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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_가방에 들어갈 것

what's in my bag?

by 한경환

8월 10일부터 14일까지.

4박 5일간의 일정을 계획했다.

그리 길지않은 시간.

하지만 잃어버린 청춘을 다시금 회상하기에는 충분한 시간.

우리의 여행은 저녁 비행기로 시작된다.

5년 전에도 그랬었다.

해가 지기 시작할 때쯤 출발해 밤늦은 시간에 도착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비행 시간이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묘하게 반가웠다.

마치 그 시간만큼은 나를 기다려준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비행을 이야기해 보자면 10일 저녁에 출발하는 비행기이다.

밤 10시가 넘어 도착하는 비행기라 첫날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14일도 마찬가지로 늦은 밤비행기이다.

덕분에 우리는 라오스에서의 4일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4박 5일간의 휴가로 정한 여행지, 라오스는 수많은 소수민족들이 모여 만들어낸 국가이다.

서로 다른 민족들이 모여 만든 하나의 나라, 라오's.

즉 라오의 복수형인 것이다.

그냥 라오가 아닌 복수형으로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았다.

나라의 이름조차도 따뜻하게 느껴졌다.

단 하나의 민족이 모여 만들었지만 그 안에서 서로 파를 나누고 서로를 헐뜯는 어느 곳의 차가움과 정 반대이기 때문이려나.


라오스에는 크게 3군데의 여행지가 있다.

라오스의 수도인 비엔티안, 여행자들의 도시라 불리는 방비엥, 라오스의 옛 수도이자 지역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루앙 프라방.


그중 우리의 여정은 비엔티안과 방비엥으로 정해졌다.

비엔티안에 도착해 방비엥으로 이동하고 그곳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마지막 날 아침 비엔티안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방비엥에서 액티비티를 잔뜩 즐기고 난 뒤 비엔티안의 사원들을 방문하면 좋을 것 같았다.

마치 5년 전 라오스를 방문했던 3명의 반짝이던 청춘들처럼.


신기한 일이었다.

그저 검색만 몇 번 했을 뿐인데 기분이 달라졌다.

퇴근 후에는 몸을 움직이는 것도 싫었던 내가 지금은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과 핸드폰을 이용해 자료를 찾고 적는다.

어제와는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업무 중간중간에도, 점심시간에도, 잠깐씩 주어지는 휴식시간에도 라오스에 대한 자료를 찾았다.

점심 식사가 끝난 후에 쪽잠을 자기 바빴던 내가 여행노트를 빼곡히 채워갔다.

이런 변화는 나뿐만이 아니었다.

세희와 민정, 민아도 마찬가지였다.


“나 라오스 검색을 너무 많이 해서 이미 한 번 다녀온 것 같아.”


어느 날 민정이가 단톡방에서 자료를 공유하다가 한 말이다.

우리는 모두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같은 마음이었으니.

몇 번의 만남과 줌 회의를 통해 대충 여행의 윤곽을 잡았다.

한국에서 예약할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예약을 하고 필요한 어플들을 다운받고 회원가입과 카드등록까지 해두었다.

어렵게 얻은 기회인 만큼 완벽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아래에는 나의 체크리스트들을 공유해 두겠다.


라오스 여행 전 체크리스트


도시별 이동을 위한 교통수단 예약하기(현장에서 버스를 이용해도 좋지만 미리 예약도 가능하다, 훨씬 편리한 대신 현장 예매보다 비싸다.)

택시어플(인드라이브와 로카, Xanh SM. 그중 인드라이브를 가장 잘 이용했었다.)

달러(100달러가 가장 환율 좋게 환전할 수 있다.)

방수케이스

우산, 우비(4월부터 10월까지는 우기에 해당하기에 꼭 챙기는 것이 좋다.)

샌들(슬리퍼나 쪼리를 신을 예정이라면 뒤가 막혀있는 샌들을 하나 챙기는 것을 추천한다. 액티비티 때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야시장에서도 판매하고 있으나 예쁜 디자인은 아니다.)


없어도 괜찮지만 있으면 유용한 것


물티슈(휴대하기 편한 작은 사이즈, 가성비템 큰 사이즈를 챙겨갔다가 민아의 가방에서 짐덩이가 되어버린 나의 물티슈에게 애도를.)

휴대용 선풍기(에어컨이 없는 식당이 대부분이고 날씨 자체도 덥고 습한 편.)

멀티탭(저렴한 숙소에는 콘센트가 넉넉하진 않았다.)

베트남에서 흔히들 사용하는 동 지갑(라오스도 화폐 단위가 크고 많아 헷갈리기 쉽다.)



이제 여행가방에 모든 것을 담아낼 차례다.

작지만 소중한 준비물들.

그것들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우리가 꿈꾸는 여행의 설렘과 기대를 담고 있다.

이 물건들이 가방을 가득 채울 무렵이면 우리의 여행은 이미 시작된 것과 다름없었다.

청춘의 먼지를 한 꺼풀 벗겨내며, 우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라오스를 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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