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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홀라당 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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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근 Dec 08. 2024

마음 비우기

시름이 밀려온다면

마음 비우기


     

- 김 중 근     


답답했던 가슴이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청명하다마음은 이미 바다를 향해서 열려진다햇볕은 따스하고 하늘은 눈부시게 깨끗한데 살 결에 부딪히는 감촉이 상큼하기 이를데 없다오전 내내 엄습해온 상념(想念)들을 좀처럼 떨치기 어렵다이젠 누가 뭐라고 해도 겨을일 수 밖에 없는 추위가 시름을 몰고온다올 겨울은 유난히 추울텐데 벌써 부터 마음 비운 곳에 북극 강풍(强風)보다 더한 놈이 뱀처럼 꽈리를 틀고 들어앉아 있다이런 날 푸른 섬푸른 파도가 눈부시게 빤짝이는 해변이라도 있어 내 마음을 씻어내고 싶지만 마음 비우기가 그리 쉽지 않다아침은 깨끗한 공기에 이슬진다찬 이슬 내린 오솔 길녁의 가는 숨결은 햇빛마저 얼어붙는다. 마음 비운 곳에 햇빛 내리는 소리바람 소리구름 흘러가는 소리파도 일렁이는 소리같이

기쁨을 노래하는 소리들로 채우려하지만 우리는 살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마음을 상할 때가 많다. '마음을 비우라!....'는  이야기를 쉽게들 이야기하지만 당사지인 내가 곤욕에 처해져있을 때 마음을 비우기가 그리 쉽지만 않다.     


학생들이 오늘 마감되는 공모전(公募展)에 출품한다고 서둘러 마감을 하고 있는 시간이다대책없고 끝나야 할 시간이 다가옴에도 그들의 느긋한 태도가 답답하기 이를데 없다평소 느긋했던 학생들도 오늘 만큼은 큰일이라도 하는 양 생색내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며칠째 새우 잠을 청하며 잠을 제대로 못잔 탓인지 얼굴들은 모두다 띄우다만 누런 메주 덩어리같이 누렇게 떠서 푸석푸석하다평상시 계획 대로 진행했다면 이렇게 졸속으로 마감 날짜에 쫒기는 일은 없을텐데 걱정이 된다역시 우리네 소시적 학생 때와 다를 바가 없다제각기 마음에 따라 욕심대로 큰 상이라도 받을 것 같이 기대감들은 크지만막상 주어진 결과는 결과에 관계없이 망스러운 법이다우리네 인생사(人生事)가 뜻대로 않되는 것과 마찬 가지로... 마음 비우기가 어려운 까닭이다     


물의 성질은 유연하나물은 한번 화가 나면 모든 것을 휩쓸어 버린다. 온 세상을 집어삼키기도 한다물은 그릇의 모양 대로 담겨진다물은 자기를 고집하거나 절대적으로 모양은 이렇게 되어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는다주어진 그릇 그 모습 대로 담겨짐으로써 모든 것을 (受容)하고 주어진 환경을 포용한다주위 모든 것을 다 태워 없애 버릴 불도 물 한 바가지면 그러지게할 위대한 힘을 갖고 있다평상시는 너무 조용한 것이 물이다또한 물은 우리에게 마음에 평화와 휴식을 주기 때문에 바쁜 일과 속에서 강이든 바다든 물을 찾게된또한 물은 생명(生命)의 근원이다물 없으면 하룬들 살 수 없으며 물 없으면 천지창조(天地創造)의 어떤 신화(神話)도 없게된다.    

 

각형이든 원형이든 이 세상 어떤 형태이든 주어진 모습대로 흐르는 물과 같이 우리는 유연하게 살 필요가 있음을 잘 알면서도 막상 마음은 항상 어긋난다인간은 생명의 모체인 양수(揚水)에서 평온했고 자양분(滋養分)의 보고(寶庫)에서 성장(成長)했다그렇지만 우리는 세상 밖에 나와 무엇인가 알면서 부터 고통과 시름이 시작됐다무엇을 할 때 지나친 결과에 집착한 탓에 일을 그르칠 때가 많다그로 인해 마음을 다치고 원망과 비난이 따라서 실망하게 된다     


비록 하고자 하는 일들이 뜻대로 안될지라도 무념무상(無念無想)의 물같이 마음을 비워야 욕심도 버릴 수 았다물 같이 주어진 조건(條件)에 쫒아 모든 시련과 잡념들을 자연에 의탁해서 시름을 잊고 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이런 노력도 마음 비우기의 일환이다.     


오늘 혹 일상 중에 시름이 밀려온다면 부딪히는 파도에 실어 햇빛바람구름파도 소릴 들으며 마음을 비우겠다.               



- 2009년 12월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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