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것들에게

벚꽃은 짧고, 마음은 느지막이 피어나니까

by 한경환

며칠을 정신없이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벚꽃을 마주했어요.


나뭇가지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봄눈처럼

조용하고 포근하게 세상을 물들이고 있었어요.


그 풍경을 바라보다가

문득 마음 한쪽에서 아쉬움이 밀려왔어요.

영원한 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꽃도, 계절도, 마음도

언제나 흘러가고, 그렇게 사라지더라고요.


가끔은 영원히 소년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내가 마음을 주었던 것들이

끝나지 않고 오래도록 머물러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 집 강아지 호두가 영원히 살았으면 좋겠고,

오랜 친구들이 많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곁에 있어줬으면 해요.


엄마 아빠는 늘 집에서 나를 반겨줬으면 좋겠고,

동생들은 여전히 재잘대며 이야기해줬으면 해요.


그 순간들이, 그 감정들이

시간에 쓸려 사라지지 않길 바라요.


내일 비가 온대요.


그래도 저 벚꽃들이 떨어지지 않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피어 있어 줬으면 좋겠어요.


변하지 않고, 조용히 머물러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아요.


영원한 것이,

이 넓은 세상에 단 하나쯤은 있다고

누군가 말해줬으면 좋겠어요.


언제나 봄은 짧고, 그래서 더 간절해져요.


머무름은 잠깐이지만,

마음은 늘 늦게 따라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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