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213
남편은 말했다.
"우리가 10년 뒤, 20년 뒤에 와도 똑같은 이야기를 할 것 같아. 여기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했고, 저기 놀이터에서 미끄럼틀을 한 번 더 타고 집에 가겠다고 말했어. 이곳 매점에서 폴라포를 먹고, 과자도 먹었지. 00가 힘들다고 업어 달라고 했고, 00는 더 놀다 가겠다고 했지."
끝도 없이 이어질 듯한 아이들의 이야기는 곳곳에 숨어 있었다. 5년이라는 길고 긴 시간 동안 광교호수공원에서 아이들과 놀았다. 둘째가 탄 유모차를 밀기 시작하면서 호수 주변을 산책하기 시작했으니 지금처럼 호수뷰를 감상할 수 있는 아파트들이 생기기 전부터다. 절대적인 시간양을 봐서도 둘이 산책한 시간은 적고, 기억할 만한 이벤트도 없으니 당연히 바람 잘날 없는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이 떠오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추억은 추억으로 언제까지 남아, 특별한 추억을 만들지 않는 이상 세월이 흘러도 같은 이야기만 하면서 지나갈 듯하다. 추억의 그림자가 사방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어서 새로운 추억이 과연 들어갈 수 있을까 싶다. 아이들과 함께한 추억의 저장공간으로만 남겨둘까 하다가도 어쩐지 아쉽다. 이웃집 토토로에 나오는 하늘 같은 그런 가슴 벅찬 하늘을 만난 오늘, 가을을 맞이하는 설렘과 함께 추억 속에 갇힌 것 같은 남편을 동시에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