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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동아빠 구재학 Sep 11. 2022

벤처 창업에서 글로벌 기업까지 19

해외사업을 넘어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한 조직개편 - 2

3주 후, 사장님께 다시 보고를 하는 자리. 우리는 긴장했다. 이번에도 사장님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우리의 프로젝트는 물거품이 될 것이었다.

자신감 있고 여유 있었던 지난 보고 때와 달리 회의에 참석한 모두는 긴장된 모습이었고, 우리는 차분하게 보고를 시작했다.


   1. Functional Matrix 조직 : 기존의 Regional 법인별 의사결정체계를 Function별로 의사결정하는 체계로 변경해야 한다는 신념은 변함없었다. 각 법인별로 독자적인 상품체계를 만들고 인프라 투자 및 조직/인력을 법인별로 각자 운영함에 따른 전사적인 자원 낭비와 인력운용의 비효율을 막아야 했기 때문이다.

   2. 부문-본부-실-팀의 글로벌 4단계 조직체계 : 전사의 조직이 하나의 조직처럼 유기적으로 재편성되기 위해서는 전 법인에 걸쳐 일관된 Organization Structure가 필요했다. 기존에 각 법인마다 상이한 조직체계를 하나의 형태로 통일했다.

   3. 4개 부문, 7개 본부, 13개 실로 전사 조직 재편성 : 기존 4개 Regional 법인 조직을 Functional 부문 중심의 하나의 조직으로 재편하고, Country Manager는 각 법인의 법적인 대표 역할과 법인 내 부서 간의 조율만 하되 각 법인별 Local Function에 대한 의사결정권은 없는 것으로 개편했다.

   4. 관리조직 세분화 및 글로벌 관리시스템 도입 : CFO 직책을 신설하고, 기존의 경영관리팀으로 통합되어 있던 관리 기능을 회계팀, 재무팀, 인사총무팀, 구매팀, IT프로젝트팀으로 분리하여 관리 기능을 강화하고 인력을 확대하도록 했다.


위의 Key Point 외에 구체적인 실행계획과 변화관리계획까지 보고했다.

드디어 사장님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몇 가지 질문을 하신 후에
“승인되었으니, 계획대로 진행해!”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환호성을 지르고 기뻐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보고한 대로 우리가 속해 있던 해외사업본부가 해체되게 되었으니, 각자 새로 재편될 조직에서 할 일을 찾아야만 하는 실업자 아닌 실업자 처지가 되어 버렸다. 각자 전문분야가 있고 외국어에 능숙한 사람들이니 새로운 부서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CFO 산하에 새로 신설될 'IT 프로젝트팀'이 문제였다. Global One Organization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전사의 자원과 프로세스, 시스템을 통합하는 ERP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여 ERP 도입 프로젝트를 염두에 두고 신설한 조직인데, 누가 맡아야 할지 고민하던 순간 모두들 나를 쳐다보며 ‘네가 그렸으니, 네가 책임져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내게 전하고 있었다.


일본에서 복귀할 때 글로벌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전사적인 통합 프로세스와 이를 자동화하기 위한 IT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BPM팀을 만들어 전사의 프로세스를 문서로 정리하고 비어 있는 프로세스를 정의하기까지 했었지만, 그때까지 주로 사업분야만 해왔던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내가 뿌린 씨는 내가 거둘 수밖에 없다는 책임감이 교차했다.


2008년 11월부터 각 조직과 법인을 대상으로 ‘Global One CDNetworks’라는 이름으로 조직개편안을 발표하고 그 해 연말까지 전 법인에 걸쳐 일사불란하게 조직개편을 실행했다. 그와 동시에 나는 조직개편이 미처 완료되기도 전부터 혼자서 가칭 ‘IT 프로젝트팀’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아예 CFO 옆으로 자리를 옮겨서, 전사적인 혁신과제 도출 및 실행계획을 수립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나는 IT시스템은 물론 ERP에 대해 전혀 몰랐기에 외부의 많은 전문가들을 만나고 혁신과제 도출을 위해 내부의 실무 팀장들이 나를 피할 정도로 괴롭힌 끝에, 다음 해인 2009년 3월부터 2년간에 걸쳐 한국 본사를 포함한 모든 법인의 모든 부서와 모든 임직원이 참여하는, 창사 이래 가장 고통스러웠던 때라고 일컫는 이른바 ‘Global PI Project’를 착수하게 되었다.



-- 20편에서 계속


벤처 창업에서 글로벌 기업까지 - Intro

1편 - 한국 최초의 CDN 전문기업 씨디네트웍스 탄생의 비화 

2편 - 창립 멤버

3편 - 통신 3사의 공동 투자, 첫 번째 그림의 완성

4편 - 처음 맞은 치명적인 위기

5편 - CDN 업계 1위 등극

6편 - 창업 후 첫번째 계약

7편 - 온라인게임 5개사 수주, 시장 개척을 통한 진정한 1위 도약

8편 - 국내 최초, 어쩌면 세계 최초 HD 고화질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9편 - 총성 없는 가격 전쟁

10편 - Next Market은 어디인가?   

외전1 - 첫 해외출장 에피소드

11편 - CDN 3사 통일 & 後3社 시대 개막

12편 - 현해탄을 건너온 승전보, 글로벌사업의 시작

13편 - 맨주먹으로 동경에 서다, 일본법인 설립 - 1

14편 - 맨주먹으로 동경에 서다, 일본법인 설립 - 2

15편 - 꿈은 이루어진다, 코스닥 상장

16편 - Softbank와 제휴, 일본 대기업 공략

외전2 - 오오미야 사택 에피소드

17편 - 글로벌 도약을 위한 프로세스 재정의

18편 - 해외사업을 넘어 글로벌기업이 되기 위한 조직개편 - 1

19편 - 해외사업을 넘어 글로벌기업이 되기 위한 조직개편 - 2

20편 - 글로벌 조직 운영을 위한 과감한 결단, Global PI Project

21편 - 처음이자 마지막 Layoff

에필로그 - 내가 이 글을 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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