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살아가면 됩니다. 나로 살아갑니다.
"~암입니다." 진단받고 암 환자가 되면 으레 경험하는 암치료의 표준치료라 할 수 있는 3가지 치료
수술, 항암, 방사선치료
내 몸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2019년 두 번의 수술, 6개월 항암치료, 2개월 30회의 방사선치료
2019년은 암 표준치료로 다 지나갔다.
암환자였다.
병원에서도 집에서도 스스로에게도 나는 "암환자, " 이 석자로 나의 정체성을 나타냈다.
암환자.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이 다 빠져 어색한 가발 쓰고 그 위에 또 모자까지 눌러쓰고 다니는 소심한 암환자.
식단관리와 운동을 통해 건강회복을 최우선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사람.
그러나
2020년부터는 달라졌다. 표준치료가 끝나자 재발과 전이 방지를 위해 3개월, 6개월 간격으로 검진을 진행했다. 자연스럽게 암환자에서 암경험자로 정체성이 바뀌었다.
암 경험자는 암을 진단받은 적이 있는 모든 사람을 뜻합니다. 최근에는 조기 발견과 암 치료법이 발전하면서 암을 겪고도 오래 사는 사람이 늘어고 있습니다. 암 치료 이후의 삶이 중요해지면서 암 경험자라는 개념이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출처 : 이코노믹리뷰(https://www.econovill.com)
암 경험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는, 치료 중인 암환자도 아닌, 애매한 경계에 서 있는 느낌이 들었다. 암환자가 암경험자 정의에 포함되는 것도 같다. 내 스펙트럼에서는 암환자가 먼저고 다음이 암경험자가 되는 거 같은데... 언어적 표현차이가 정체성의 차이까지 만든다. 이분법적 사고에 익숙한 탓에 나를 어느 집단에 밀어 넣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면서 다른 암경험자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런저런 생각을 참 많이 하게 되었다. 사춘기도 별 탈없이 그냥 보냈던 나인데 20대 시절만큼이나 인생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이 독한 경험을 했으니 특별하게 살아야 할 것만 같았다. 건강회복 말고 +a 가 있어야 할 거 같았다. TV에 나오는 누군가처럼 평범한 삶이 아닌 남다르게 살며 암을 잊고 살아가야 할까? 산속에서 채식을 하면서? 춤으로 고통을 승화시키면서? 암 진단 후 달라진 내 삶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가야 할까? 암은 제2의 인생을 살아가게 한 터닝포인트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강요'하는 듯한 분위기에 맹목적으로 휩쓸려 가야 하는 것일까? 그땐 약간의 반감도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시간이 흐른 지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모든 경험을, 비록 힘겨운 시련일지라도 성장의 계기로 전환해야 과거를 극복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있다. 내 인생을 어떤 하나의 프레임 안에 끼워 넣고 살아야 할 것 같았던 내 강박들은 서서히 사라졌다. 갑자기 "펑"소리를 내면서 변신할 수 없었다. 다만, 암 진단 전후의 나는 달라져 있었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몸이 변하니 자연히 마음이 변하고, 마음이 변하니 몸도 변하는, 돌고 도는 순환적 변화가 이어졌다. 자기 발에 맞는 신발을 신고 걸어가면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걸으면서 변하고 또 그 변화에 적응하며 사는 것을. 변할 수밖에 없고, 변해야 살 수 있다는 것을. 서서히 일상에 적응하고 삶의 구성 요소들을 재조합하면서 변한 내 모습에 맞게 나로 살아가면 되는 것이었다. 특별한 삶이란 누구에게 보이는 삶이 아니라 나를 돌보면서 사는 "나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