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싫어하는 것을 암기하는 것.

아무도 제대로 들여보지 않았던 사랑의 본질

by 푸르른 시월

사랑을 할 때 가장 쉽게 생각나는 관용어가 무엇인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너를 위해서라면 별도 달도 따줄게!'라는 말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사랑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바칠 수 있다는 마법과도 같은 언어. 하지만 나는 그걸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은 싫어하는 것을 무슨 일을 해서라도 하지 않는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해주는 것은 쉽다.

친하지 않은 사람과 친분을 쌓기 위해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일단 상대의 취향을 파악하는 것이다. 취향이라고 말하면 어렵지만 쉽게 말하면 관심사다. 그 사람의 관심사는 대화를 하면서 이끌어낼 수 있다. 업무 얘기가 아닌 이상 최근의 일어난 일을 말하거나 반복적인 얘기를 할수록 좋아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것을 응용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잘 이용하는 사람이 거래처에서 사랑을 받는 법이다. 이렇듯 좋아하는 것을 파악하는 건 친구와 같은 강한 친밀함이 필요한 관계가 아니더라도 쉽게 행할 수 있다.

친구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친구와는 수많은 사적인 얘기를 하고, 좋아하는 것을 파악하고 있다. 생일날 깜짝 선물을 해주기도, 아무것도 아닌 날 친구의 집에 가 갑작스러운 기쁨을 선사하기도 쉽다는 것이다.


그런데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르다. 직업적으로 얽힌 동료가 내가 싫어하는 일을 했을 때, 우리는 불편함은 느끼지만 혐오감을 느끼는 경우는 적다. (물론 불법적이거나 모욕적이거나 나에게 피해를 입히는 경우를 제외하고 말이다.) 왜냐하면 동료는 나와의 사회적인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직장을 벗어난다면 그 상황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친구는 어떤가? 물론 동료보다 더 친밀한 사이이기에 더 큰 상처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매일 연락하지 않을뿐더러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가까운 동네친구가 아니고서야 잠시 연락을 안 하면 회복될 수 있는 일이다. 물리적 거리와 심적인 거리를 동시에 두고 회복할 수도 있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다만 연인과 과족은 예외적인 경우다.


연인과 가족은 개인의 인간관계 중 가장 친밀한 관계이다. 자취를 시작한 개인이라면 사실 가족보다 연인을 더 자주 만나고 더 오랜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가족 역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장 가깝고도 친말한 관계다.

가족과 연인이 내 일상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사실상 일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 사람이 내가 싫어하는 일을 한다면 상처와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없다. 물리적 거리와 심리적 거리가 멀수록 우리는 공격에 덤덤해진다. 나이가 들며 경험한 덕택에 쉽게 피할 수 있다. 다만 이처럼 거리가 가까운 경우에는 다르다. 그 공격에 그대로 노출되어 그대로 충돌한다. 이것이 가족이나 연인과 같이 가장 가까운 사람이 자신이 싫어하는 행동을 할 때 참을 수 없이 화가 나는 이유다.


그렇다면 싫어하는 것을 이해해줘야 할까? 나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개인이 무언가를 싫어하는 데에는 이유가 없다. 그리고 그 정도도 다 다르다. 개인적으로 나는 거짓말을 하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 거짓말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딨겠냐만은 나는 게임을 하는데도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가벼운 거짓말에도 진심으로 화가 날 정도다. (게임을 하는 것에 화가 나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일주일 내내 한 게임만 5시간씩 한 전적이 있을 정도기 때문이다.)

내 친구는 흡연에 예민하다. 피우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한 사람과 단칼에 이별을 결심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떠한가? 없다면 당신은 축복받은 경우겠지만, 만약 당신의 연인과 가족이 그렇다면 사실 싫어하는 데에는 이유가 없을 경우가 높다. 그저 그 역치가 남들보다 낮은 탓이다. 그걸 이해하려고 한다면 이미 다른 역치를 가지고 있는 당신은 화가 날 가능성이 높다. 왜 이걸로 화가 나고 서운한지 이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 역시 그렇다.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당신에게 화가 나겠지. 그러니 그저 외워라.


싫어하는 것을 한 번만 해도 좋아하는 것을 얼마나 많이 해줬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진다. 그 한 번이 이별로 직결될 수 있다.

고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당신은 그저 외워라. 공감하거나 이해하려 하지 마라.

단지 싫어하는 일을 암기하고 그 일을 실행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이미 80점은 먹고 들어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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