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것도 아니고, 설마 아직 갱년기도 아닐터인데 감정의 널뛰기에 주체하지 못하는 요즘이다. 어제는 뜬금없이 눈물이 흘러내려 남편이 당황(식겁 수준으로)해서 한동안 각 잡고 있었더란다. 남편은 휴가를 내고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 일본에 가기 전 처리해야 할 은행업무등과 집정리등이 꽤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휴가 오고 첫 주말을 아이들을 데리고 공손히 시댁으로 떠났다. 아마 나의 뜬금포 눈물이 한몫을 한 것 같다.
나는 떠나는 자동차 꽁무니가 사라질 때까지 열심히 손을 흔들어주고 집에 들어와 뱀이 허물을 벗듯 노트북만 챙기고(남겨진 집안꼴은 허물되시겠다.) 잽싸게 카페로 달렸다. 눈으로 카페를 스캔한 뒤 적당한 자리를 잡고 당연히 아이스라뗴를 시켰다. 커피가 준비되는 동안 노트북을 세팅하고 책을 꺼내고 그동안 완성된 커피를 받아와 한 모금 쭉 마셨다.
'캬~~'
온몸이 커피의 카페인으로 상큼하게 휘감겼다. 내 몸속에 그동안 켜켜이 쌓여있던 눈물찌꺼기도 커피와 함께 버무려져 사라져 버렸다. 타닥타닥 키보드에 한글을 열심히 몇 자 두드리자 그동안 나를 가라앉혔던 감정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시작했다. 내려갔던 입꼬리가 힘을 얻어 올라가는 듯했다. 아직도 무언가 답답한 감정들이 남아있을까 봐 책도 챙겨 왔다. 제일 읽고 싶었던 책 한 권. 이제 요것만 읽으면 이 감정들은 집중포화를 맞아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기다려라. 이것만 쓰고 열심히 읽어주리라.
한가로운 토요일 오후, 나는 카페에서의 커피 한잔, 노트북, 책 한 권으로 나를 치유하는 중이다. 비용은 6,300원.
에잇. 다음엔 커피빈 안 갈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