라고 먼저 건네는 말. 다시 만난 자리에서 “이거 좋아하시는 거 맞죠?”라며 센스 있게 챙기는 말.


 이건 공감이자, 관심 기반의 언어 표현이다. 상대가 필요한 말(Needs)을 해주고, 원하는 말(Wants)까지 건드려줄 때, 관계는 깊어진다. 상대방이 한 말을 기억해두고 있다가, 선호하는 음식을 시켜준다든지, 먹어보고 싶다고 했던 작은 디저트를 가져다준다든지 하는 것들을 떠올려보자. 마음이 절로 따뜻해질 것이다. '나의 말을 기억해 준 사람'은, 곧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스치듯, 흘리듯 한 말을 기억하고, 작은 호의를 돌려주는 것은 상대방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6. 반응이 따뜻하다


 말을 잘 듣는 사람은 반응도 잘한다. “네”, “맞아요” 같은 무표정한 리액션이 아니라, 상대의 말에 감정을 실어주는 피드백을 준다.


 “그 얘기 들으면 누구라도 놀라죠.”
 “그럼 마음 쓰이셨겠다…”


 이런 말은, 화려하진 않아도 오래 남는다. 따뜻한 말투는 ‘공감한다’는 말을 굳이 하지 않아도, 이해받았다는 기분을 만들어낸다.


7. 말을 길게 끌지 않는다

 매력적인 사람은 자기 이야기를 짧게, 정확하게, 여지를 남기며 한다. 자랑도, 설명도, 해명도 장황하지 않다. 말이 짧다는 건 소극적이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말할 수 있는 걸 다 말하지 않고, 상대가 궁금하게 만든다. 그 여백이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한다. ‘이 사람 얘기, 다음에 또 듣고 싶다’는 인상을 심는다.


말투는 결국 ‘느낌’이다

  또 보고 싶은 사람은 말투가 다르다. 정확한 말보다, 따뜻한 말. 똑똑한 말보다, 편안한 말. 말투는 기술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관계에 대한 따뜻함이 묻어 나올 때 우리는 다시 한번 그 사람을 만나고 싶어지는 것이 아닐까.


 그 사람의 말에서 나를 느꼈을 때, 우리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한다.
 “다음에도, 이 사람이랑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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