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41
오늘 날씨 : 맑음 (점차 기온이 올라 한낮에는 다소 포근)
마음 날씨 : 흐렸다 맑아짐
일주일에 한 번 엄마가 계시는 요양병원에 들른다. 특별한 일이 없기에 오지 말라는, 마음에도 없는 엄마의 거절을 뒤로하고, 집을 나섰다. 잠깐이라도 잘 지내시는지 살피고, 간식거리를 챙겨드리고 병원을 나서 차를 돌려 근처 호수공원으로 갔다.
뉴욕의 센트럴파크 같은 도심 속 호수공원을 사랑한다. 당시엔 건설 중이던 아파트가 완공되어 지금은 호수 주변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국내 유명 건설사마다 호수뷰를 자랑하는 신축 아파트들을 세워놓았다. 애들이 어렸을 때는 주말마다 함께 산책하고 놀이터에서 놀면서 하루 반나절을 거뜬히 보냈던 곳이다. 이제는 엄마 병원을 찾을 때마다 혼자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코끝이 약간 시렸지만 내 몸을 비추는 따스한 햇살에 기분 좋게 이끌렸다. 평소와 달리 이어폰을 끼지 않고, 느릿느릿 주변의 소리를 흘려들으며 걸었다. 새소리, 바람소리, 이야기 소리. 혼자 운동하는 사람들 사이로 어린이집에서 활동 나온 아이들이 서로 손을 잡고 조잘거리며 지나간다. 엄마라서 그런지 아이들이 무리 지어 지나갈 때면 자연스레 내 눈길이 그들을 따라간다. 그걸 느꼈는지 눈이 마주친 한 아이가 묻지도 않았는데 나를 보며 자신을 소개한다.
oo어린이집 다녀요. 4살이에요. 이름은 ooo이에요.
그 아이 엄마가 아침에 이리저리 뛰며 정성스럽게 알록달록 핀과 고무줄로 머리카락을 치장해 주고, 핑크색 나팔바지에 핑크색 점퍼를 입혀서 보내느라 애쓴 흔적도 보였다. 그 시절이 훌쩍 지나간다는 것을, 그 아이 엄마는 그때의 나처럼 아직은 실감하지 못하며 육아에 땀 흘리며 매진하고 있겠지.
아이들 덕분에 살짝 미소를 지으며 발걸음을 빠르게 움직였다. 호수에 비친 윤슬을 보며 설레는 내 마음도 오늘 하루 반짝반짝거릴 힘을 얻었다. 연한 갈색빛의 겨울 풍경들 사이로 축 늘어진 초록색 버드나무잎이 대조적으로 더욱 푸르렀다. 운동하는 성인들 사이에서 눈길을 받으며 천천히 걷는 4-5살 아동의 모습처럼 신선하고 생명력이 도드라져 보였다. 자연이나 사람이나 각자 삶의 단계에 따라 잘 살아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겉으로 보기에 초록빛이 도는 버드나무가 더 아름답게 보였다. 부러웠다. 활력이 부족한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희망이라는 추상적 단어가 떠올랐다. 아이들을 보면 기분이 좋다. 아이들이 미래의 희망이란 말도 떠올랐다. 초등학생 딸도 수업시간에 배웠다. 현재 우리나라는 저출산 고령화사회에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을. "핵개인"의 시대가 온다는 송길영 박사의 말처럼, 개인의 선택과 행복에 초점이 맞춰지는 시대로 가는 때에 결혼과 출산을 강요하는 듯한 분위기는 어떻게 타협을 보게 될지. 출산율을 높이려는 애타는 심정으로 정부도 여러 정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주사 한 방 같은 1회성 지원으로 해결될 수 없는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사회문제인 만큼 해법을 찾는 노력을 멈추지 않길 바란다. 아이들이 곁에 있어야 한다. 부모로서 양육이 어렵다는 것은 누구보다 인정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함께 숨 쉬는 곳에서 살고 싶다는 이기적인 욕심을 부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