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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화강고래 Oct 13. 2024

차분한 둘레길을 걷다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225

인구 백만이 넘는 용인특례시 시민이지만 용인을 잘 모른다. 용인시에는 기흥구, 수지구, 처인구가 있다. 용인하면 떠오르는 민속촌은 기흥구에, 에버랜드는 처인구에 위치해 있다. 도농복합지역인 처인구는 난개발로 인구밀도가 높은 수지구나 기흥구와는 전혀 다른 색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다. 집 밖을 나가면, 익숙함을 벗어나면 낯선 풍경에 오감이 설렌다. 경험과 시야의 폭이 얼마나 좁은지 실감한다. 




용담 호수 둘레길을 걸었다. 흐릿한 날씨덕에 선선하고 차분한 공기만큼은 가을이었다. 울산 박상진호수공원(3.6킬로미터의 산책로)이 떠오를 정도의 인공적이지 않게 그저 있는 그대로의 저수지 주변을 산책하는 기쁨을 온전히 누렸다. 4.1킬로미터, 소요시간 1시간 내외로 전혀 부담이 없었다. 1978년 야산 계곡을 막아 조성된 저수지에 조성된 낚시터는 경치가 좋고 수질관리가 잘 돼서 인기 있는 곳이라고 한다. 둘레길을 산책하며 다양한 좌대를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어 신기했었는데, 그 덕에 여름에는 황제낚시가 가능하다고 한다. 주말이라 청년부터 장년층까지 낚시에 빠진 강태공들을 지나쳐오면서 낚시가 취미인 남동생이 떠오르기도 했다. 더 이상 차분할 수 없을 만큼 고요했다.





지난 금요일, 우리나라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탄생하며 나라 전체가 흥분에 들썩였다. 2016년 <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 2023년 제주 4.3 사건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로 메디치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님의 개인적 영광일 뿐만 아니라 국가적 영예가 아닐 수 없다. 교보문고와 예스 24와 같은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작가의 책은 50만 부 이상이 판매되어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는 상태라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우리 집에도 작가님의 <채식주의자> 국, 영문판 2권이 있다. 고백하자면, 어느덧 구입한 지 10여 년이 지난 책은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워 다시 읽겠다는 마음으로 책장에 고이 모셔두었다. 다른 작품들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여타 노벨문학상 수상작들처럼 읽어보고 싶은, 읽어야 할 책이 되었다.


노벨 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한강 작가님에 대한 국민적, 세계적인 관심뿐만 아니라 한국 문학계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이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고요하게 진중하게. 읽을거리가 많아진 세상에서, 세상의 관심을 기다리는 작품들이 여기저기 넘쳐난다. 도서관에도, 서점에도, 마음만 먹으면 손에 들고 읽을 수 있다. 

마침, 이 가을, 책 옆에서 흔들리지 않는 나로 살겠다고 말없는 저수지를 바라보며 산책을 마쳤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교보문고 건물에 쓰인 문구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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