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E 기획자의 여섯 번 째 이야기
"젊은 시절"에 올림피공원역에서부터 상암DMC역 까지 출퇴근을 해야 했었다. 매일 아침 늦어도 6시반에는 일어나서 지하철을 7시에는 타야지 한시간 동안 가는 지하철에서 앉아 갈 수 있는 확률이 있었다. 그 시간 출근시간 지하철은 사람으로 가득 찼지만 쥐죽은듯 고요했고, 잠시라도 잠들 수 있게해주는 자리가 너무 너무 소중했다. 한번 환승 후 8시 조금 넘게 상암DMC역에 내리면 바로 앞에 사옥이 있었다. 당시엔 우리 회사사옥 앞에 공터가 있었고 공터에는 흑염소가 몇마리 살고 있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 지 상상이 안간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회사이다보니 구내 식당이 꽤나 크게 되어있었는데 매일 아침 한명의 입사 동기랑 만나서 아침을 먹었었다. 몸에 좋진 않았겠지만 매일 아침 먹던 라면과 김밥은 참으로 맛있었다.
특이하게도 나의 첫 회사는 9시까지 출근하고 정시 퇴근이 6시 30분이었다. 회사와 집 사이의 이동 시간은 원웨이 한시간 반 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아침에도 피곤했지만 저녁에 칼퇴하고 (일이 없어도 칼퇴는 죄 처럼 여겨지던 그런 회사였다) 밥을 굶고 집에 도착해도 8시가 넘었었다. 하지만 혈기왕성하던 나는 바로 집에가는 날이 별로 없었고, 퇴근하고 어딘가 가서 놀고 술을 먹기에 바빴다.
또 다시 나보고 한시간 반씩 통근을 하면서 9시-6시반 까지 일하라고하면... 못할 것 같다가 아니라 싫다. 싫다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솔직히 뭐 어쩔 수 없다면 견뎌야겠지만 이미 겪어본 그 힘든 시절을 되풀이 하기 싫다.
요즘 재택을 많이 겪어본 사람들 중에 "저는 다시는 출근 못할 것 같아요"와 같은 발언을 하는 것을 많이 들었다. 동시에 "예전엔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이런 말도 덧붙인다. 참고로 번역을 하자면 "다시는 매일 매일 오프라인 사무실에 나오지 못할 것 같다"라는 말인데... 더더더더더더 정확히 번역을 하자면 "개인적으로 다시는 매일 매일 사무실에 나오고 싶지 않다" 라는 말이다.
아무쪼록 사무실 출근이 더 좋다고 주장하고 있는 나이지만, 나도 사실은 마찬가지 이다. 재택이란 쵸이스가 없어진다면 아쉬울 것이라는 말이다. 파워i 기획자님과 처음엔 재택을 영원히 해야한다면이란 주제로 써보자고 했었고, 그 다음에는 영원히 오프라인 출근을 해야한다면을 가정해 보자고 했었는데, 나 마저도 매일 매일 의무 출근은... 피곤할 것 같다. 조금 무서운 사실은 이제는 풀 재택을 하거나, 재택을 많이 하는 회사도 그렇게까지 많이 남아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글을 쓰는것 조차도 유복한 것 같기는 하다. 그리고 어쩌면 일주일에 한번만 출근해도 되는 지금 우리회사의 사정은 그리 오래 못 갈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해야 할? 매일 출근을 생각해보면... 조금은 피곤해지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래와 같은 변화가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노트북 가방과 멀어지고 다시 조금 예쁜 가방들을 들고 다니게 되지 않을까? 지난 몇 년간은 오프라인 출근을 하면 연속 몇일을 출근할 일이 없어서 사무실에 가는 날은 무조건 무겁디 무거운 맥북을 들고 다녀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늘 노트북 가방을 메고 다녀야 했고, 나 처럼 출근을 선호해서 자발적으로 왔다갔다를 자주 하는 사람은 더더욱이 그 무게가 무겁게 느껴져서 배낭을 들고 다니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또한 지난 1-2년간 나를 보면 야근 때문에 우선 휴식을 찍고 노트북 들고 퇴근을 하거나 약속에 갔다가 집에와서 다시 일하기 위해서 어쨋거나 노트북을 메고 다녀야 했기 때문에 늘 배낭 배낭 배낭 이었다.
덕분에 우리집에 있는 수많은 - 예쁘고 - 맥북 16인치가 안 들거나는 가방들은 맨날 쉬고들 계시고 주말이 되서야 가끔 세상의 빛을 볼 수 있다. 매일 매일 출근을 한다면, 아마도 나의 다른 가방들이 출동할 일이 많지 않을까? 아닌가? 어차피 야근을 해야되서 집에 노트북을 들고 오려나? ㅎㅎㅎ
가방 말고 옷과 신발도 또 다시 힘을 주게 될지도 모르겠다. 난 원래 옷과 신발에 관심이 많다. 코로나때 아무도 옷을 사지 않는다고 하던 시절에도 나와 친구들은 쇼핑을 했다. 그러나 막상 밖에 나가는게 금지되었던 시절엔 옷을 입을 기회가 없어서 재미가 없었고, 드디어 그 기간이 끝났을 떄도 사실은 크게 변하지 않았던게 사무실에 나가도 사람들이 없었다. 이상한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아무도 마주치지 않고 아무도 만나지 않는 외출에는 딱히 꾸미는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늘 편한 옷입고 겨울에는 운동화 여름에는 버켄스탁만 신고 다녔고.. 요즘도 비슷하다. 또 다시 매일 사람이 북적 북적하다면 이것 저것 옷을 입는 맛이 있지 않을까? 하하하
마지막으로... 이런글을 쓰면 누군간 나를 돌로 때리고 싶겠지만.. 지금 현재 우리 회사에서는 나는 단 한번도 겪어보지 않았지만....... 지금 우리 회사 사람들이 매일 매일 출근을 하게된다면 조금 더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 인간이 물리적으로 마주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당연히 에피소드들이 적다. 인간 대 인간 인터렉션과 친말감이 낮을 수 밖에 없다. 아마도 우리 회사분들 대부분은 그런거 다 필요없고 난 집에 있고 싶다 라고 하겠지만.... ㅎㅎㅎ 상상을 해본다. 상상한다고 나를 때리지 말아 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