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285
다른 식재료는 몰라도 계란만큼은 꼼꼼하게 확인한다. 무항생제, 동물복지, 난각번호 1번 또는 2번이라고 표시된 계란을 장바구니에 담는다. 6년 전, 아프기 전에는 동물복지, 무농약, 유기농이라는 포장지를 입은 식품은 비싸다는 선입견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랬던 사람이 바뀌었다. 신경이 쓰였다. 몸에 좋은 것을 먹으면 건강해지겠지라는 막연한 기대와 보상심리로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밥이 보약이라는데, 보약을 챙겨 먹지 않는 식구들을 위해 신선한 식재료를 구입해 먹자고 결심을 굳힌 뒤, 울산에서부터 친환경가게를 다니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일명 "좋다는, 비싼, 건강한" 계란을 먹기 시작했다. 당장은 조금 더 비싸도 장기적으로 볼 때 아프지 않고 사는 게 결국 이득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지금은 난각번호 1번 계란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판매해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온라인 마켓에서 자주 구매한다.
매일 아침, 계란 두 개로 하루를 시작한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프라이를 해서 먹기도 하나 반숙과 완숙사이로 적당히 삶은 계란을 먹으면 속이 편하다. 아이들을 위해서는 프라이, 스크램블, 계란말이, 계란찜으로 변신시켜 일주일에 적어도 4번은 꼭 챙겨준다. 반찬이 없을 때도 있을 때도 계란은 김치만큼이나 기본반찬이다. 성장기 아이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단백질, 비타민 A와 B, 지방이 풍부해 완전식품이라는 말이 있다.
얼마 전 난각번호 1번이라고 속여 2개월간 유통된 달걀 56만 개가 식약처 단속에서 적발되었다는 기사가 있었다. 사육환경에 따라 1번 자유 방목, 2번 축사 내 방사, 3번 개선된 케이지, 4번 기존 케이지까지 번호를 매겨 판매한다. 온오프라인에서 난각번호 1번이라고 귀하게 대접받는 달걀들이 넘쳐나는데 여태껏 자유방목한 닭이 낳은 계란인지 아닌지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다. 소비자는 알 수 없다. 그저 1.5배 비싸도 믿고 기꺼이 사 먹은 잘못 밖에는. 2019년 난각표시제 도입된 후, 정부가 한 번도 제대로 된 점검을 하지 않았다는 게 업체만큼이나 신뢰를 저버릴 만한 행태였다. 자주 이용한 온라인 마켓도 적발과 관련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계란에 진심인 주부들 사이에서 불신이 생겼다.
"어쩐지 1번 계란인데 싸더라니. 거기도 믿을 곳이 못되네." 등등 말이 오갔다. 뒤늦게 알게 된 나 또한 실망스럽고 화가 났다. 계란 때문에 그곳을 주로 이용했는데, 모든 계란이 다 거짓 표기된 계란이 아닐지라도 한번 상처받은 신뢰를 돌이키기는 쉽지 않다.
사육환경을 기준으로 난각번호를 매겼기 때문에 영양학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는 기사도 있다. 동물복지를 강조하며 소비자의 가치 소비를 자극하는 영역일 뿐이라 했다. 그럼에도 소비자는, 특히 건강에 쪼금 더 신경 쓴다고 자부하는 나 같은 소비자는 스트레스가 적은 닭이 낳은 고품질 알을 먹으며 일상에서 건강을 챙기고 싶다. 그게 큰 욕심일까. 정부의 책임 있는 관리하에 관련 업체들이 진정 내 가족이 먹는다고 생각하고 먹을거리를 생산 유통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고물가에 지갑 열기가 망설여지는 시대, 유기농 먹거리를 식탁에 올리는 일이 부담스러워진 지 오래다. 마지막 남은 계란이라도 지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