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40
벽면은 강사의 캘리그래피 작품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나도 저렇게 쓰고 싶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글과 그림이 어우러지는 캘리그래피를 배우고 싶다는 나를 환영해 주었다. 수강생은 나를 포함해 4명이었다. 가정집 거실에 차 마시러 모인 아줌마들처럼, 편안한 분위기 속에 담소를 나누었다. 살아온 인생은 달라도 공통의 취미로 모인 사람들. 각자의 속도와 진도에 따라 집중하며 흰 화선지에 검은 먹물로 적신 붓으로 글을 써 내려갔다. 오랜만에 붓을 잡고, 가로 세로줄 긋기부터 시작했다. 두 장을 채우고, 한글 자음을 연습했다. 대학 이후 멈춰 섰던 서예가 다시 살아난 느낌이었다.
과거가 떠올랐다. 대학 새내기로서 정적이고 고리타분한 서예를 쓴다는 게 약간은 부끄러운 생각도 들 때였다. 딱히 내가 좋아서 선택한 동아리가 아니라 갈 곳 몰라 방황하던 차에 친구를 따라 간 동아리방이었다. 여학생보다는 남학생이 많았고, 복학생 남자선배들이 공강마다 와서 쉬고 가던 곳이었다. 1년에 한 번 여는 전시회를 위해 밤늦게까지 연습하고, 전시회 열고, MT 가던 추억이 떠올랐다. 그때 그 붓을 다시 잡게 될 줄은... 이번에는 내가 원해서 잡은 붓이라서 그런지 욕심이 생겼다. 집중하니 마음이 고요해졌다. 글쓰기처럼 또 혼자 판 굴속에 들어가게 되었다.
캘리그래피 수업 한 번 들었을 뿐인데, 과거, 현재, 미래의 내가 한자리에 모인 경험을 했다. 그리고 하나 더, 타고난 성격이 참 변하지 않는다는 것. 싫어서 외면하고 싶던 그 성격이 나를 떠나지 않고 계속 나와 함께 나이를 먹었고, 이제는 받아들이고 두 팔 벌려 꼭 안아 환영하고 있는 듯하다. 세월의 힘이 느껴진다. 다음 주를 기대하며 집에서 화선지 펴고 한 자 한 자 힘 있게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