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E 기획자의 아홉 번 째 이야기
매일 매일 그냥 행복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하루 하루, 작지만 소소한 즐거움을 계획해보려고 노력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책상에 앉아서 일을 하다가 그 자리에서 퇴근하고, 소파까지 15보 걸어가서 누워서 넷플릭스를 보고 냉장고에 있는 무언가를 꺼내먹는 건 나에게 행복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외출을 하면 이야기가 다르다.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
- 아침에 집을 나설 때 드디어 새로산 신발을 신고 나갈때 기분이 째진다.
- 오늘따라 출근 길 하늘이 파랗고, 한강 다리를 지나는 2호선의 풍경이 멋있다.
- 오늘은 사무실 커피가 아니라, 사무실에 들어가는 길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스타벅스에서 블론드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를 사본다. 가끔은 커피와 함께 모닝 세트로 샌드위치도 사는 사치를 부려본다.
- 엘리베이터 줄서기 관문을 넘기고, 9층에 도착하여 무거운 맥북 16인치를 내려놓는 순간 몸이 가벼워 지면서 너무 기분이 좋다!!!
- 일주일에 한번은 사무실에 나 혼자가 아니라, 우리 팀원들이 같이 출근하면 인사 할 사람도 많고 아침에 수다 떨 사람들이 있어서 신난다. 팀 사람들과 점심을 먹을 수 있는 날은 텐션이 두배로 뛰는 것 같다.
- 혼자 사무실에 밥먹을 사람이 없을 때는 서운하지만, 그럴 때는 멀다고 사람들이 같이 가주지 않는 맛집까지 열심히 걸어가서 혼밥을 하고 온다. 나쁘지 않다.
- 퇴근하고 저녁 약속이 있는날은 퇴근이 3배로 더 즐거운데, 없는 날의 경우 가끔 집에가는 길에 교보문고나 올리브영에 들러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구경한다.
- 만약에 최악의 최악으로 위의 모든것들이 없는 우울한 하루였다고 하더라도, 출근을 했다가 일을 종료하고 집에 들어와서 현관문에 불을 켜면 또 기분이 좋다. 하루종일 집에 앉아 있다가 보는 넷플릭스보다, 밖에 나갔다 들어와서 보는 넷플릭스가 훨씬 재밌다.
아마도 재택 러버들은 내가 위에 나열한 모든것들이 혐오의 대상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예전에 어딘가에서 돌고 돌던 밈 (meme)중에 고양이와 개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를 설명해놓은 것이 있었는데.... 고양이는 하나 하나 씨니컬하고 비난을 하고, 사람이 자기를 왜 여기에 가두어 두고 맛없는걸 주는지 모르겠다고 얼굴을 찡그리지만, 개는 처음 부터 끝까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산책!! 밥!! 사람!!!! 장난감!!!" 이라고 외친다.
나는 출근 강아지 인가 보다!!! 꺅! 동료다!! 회사 커피다!!! 회사 동호회다!!! 회사 행사다!!! 너무 좋아!!! 멍멍!
출근을 위한 팁을 적는다고 시작한 글이긴 했는데 내가 사무실을 왔다 갔다하면서 무엇이 "너무" 좋은지를 나열한 것 처럼 되어 보았다.
다시 요약을 해보자면 출근이 싫더라도, 바깥 세상에 나와서 그래도 무언가 즐거울 수 있는 일이 있으니 한개라도 찾아서 그것을 즐기고 귀가 하자!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