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동물을 좋아했다. 천생 달고 사는 피부 알레르기와 키우기 편하다는 선인장도 이내 죽여버리는 이상한 재능 덕분에 동물을 키우는 것은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하지만, 지금도 털이 복슬복슬하게 달려있는 생명체라면 무엇이든 사랑스럽게 손을 내밀게 된다.
동물에 대한 열망을 채워주기 위해 내게 허락되던 생명체는 물고기였다. 커다란 항아리에 금붕어를 키워 보기도 하고, 구피 새끼를 위한 작은 어항을 따로 만들어 부화했을 때부터 길러보기도 하며 나의 손을 거쳐 간 물고기는 한가득 있지만, 유독 기억에 남는 물고기가 있다.
이름은 동글빼기였다.
동글빼기는 열대 지역에 서식하는 물고기였다. 동글빼기 말고도 같은 종의 물고기를 여러 마리 사 왔었는데, 물고기의 색이 모두 달랐다. 그중에서 동글빼기는 내가 좋아하는 색이었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때 보이는, 형광빛이 감도는 맑은 하늘색.
그 열대 물고기들은 사람을 싫어하고, 서로를 싫어했다. 물고기 밥을 주려고 다가갈 때마다 분주하게 움직이고, 사람을 위협하며 튀어 오르곤 했다. 동글빼기는 튀어 오르는 힘이 가장 강한 물고기였고, 며칠에 한 번씩 다른 물고기들마저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동글빼기 혼자 남게 되었다. 나는 동글빼기가 미처 처리하지 못한 물고기의 척추 뼈를 어항 속에서 발견하곤 했다.
혼자 남은 동글빼기는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보다 기분이 더 언짢아 보였다. 어항 위로 튀어 오르는 높이는 매일 조금씩 기록이 경신됐다. 조금씩, 조금씩 그렇게 높아지다가 어느 날 자고 일어나 보니 아빠 옆에 누워 있었다. 거실에서 주무시는 아빠 옆에 곤히 누워있는 동글빼기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평온해 보였고, 내가 키우던 물고기의 죽음 중 가장 기괴했다.
그렇게 동글빼기는 죽었다. 스스로 물 밖으로 나와서. 물이 없으면 죽는다는 것을 모르고 가엾게도 죽어버렸다.
강렬했던 동글빼기와의 시간들은 기억이 희미해질 때쯤 한 번씩 상기되곤 했다. 어쩌면 동글빼기는 사람도, 다른 물고기도 아닌 물을 싫어했던 건 아니었을까? 물에서 벗어나 굴절되지 않은 세상을 그토록 커다란 눈으로 바라보고 싶어서 처절하게 몸부림치고, 싸웠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네 삶도 그렇지 않을까. 물 밖으로 나가 정신없이 세상을 구경하다 결국 나를 헤집고, 어지르고, 원하는 것만 가져가는 손에 매번 생채기가 생겼던 것일지도 모른다. 어항 밖을 궁금해 하지만 결국 어항 속에 살면서 가끔 고개만 내민 채 살아야 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