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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동아빠 구재학 Jan 28. 2023

록그룹 Oasis - 그런데 Sally가 누구야?

Don't look back in anger

오아시스(Oasis)는 잉글랜드 맨체스터에서 1991년에 결성된 록 밴드다.

리암 갤러거(Liam Gallagher, 동생)가 리드보컬을 맡고 있던 밴드에 노엘 갤러거(Noel Gallagher, 형, 기타/보컬)가 참여하면서 갤러거 형제가 주축이 된 이 그룹은 영국 차트 1위를 8번이나 휩쓸며 1990년대를 풍미했다.


오아시스를 처음 알게 된 건 2000년 가을 라디오에서 Don't look back in anger를 들었을 때였다.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80년대의 청소년들은 가요보다는 팝송에 심취해 있었다. 그러다가 90년대에 우리 가요의 르네상스 시대가 열리면서 젊은이들이 가요에 열광하며 팝송은 올드한 사람들이 듣는 것처럼 치부되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이 걸출한 음악가들을 늦게 접하게 되었다.


오아시스는 비틀즈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고 갤러거 형제와 멤버들 모두 자타가 인정하는 비틀즈의 광팬이다. 그래서 노래 제목을 비틀즈 노래의 가사에서 따온다던가, 멜로디를 차용하기도 하고 비틀즈의 퍼포먼스를 흉내 내기도 했는데, 공식적으로 비틀즈의 허락을 받은 건 아니지만 너무 대놓고 했음에도 묵인한 것을 보면 비틀즈도 오아시스의 그런 행동이 싫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오아시스는 인기곡이 많지만,
나는 처음 들었던 Don't look back in anger를 가장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2000년에 Wembley Stadium에서 부른 라이브 버전이 좋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 부분인 "So, Sally can wait, she knows it's too late as we're walking on by ~" 부분에서 수만 명이 떼창을 하는 부분은 매일 들어도 여전히 전율이 느껴진다.

미리 짠 것도 아닌데 가수와 팬들이 서로 연습한 것처럼 노래를 주고받는 것을 들으면 그들이 얼마나 영국 젊은이들의 가슴속에 자리 잡고 있는지 느껴진다.


오아시스의 리드보컬은 리암인데, 이 노래는 노엘이 불렀다.

작곡을 담당하는 노엘은 2집을 준비하면서 Wonderwall과 Don't look back in anger 중에서 한 곡을 자신이 부르고 싶었는데, 성질 고약한 동생이 순순히 나올 리가 없기에 리암에게 먼저 선택권을 주었고 리암이 Wonderwall을 선택해서 노엘이 이 곡을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노엘이 이 곡을 처음 부를 때만 해도 팬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리암이라는 실력 있는 리드보컬이 있는데 노엘은 작곡하고 기타나 칠 것이지 왜 노래를 불러서 곡을 망치려 하느냐는 우려를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 노래의 초기 라이브 공연에서는 노엘이 이 노래를 부를 때 아무도 따라 부르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노래는 곧 대히트를 쳤고 리암이 몹시도 배 아파했다는 후문이 있다.


그런데, Sally는 누구일까?

이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데, 노엘의 옛 연인이라는 설, '샐리의 법칙'의 샐리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 등 다양한 설이 있지만, 노엘은 이에 대해 "나는 샐리라는 이름을 가진 어떤 사람도 몰라. 그냥 노래에 맞는 단어일 뿐이야"라며 일축했다. 하지만, 노엘의 부정에도 불구하고 그럴듯한 일화가 전해진다.


노엘이 1994년에 미국에서 리암과 틀어져 밴드를 떠났을 때, 샌프란시스코에서 그의 곁을 지켜준 한국계 미국인 Meilassa Lim이라는 여성이 있었다. 그녀는 노엘이 힘들 때 마음을 많이 다독여 줬다고 한다. 그렇게 마음이 풀어져서 노엘은 다시 밴드로 돌아가고 다음해인 1995년에 둘은 재회했는데, 노엘은 이미 새로운 여자친구와 열애 중이었다. 그래서 얼마 전까지 늘 함께 붙어 지내던 멜리사와 서먹서먹하게 되었는데, 그때 멜리사가 한 말이 "It's okay. I won't look back in anger" (괜찮아. 지난 일은 잊을게) 였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2주 뒤 노엘이 파리에서 곡을 쓴 것이라는 설이다. 비록 노엘이 직접 밝힌 것은 아니지만, 꽤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노래는 비틀즈의 광팬인 노엘의 작품답게 도입부는 존 레논의 Imagine에서, 코드 전개는 비틀즈의 Let it be에서 따왔다. 표절 논란에 대해 노엘은 비틀즈를 모르는 십대 어린이가 이 노래를 듣고 Imagine을 듣기 시작한다면 좋은 거 아니냐고 반응했다고 한다. 그리고, 전체 가사를 들어보면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는데, 노엘은 곡을 쓸 무렵 마약에 찌들어 있어서 자기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하지만, 워낙에 반어법을 잘 구사하는 노엘이기에 아무 생각 없이 쓰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가사 중에서 "So I'll start a revolution from my bed" 부분은 존 레논과 오노 요코가 기자들을 불러놓고 침대 위에서 펼친 평화주의 퍼포먼스 'Bed-in'을 연상시킨다는 평도 있다.


가사는 잘 이해되지 않고, 노엘은 입만 열면 문장에서 욕이 빠지지 않고, 리암과 노엘이 기행을 벌이기도 했지만, 나는 그들이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를 때만큼은 음악에 대한 진심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 노래 Don't look back in anger를 들을 때면 아직도 전율이 느껴지고, 2000년 가을 이 노래를 처음 들었던 때로 돌아간 듯한 황홀한 착각에 빠져든다.




<Oasis - Don't look back in anger, Wembley Stadium, 2000>

Don't look back in anger - Live at Wembley Stadium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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