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주먹으로 동경에 서다, 일본법인 설립 - 1
전편에서 말한 바와 같이 2004년 중반 Nexon Japan, NC Japan 등과 일본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고, 일본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준비를 하면서 회사 전체에 ‘글로벌’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동안 한국은 수출강국으로서 제품을 해외로 수출하여 외화를 벌어들이는 기업은 많았지만, 한국의 어떤 회사도 서비스로 해외에서 성공한 케이스는 없었다.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던 IT 서비스를 통한 해외시장 진출이라는 꿈을 품게 되어 모두들 회사를 처음 창립할 때처럼 들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낭만적이지 않았다.
한번도 해외 IDC에 PoP을 구축해본 경험이 없었고, 일본에 사무실이 없으니 한국에서 원격 운영을 해야 하는데, 장애가 발생할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언어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등등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한마디로, 일단 질러놓았으니 어떻게든 수습해야 하는데 누구도 어찌할 바를 모르는 형국이었다.
비록 Nexon Japan과 NC Japan이 사용하던 회선을 승계하기로 했으나, 서버를 설치할 IDC 상면은 별도로 구해야만 했다. 다행히 Nexon의 강OO 실장으로부터 Nexon Japan이 이용하고 있던 Bit-Isle이라는 IDC를 소개받았다. 그리고 마침 2004년 초에 입사했던 운영팀의 이용진 사원이 어린시절을 일본에서 보내서 일본어가 유창할 거라는 얘기를 들었다. 입사한지 얼마 안되어 운영 경험이 많지는 않았지만 기술을 아는 직원 중에서 일본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내게는 큰 위안이 되었다.
2003년 첫번째 일본 출장에서 KDDI를 만났을 때 우리 회사의 네트웍 대역폭이 왜 그렇게 큰지에 대해 설명하느라 진땀을 뺏었기에, Bit-Isle과의 미팅을 위한 출장 때는 아예 우리 회사의 총 대역폭이 표시되어 있는 MRTG 그래프를 인쇄해서 가져갔다.
중소규모 IDC였던 Bit-Isle은 평소 외국기업으로부터 직접 방문을 받는 일이 흔치 않아서인지 우리는 나와 이용진 사원 2명뿐인데 반해 영업, 마케팅, 운영 직원 뿐 아니라 재무담당자까지 10여명이 우루루 회의실에 나타났다. 그들은 일단 내가 메일을 통해 우리가 한국에서 CDN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라고 밝혔더니 사전에 CDN에 관해 조사를 해본 모양이었다. 그래서 IT의 새로운 트렌드라는 CDN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직접 방문을 한다고 하니 모두들 흥미와 호기심을 갖고 그 자리에 참여한 모양이었다.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나는 간단한 인사 후에 한국에서 가져간 50Gbps 트래픽이 표시된 MRTG 그래프를 그들 앞으로 쑥 내밀었다.
운영팀 직원 한 명이 그래프를 쳐다보다가 숫자를 쳐다보더니 눈이 동그래졌다. 그는 안경을 벗어서 눈을 비비고는 다시 눈을 크게 뜨더니 감탄사인지 비명인지를 내뱉으며 종이를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
그들은 서로 그 종이를 쳐다보고는 저마다 외마디 비명 같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MRTG 그래프에 이렇게 큰 숫자가 적혀있는 것은 지금껏 처음 본다며, 처음에는 50Mbps인줄 알았다고 했다. 그리고는 처음 방에 들어설 때 다소 거만해 보이던 그들은 우리가 범상치 않다는 것을 인정했는지 공손해진 것 같았다.
하지만 면담 결과 Bit-Isle은 상면만 보유한 순수한 IDC일 뿐이고, 네트웍 회선은 외부의 ISP사업자와 별도로 계약을 해야 한다고 했다. 어떤 ISP의 회선도 사용할 수가 있으나 초기에 인입공사 비용이 만만치 않으니 이미 인입공사가 완료된 ISP 회선을 사용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이때의 미팅으로 인연을 맺어 그 이후 오랜기간 많은 도움을 주었던 Yoshimoto Satoshi라는 40대 중반의 영업사원은 “NTT와 IRI 등 4개 ISP 인입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 IRI는 자신이 친한 영업사원이 있으니 좋은 가격을 받게 해주겠다.”라고 했다. IRI라면 이미 NC Japan으로부터 회선을 재임차하기로 했던 회사였으니 잘됐다 싶었다. NC Japan이 사용하고 있으니 품질도 검증되었다고 간주할 수 있고, 가격만 잘 받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Yoshimoto로부터 소개받은 IRI의 영업사원 Tsuchiya Shin은 정말 진실한 마음으로 우리를 도와주었다. 나는 그가 마음에 들어 얼마 후 스카웃을 했고 그는 2005년에 CDNetworks Japan 설립 후 첫 영업팀장이 되었다.
얼마 후 본격적인 일본사업 추진을 위해 동경외국어대학을 졸업하고 일본기업에서 오래 근무한 유승을 차장을 영입했다. 그의 도움으로 나는 Yoshimoto, Tsuchiya와 친구처럼 허물없는 사이가 되었고, 일본법인 설립과정과 그 이후에도 오랜동안 큰 도움을 받게 되었다. 그들의 도움으로 당시에 IT 요금이 살인적으로 비싸다는 일본에서 한국과 별 차이 않나는 요금으로 Bit-Isle과 IDC 이용 계약을 체결하고 일본에서의 첫번째 CDN PoP을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 14편에서 계속
1편 - 한국 최초의 CDN 전문기업 씨디네트웍스 탄생의 비화
3편 - 통신 3사의 공동 투자, 첫 번째 그림의 완성
7편 - 온라인게임 5개사 수주, 시장 개척을 통한 진정한 1위 도약
8편 - 국내 최초, 어쩌면 세계 최초 HD 고화질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13편 - 맨주먹으로 동경에 서다, 일본법인 설립 - 1
14편 - 맨주먹으로 동경에 서다, 일본법인 설립 - 2
18편 - 해외사업을 넘어 글로벌기업이 되기 위한 조직개편 - 1
19편 - 해외사업을 넘어 글로벌기업이 되기 위한 조직개편 - 2
20편 - 글로벌 조직 운영을 위한 과감한 결단, Global PI Proj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